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이동걸(32)은 빈볼 논란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2007년 데뷔 후 처음으로 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다.


데뷔 9년 차 이동걸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한 뒤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까지 거둔 통산 22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45라는 성적이 그를 대변했다. 





올해는 출발이 조금 다르다. 첫 등판이었던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황재균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마운드에는 이동걸이 서 있었다. 2군을 전전하던 투수의 시즌 첫 1군 등판. 이동걸은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이후 이동걸은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는 않았다. KBO리그 규정이 수정됐다. 이동걸은 그제야 언제 다시 1군에 올라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동걸은 "김성근 감독님께서 더 운동에 매진하라고 하셨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셔서 큰 힘이 됐다. 오히려 내가 더 걱정된다고 하셨다. 엔트리에서 내 이름이 안 빠져서 더 각오를 다지게 됐다.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나를 안아주신 것에 대한 보답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회는 곧 찾아왔다. 이동걸은 25일 홈 SK전서 팀이 2-4로 뒤진 7회초 1사 만루에서 배영수에 이어 등판했다. 이동걸이 2.2이닝을 1실점으로 막는 동안, 타선이 9회말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감격스러운 이동걸의 첫 승이었다.


첫 승 공을 바라보는 이동걸의 심정은 남달랐다. 그는 "누구에게는 쉽게 할 수 있는 1승이지만, 나는 참 오래 걸렸다. 늘 2군에 머물렀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덕분에 이런 기쁨을 누리게 됐다. 9년이라는 시간의 아쉬움보다, 지금 1승이 좋다"면서 활짝 웃었다. 


그의 야구는 음지에서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그는 "야구는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다. 프로구단에 속해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9년을 뛰었다. 매년 조금씩은 1군 문을 두드렸다. 이 고비만 넘어가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비로소 1군에서 첫 승을 올렸다. 이동걸은 "점수 차가 적은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기용해주셔서 감사하다. 팀이 이겨서 승리투수가 된 것이지, 내가 잘한 건 아니다"라면서 "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상황에서 흔들려 볼넷과 안타를 내준 게 아쉽다. 오늘 경험했으니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곱씹었다.


김성근 감독은 "권혁, 박정진을 쓰지 않고 처음 이겼다. 이동걸이 고비를 잘 막아줬다"고 칭찬했다. 점점 이동걸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이동걸은 "나에게는 매 경기가 간절하고, 소중하다. 못하면 언제든지 2군에 내려갈 수 있으니까. 부족한 점을 하루빨리 보완해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내 첫 승보다는 팀의 승리가 더 기쁘다. 팀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선수들이 느끼고 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겨울에 고생한 만큼, 쉽게 지고 싶지 않다. 나도 팀 승리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상숙기자



출처 :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111&article_id=0000421847&redirect=false&redirect=true

Posted by 개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