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하남직]
야구를 좋아하는 괴짜들이 모여 한국 최초의 독립팀 고양 원더스를 창단했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한국 프로팀과의 첫 경기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승리했다.
김성근(70) 고양 감독은 8일 고양시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열린 LG 2군과의 평가전에서 5-4 역전승을 거둔 뒤 "경기를 더그아웃에서 보지 않았다. 투수 교체 사인만 냈을 뿐, 경기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징크스'. 김 감독은 "일본 고치 전지훈련 중에도 내가 더그아웃에 없을 때 더 많이 이겼다. 오늘도 이기고 싶었고, 감독실에서 경기를 봤다"고 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 감독은 "한국 팀과의 경기는 또 다르지 않나. 내가 더그아웃에 있으면 선수들이 더 긴장하더라. 그래서 피했다"고 털어놨다.
더그아웃을 벗어난 괴짜 감독. 그런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모셔온 허민(35) 구단주도 '독특함'에서는 김 감독에게 뒤지지 않는다. 김 감독은 "정말 재미 있는 분이다"라고 운을 뗀 뒤 허 구단주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허 구단주는 지난달 고치 전훈장을 찾았다. 그리고 마운드에 섰다. '보호'를 위해 쳐놓은 그물도 치웠다. "내 공을 쳐서 안타를 만들면 배트 한 자루, 홈런을 치면 배트 두 자루를 선물하겠다"고 자신감 넘친 '내기'도 했다.
이날 허 구단주는 상당수의 배트를 선물해야 했다. 안타를 맞고, 홈런도 내줬다. 김 감독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야구를 많이 하신 분이긴 하다.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오늘 손이 말렸다'고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허 구단주의 '야구 사랑'은 기이할 정도다. 그는 2008년 미국 유학 중에 "너클볼을 배우고 싶다"며 필 니크로에게 구애를 펼쳤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니크로는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적인 투수다.
이런 감독과 구단주 밑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들은 점점 독특해진다. 걸어온 길부터 프로선수와 다르다. 2007년 두산에서 방출된 이승엽(34)은 빌딩 관리인, 음식점 주차 관리 등을 하다 원더스 창단 소식을 듣고 다시 배트를 쥐었다. 2005년 시즌 뒤 삼성에서 방출된 안태영(27)도 수차례 직업을 바꿔야 했다. 다시 야구를 시작한 이들은 김 감독 특유의 '강훈련'에 익숙해졌다. 경기 중에도 늘 뛰어다닌다. 하루 14시간의 훈련을 하고도 시간이 부족하다.
홈런의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었을까. 8일 LG전에서 2-3으로 뒤진 8회말 역전 3점포를 쏘아올린 안태영은 '쏜살같이'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경기 뒤 그는 "처음에는 홈런이 아닌 줄 알고 열심히 뛰었다. 2루를 돌 때 홈런임을 확인했는데 속도가 줄지 않더라"라며 수줍게 웃었다.
괴짜들이 모여 승리를 거뒀다. 허 구단주는 승리 소식을 들은 뒤 "오늘 회식을 하자"라고 했다. 선수들은 경기 뒤 추가 훈련을 마치고 기분 좋게 음식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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