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하남직]

SK와 삼성의 17일 인천 문학경기는 2시간52분이 소요됐다. 8월 내내 그랬듯, 인천 밤거리는 간혹 내리는 비로 뿌옇고 습했다. 감독실에서 30분 정도 혼자 머물던 김성근(69) SK 감독은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저녁 10시. 사퇴선언 뒤, 0-9 패배 후 밤 산책이 시작됐다.

오후 10시-12시

김 감독은 두 시간 동안 걸었다. 평소 문학 구장에서 송도 인근 숙소까지 걸으면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여느 때와 다르게 좀 더, 천천히 걸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난 뒤, SK를 떠나겠다"라고 했다. 이날 패배를 놓고 그는 "나 때문에 졌다"라고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그는 "승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비판받지 않는 패자'는 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마냥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현기증이 났다.

자정 무렵

그날 밤, 김 감독은 병원에서 포도당 주사를 맞았다. 숙소 근처 잘 알던 개인병원에 들렀다. "잠깐 쉬었다 갑시다." 의사는 그에게 링거를 놓아주었다. 평소 김 감독의 팬인 그 의사가 이날 오후 문학구장 사건을 알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사를 맞은뒤 김 감독은 "내일 일어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시계를 돌려, 오후 5시 경기시작 1시간30분 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김 감독은 여전히 SK 사령탑이다. 그러나 '끝'을 예고했다. 올 시즌 종료 뒤 그는 SK를 떠난다. 김 감독은 여전히 무뚝뚝한 가장이다. 40년 넘게 김 감독의 아내로 살아온 오효순 여사는 남편의 자진사퇴 소식을 '타인'을 통해 들었다.

오후에 들었다고 한다. 익숙한 일이다. 오 여사는 이날 경기전 김 감독에게 '잘하셨어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우리 가족들과 함께 쉴 수 있어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감독은 "가족들에게 먼저 알리지 못했다. 깜빡했다. 미안할 뻔 했는데, 아내가 먼저 이해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1969년 마산상고 사령탑에 오르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11차례나 해고를 통보받았다. 오 여사에게 감독의 해임, 혹은 사임은 익숙한 일이다. 17일 김 감독은 민경삼 단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신영철 사장도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가족들과 상의하는 것을 '깜빡'했다고 한다. 김 감독의 사퇴 선언에 구단은 "너무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그의 방식대로 물러났고, 구단과 가족의 반응은 달랐다. 5년째 김 감독과 함께 한 구단은 김 감독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보다 오랜 시간 김 감독을 지켜 온 가족들은 놀라지 않았다.

18일 오전

김 감독은 "정말 아픈 거 아니다. 진짜 쉬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잠시라도 병상에 누웠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올 시즌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목표를 이룬다면 아시아시리즈 때도 감독으로 나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꿈은 단 한 번도 수정된 적이 없다. '승자가 되는 것'이다. "비판받지 않는 패자는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오늘은 꼭 이겨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241&article_id=0002053696&date=20110818&page=1

Posted by 개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