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님의 야구를 보면 중국의 고전 노자(老子)에 나오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천지불인이란 직역하면 하늘과 땅이 어질지 않다는 말인데, 의역하면 자연은 인간에게 가차 없고 인정사정 없지만 자연 그대로의 소임을 다한다는 뜻이다.
이번 일본 지진에서와 같이 자연재앙이라는건 착한사람이나 나쁜사람을 가려서 닥치는게 아니라 인정사정없이 모든 사람에게 예외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 먹고 살아가고 자연에 의지해 살아간다.
감독님의 야구를 보면 때론 독하다 싶을 정도로 가차없을 때가 있고, 노장이나 과거의 이름값으로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실력위주로 발탁하고, 식사도 코치나 선수와는 절대로 같이 하지 않을정도로 사적인 감정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며, 아무리 대선수라도 그 선수의 눈을 보고 잘못을 지적할 정도로 지도자로서의 냉철함을 잃지 않으신다.
남들이 야구의 신 어쩌구 해도 본인 스스로는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죽는날까지 야구를 공부하며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열정을 갖고 계시고[不恥下問] 야구에 관한한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으신 분인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감독님은 정이 참 많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많은 선수와 코칭스탭, 그리고 팬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을수는 없으니까. 다만 본인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이 사사로운 감정에 이끌리지 않도록 자신만을 보고 따라오는 자식같은 제자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고독하고 힘들게 세상과, 그리고 자신과 싸우고 계신것이다. 늘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한평생을 살아오신 거다.
항상 벼랑끝에 서있다는 심정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든 자신이 가진 최선을 다하자는 철학을 견지하니 어찌 대붕(大鵬)의 깊은 뜻을 참새들이 알까.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감독님의 야구철학을 노자에 빗대 말하자면
김성근 감독님의 야구는 어질지 않다. [野神之野球不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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