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13




작년 시즌부터 이어온 21연승과 그에 이은 16연승을 기록한 SK. 연승 행진이 끝나고 나서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롯데를 맞아서 2연승을 거두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롯데와의 2경기는 SK의 힘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화요일 경기에서 SK는 4회 8득점 했지만, 4회 말 6실점 하면서 11:10으로 쫓겼다. 에이스인 김광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롯데가 역전승을 거둘 분위기였다. 그러나 5회 6득점 하면서 롯데의 전의를 꺾었고, 21:10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수요일에는 팽팽한 투수전 속에 연장 12회 정근우의 적시타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4개의 에러와 주루사 등이 속출하는 SK답지 않은 경기였지만, SK가 승자가 된 것은 변함이 없었다.

선수단의 면면만 본다면 SK가 다른 구단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전력상 뒤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SK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다르기에, SK 야구가 강한 것일까?

김성근 야구의 핵심은 피그말리온 효과

대다수 야구인은 SK가 강한 이유를 연습량에서 찾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OB(현 두산) 시절 비오는 날 가마니를 깔고 특타를 할 정도로 많은 연습량으로 유명하다. 한때는 김 감독이 있던 팀에 지명된 선수가 울상을 짓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쌍방울 시절 김 감독을 만난 한 선수는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이제 죽었다는 단어밖에 안 떠올랐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 감독 밑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이가 적지 않다.

김성근 감독과 SK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SK 선수들은 남보다 2배, 3배 연습을 한다. 그 연습을 통해 긍정적인 요소들, 자신이 몰랐던 잠재능력이 나오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굵은 땀방울을 흘린 결과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기 때문에, 이제는 선수들이 단순히 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자기발전이 팀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한 야구관계자의 설명이다.

즉, 한 번 유니폼을 입고 인생에 승부를 걸었다면 SK에서 유감없이 자신이 가진 힘을 쏟아서 자각하지 못했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싶고, 그 잠재능력을 끌어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퇴의 갈림길에 선 이들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리는 것이 SK이며 김성근 감독이다. 이것이 지금은 신인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SK의 주전 멤버 중에서 다른 팀에 있었다면 대수비 요원이나 대타 요원에 그칠 선수도 적지 않다. 어떤 부분에서 조금은 미흡한 선수들이지만,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 자신이 가진 기량을 100%에 가깝게 표출하고 있다. 김재현, 박재홍, 박정환 등 베테랑을 비롯한 SK에 입단하기 전까지 무명에 가까운 박정권, 조동화 등이 그 사례이다. 단점이 분명하지만, 장점이 서로 어우러져서 하나의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야구가 김성근 감독이 만든 SK 야구다.

지방구단의 모 전력분석원은 “SK가 다른 팀보다 강한 것은 집중력이다. SK 선수들도 어이없는 실책과 같은 실수가 나오지만, 결정적인 기회나 팽팽한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 작은 차이가 SK가 1위를 독주하는 이유로 본다.”라고 밝혔다.

구경백 OBS 경인TV 해설위원도 이 말에 동의하면서, 이것을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야구를 한다.”라고 표현했다. 흔히들 생각하는 야구를 하라고 말하지만, SK에서는 반복 훈련을 통해 생각 이전에 몸이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구 해설위원은 “SK가 강한 건 많은 훈련량이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김성근 감독만 훈련을 지독하게 많이 시키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지역 구단의 어느 코치는 “코치도 힘들어 할 정도로 훈련을 많이 시키는 지도자는 김성근 감독 외에도 많다. 단지 훈련을 위한 훈련에 머물거나 그 훈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운동장을 100바퀴 뛴다고 해도 왜 뛰어야 하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또한, 그 100바퀴를 재미있게 뛰도록 하는 것과 무조건 뛰는 것도 집중력 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훈련을 위한 훈련과 실전을 위한 훈련은 다르다. 게다가, 그 훈련의 결과가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면서 ‘하면 된다.’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준 것이 SK 야구, 혹은 김성근 야구가 빛을 보는 이유라는 의미다.




작년 시즌 말 SK가 19연승을 기록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야구인도 적지 않았다. 연승에 얽매여서 잠시 여유도 없이 온 힘을 쏟는 것보다 포스트 시즌에 대비하는 편이 낫다고 본 것이다. 분명히 이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첫째는 SK가 연승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승을 이어가기 위해서 투수진 운영 등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라 이전과 같은 SK 야구를 한 결과가 연승으로 나타났다.

또한, 김 감독의 지도력에서 주목할 점은 ‘피그말리온 효과’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타인의 기대나 관심, 열망이 자기 암시적인 예언적 효과를 불러와서 좋은 결과를 올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기는 야구를 통해 선수들은 부지불식간에 ‘SK는 강하다.’라는 자기암시에 걸린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김성근 야구가 SK를 강팀으로 만든 것이다.

결국, 힘든 훈련을 통해 선수 각자의 능력을 끌어냈으며, 그것이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는 ‘선순환(좋은 현상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 고리가 형성된 것이 SK 야구가 강한 이유다. SK가 언제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갈까? 화무십일홍이라는 말도 있기에, 분명히 SK 야구에도 위기는 찾아올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땀방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SK 선수들의 얼굴에서 땀방울을 볼 수 없는 날이 SK 야구도 위기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00513n04263?mid=s1001&isq=4349

Posted by 개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