10.10.01
[JES 하남직] 첫 훈련. "간단히 몸을 푸는 수준이겠지"라고 생각하는 SK 선수는 없었다. 고효준은 "이틀의 휴식이 낯설었다. 두 번째 날은 아내가 '오늘도 안나가'라고 놀라더라"고 웃었다. 휴식보다 훈련에 익숙한 SK다. 첫 훈련에 나서는 SK 선수들은 이미 강훈련을 각오하고 있었다.
2010년 포스트시즌 개막으로 잠실구장이 떠들썩했던 지난 달 29일, SK는 인천 문학구장서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오후 1시에 모인 선수들은 한 시간동안 몸을 풀었다. 감독실에서 전력분석 자료를 꼼꼼히 살피던 김성근(68) SK 감독은 오후 2시가 되자 그라운드로 나섰다.
이때부터 SK의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첫 날 훈련의 메인테마는 '기본기'. 김 감독은 투수와 야수의 수비를 점검하고자 했다. 백네트 뒤부터 불펜까지. 김 감독과 보폭을 같이하며 SK 훈련을 지켜봤다.
▶"확성기 찾아와"
-정규시즌 종료 직후임에도 훈련 강도가 상당하다.
"오래 쉬면 몸이 더 처진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눈빛을 먼저 보겠다. 이틀 쉬고 실시하는 훈련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순간, 김 감독이 일어나 외쳤다. "김태균 코치, (투수들에게)베이스를 밟고 기다리라고 해. 더 빨리 달리라고!" 1루 땅볼이 나왔을 때 투수의 1루 베이스커버를 지시하는 장면이었다. 한발 늦게 베이스에 도착해 공을 잡은 뒤, 베이스를 밟은 전병두는 다시 마운드로 돌아갔다. 김 감독의 기준에는 미달. 전병두는 다시 마운드로 돌아가 투구동작을 한 뒤 1루를 향해 달렸다. 이번에는 공보다 발이 빨랐다. 이를 확인한 김 감독은 자리에 앉았다.)
-기본기부터 다지는 듯 한데.
"스프링캠프 분위기가 나야한다. 날씨가 쌀쌀한 게 스프링캠프와 비슷하지 않나.SK는 시즌 초반에 강하다. 이게 모두 스프링캠프에서 강훈련을 소화한 덕이다."
(김 감독이 다시 일어났다. "마이볼 콜이 늦다. 저러다 큰 사고 나." 좌익수-유격수-3루수 사이로 떨어지는 공을 처리하는 훈련. 3명의 야수가 겹치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자 김 감독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에도 김 감독은 수차례 소리를 질렀다. 한국시리즈를 시작하기 전까지 이런 모습은 수없이 반복될 터다. 이를 직감했을까. 김 감독은 구단직원을 불러 "확성기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오늘 1mm를 좁히면, 내일의 승리가…"
-수비 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SK의 가장 큰 단점이 수비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소홀하면 승리할 수 없다."
-타 구단은 SK를 가장 수비 잘하는 팀으로 꼽히는데.
"그런가. 하지만 야수가 순간판단을 잘못해 놓치는 경기가 있었다. 완벽한 야구를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 당장 한국시리즈에서 효과를 보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어떤 방법이 있겠나.
"오하시 유타카 수비 인스트럭터를 초빙했다. 스프링캠프서 SK 선수들을 가르쳤던 코치다.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우리를 도와줄 예정이다."
-단기간에 수비 능력이 향상될 수 있는가.
"하루에 1mm만 늘어도 어딘가. 열흘에 1cm가 되고, 이게 곧 10cm가 된다. 5cm·6cm의 차이에 승부가 갈리는 게 야구다. 승부처에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1루수-유격수-투수로 이어지는 병살타 훈련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더 적극적으로 팔을 뻗어"라고 주문했다. "실수는 줄여라. 하지만 실책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그는 "실책이 두려워 일찍 글러브를 빼 버리는 선수들이 있다. 어떤 투수가 그런 야수를 믿고 던질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래, 지금처럼."
(백네트 뒤에서 수비 훈련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불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시리즈 신병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장소다.)
-투수진을 재정비한다는 얘기도 했다.
"당연한 얘기다. 지금은 이승호(37번)·이재영·전준호·엄정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정규시즌서 많이 던지지 않은 투수들인데.
"1군에만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뿐, 열심히 훈련해 온 선수들이다. 정규시즌 막판에 가능성도 확인했다. 4명 중 2명 정도만 기대만큼 해준다면 마운드 운용이 한결 수월할 것이다."
(김 감독은 전준호를 불펜으로 불렀다. 전준호가 90여개의 불펜피칭을 하는 동안 김 감독은 수시로 투구자세에 대한 조언을 했다. 불펜포수에게 "지금 공을 어떠냐"고 수없이 물었다. 불펜피칭 막바지 전준호는 "지금 발을 잘못 디뎠는데 상체가 넘어가는게 다르니, 공 던지는 게 편합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그래, 지금처럼"이라며 전준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문학=하남직 기자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01001n07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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