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호 선수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건 얼마되지 않는다. SK 와이번스에는 박경완이라는 당대 최고의 포수가 있기에 상대적으로 백업 포수에 대한 비중이 그다지 크지 못한 탓일거다. 정상호 선수도 그런 백업 포수의 한명정도로 치부했으나 2009년 시즌 도중 박경완 선수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주전포수가 되었고 막판 19연승을 주도한 선수중 한명으로 급성장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전까지 정상호 선수하면 동산고 출신의, 한때 메이저리그 입단 제의를 받았던 인천출신의 선수로만 알고 있던게 전부였다. 그런 그에게 관심을 갖게된건 2009년 문학야구장에 직관을 가면서 부터였다. 문학에서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전광판에 사진과 함께 간단한 프로필이 나오는데 특이하게도 초등학교부터의 출신학교가 뜬다. 우연히 보게된 정상호 선수의 출신 초등학교가 나의 모교인 '석천초등학교'라는 사실을 알게된 후부터 알게모르게 정이 가고 관심있게 지켜보게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혈연, 지연, 학연의 병폐가 얼마나 심한지 익히 알고 있기에 가급적 그런건 잘 따지지 않으려고 하는 나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건 어쩔수없는 인지상정인듯 하다. 나이로 따져보니 5년 후배인데, 한때 리그를 호령했던 현대 유니콘스의 투수 위재영 선수와 메이저리그 보스턴에 입단했다 은퇴한 권윤민 선수 등을 배출한 인천의 야구 명문이었으나 몇년전 야구부가 해체된 나의 모교 석천초등학교.

동창중에도 비록 프로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는 거의 없지만 한때 나도 야구가 하고싶어 야구부에 입단테스트를 받고 1주일 동안 입단했다가 엄마의 만류로 그만둔 나이기에(그때 야구를 계속 하지 않은건 지금 생각해봐도 다행인듯. ㅎㅎ) 석천초등학교 야구부는 유년기 나의 로망이었으며 아련한 추억의 대상이다.

고등학교를 제외한 중학교와 대학교까지 야구부가 있는 학교를 나왔는데 대학교 선후배를 따지자면 야구계에 한두명이 아니기에 대학교를 따져가며 응원하기도 뭐하지만 중학교는 1년 선배인 박진만 선수와 같은 학교를 나온탓에 지역연고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야구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의 정상호 선수와 박진만 선수는 유독 애정이 가는 선수중 하나이다.




정상호 선수는 워낙 체격이 좋고 힘이 좋아 '터미네이터'라는 공식(띠전광판에 나오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잔부상에 자주 시달린 탓에 별명과는 달리 '유리몸'이라는 오명아닌 오명을 들어야만 했고 올해도 완전치 않은 몸을 이끌고 경기에 나오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로즈'라는 별명이 있길래 이유가 궁금했는데 처음엔 좀 뜬금없긴 하지만 정상호 선수의 취미인 십자수와 관련이 있는것이 아닌가 막연하게 추측했지만 우연히 알게된 사실은 초등학교때 장미반 출신이었다는 이유로 '로즈'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석천초등학교에는 1~3학년에는 개나리반, 4~6학년에는 장미반이 있었는데 단순한 학급의 이름이 아니라 조금 지능이 떨어지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만 모아놓은 일종의 특수학급을 이르는 말이라 개나리반이나 장미반이라 하면 당시 교내에서 상당히 모자라는 아이 취급을 받는 곳이었다.

정상호가 그런 장미반 출신이라는게 조금 이해되지 않는데 동창중 한명이 인터넷에 띄웠다는 설도 있고 다른 동창은 아니라고 반박하는 글도 있다는데 뭐가 진실인지는 직접 정상호 선수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수는 없을듯 하다.




다른 팀에서라면 충분히 주전자리를 차지할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김성근 감독이 'SK 와이번스 전력의 반'이라 말하는 박경완 선수의 그늘에 가린 그이기에 한편으로 짠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본인의 인터뷰에서 그것도 운명이고 나름의 배움이 많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그의 마음됨됨이가 기특하기만 하다.

큰 산에 가린 자신의 처지를 탓하기 보다 그 안에서 미래를 위해 준비해온 정상호 선수. 나중에 난 뿔이 더 우뚝하다는 말처럼 박경완 선수의 장점을 취하고 본인이 원래 지닌 장점을 살려 앞으로 'SK 와이번스 전력의 팔할'로 거듭날 그날을 기대해본다.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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