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인터뷰. 2018.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달라지지 않은 것은 또 있었다. 그의 쓴소리. 한국 야구를 걱정하는 김성근(76) 감독의 시선은 새로운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FA 제도, 베테랑 경시 풍조 등을 향하고 있었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을 지난 19일 서울 청담동 모처에서 만났다. 일본 프로야구 신흥 명문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코치 고문' 부임을 앞두고 있는 김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를 향한 진심어린 걱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이제 소프트뱅크 야구를 매일 봐야 하기 때문에 KBO리그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정운찬 신임 KBO 총재에게는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새로운 총재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기존에 해왔던 것을 이어가는 총재가 되면 안된다. 혁명을 일으키는 총재가 돼야 한다.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서 올바른 귀가 필요하다.
지난해 국가대표팀이 일본에 참패한 것을 보니 제3회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20점 차 넘게 졌을 때의 느낌이 나더라. 큰일났구나 싶었다.
단순한 수준 차이보다 의식의 차이다. 그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KBO, 각 구단들이 야구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한국나이 77세에 재취업을 했다. 야구계는 물론이고, 일반 사회에서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일본 전체 코치 중에도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 나를 불렀다는 것에서 거꾸로 왕정치 회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나이먹으면 버린다. 장점을 살려야 한다면서 장점이고 나발이고 나이 먹으면 자른다. 김인식 감독도 얼마 전에 만나보니 기억력이 굉장히 좋고 건강하더라. 그 좋은 감독을 놔두고 감독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선입견이 문제다. 나에게도 선입견이 있다. 이번에 소프트뱅크 측 실무자가 와서 나를 만나더니 '소문하고 전혀 다르다.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기다림이 없다. 성급하게 움직인다. 내가 SK에 있을 때는 코치들이 스스로 나간다고 하기 전까지 코치진을 바꾸지 않았다. 그게 성공의 요인이었다.
SK에서는 우리 세대에 희망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나이 먹은 사람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생각, 행동만 바르게 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성근 야구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나 공감하는듯 하다. 계속해서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열정에 나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선수들을 보면 이놈들 뭐하나 싶다. 나보다 늘어져 있다. 얼마나 자기 몸 속에 사명감이 있느냐 차이다.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FA 계약 상황은 파악하고 있나.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미국 갔다 돌아오는데 100억원 가까이 주는 것은 넌센스다. 야구를 하고 싶은 것에서 돈을 벌어야지,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한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한 번, 미국에서 한 번, 돈을 두 번 벌게 된다.
이럴거면 FA 제도를 없애야 한다. FA 제도가 야구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돈을 많이 번다고 기술 향상이 안된다. FA가 가까워지면 부상을 피하려고 몸을 아낀다. 그런 모습을 아래 선수들이 보고 배운다. 그렇게 전체가 가라앉는다. 지금 선수들의 목표는 기술보다는 돈이 목표인 것 같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인터뷰. 2018.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베테랑들이 찬밥 신세가 되면서 김성근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는 말이야, 유행을 너무 따라간다. 자율야구가 생기니 전체가 자율야구를 했다. 내가 관리야구를 하니 관리야구가 많아졌다. 자율과 관리는 똑같다. 자율 속에 관리가 있고, 관리 속에 자율이 있다.
세대교체를 한다는데, 세대교체 할 선수가 있나. 맥주를 따를 때 살살 따라야 거품이 안난다. 급하게 따르면 컵에 남는 것은 죄다 거품이다.
2007년 SK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치고올라가다 떨어졌다. 그걸 베테랑들이 받쳐줬다. 신구조화가 됐던 것이다. 작년 KIA도 그랬다.
특히 김주찬의 플레이가 컸다. 김주찬이 한국시리즈(2차전 런다운 상황에서) 홈에서 산 것은 경험이 있었으니 가능했다. 어린 선수들은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없다. 그게 없었으면 KIA는 우승 못했다. 양현종도 물론 잘했지만, 김주찬의 그 플레이가 없었다면 나올 기회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갈곳을 잃은 정성훈을 품에 안았다.
▶이명기 등 젊은 선수들이 내년에도 잘 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정성훈이 그런 공백을 받칠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이 은근히 욕심이 많다. 고집도 있고.
우리나라는 우승하고 선수를 보강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KIA는 선수를 보강했다는 점이 의미있지 않나 싶다. 선수가 보강되지 않으면 선수들의 위기의식도 사라진다. 올라가면 내려가게 돼 있다. 내려가기 전에 준비를 하는 것이 강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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