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 이상학 기자] "보다가 울었어".
한화 김성근(73) 감독은 휴식 일이었던 지난 20일에도 변함없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했다. 오후 2시부터 선수들이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으로 나와 훈련을 시작한 가운데 김성근 감독이 조금 늦게 나타났다. 김 감독은 "나오기 전 영화 한편을 보고 왔다"고 했다. 지금은 해체되고 사라진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이 바로 그것이었다.
김 감독은 "오늘 영화감독이 편집한 것을 가져와서 봤다. 보다가 울었다. 그거 보면 누구나 울 것이다. 우리 선수들도 영화를 봐야 할 것이다. 야구가 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 원더스를 중심으로 둘러싼 선수들과 팬들의 이야기를 담아 야구가 갖는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의미가 있었다.
김 감독은 "1년 내내 원더스 경기를 보는 어린 아이가 있는데 팀이 해체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울더라. 내가 한화에 오게 된 후 원더스 훈련장에 갔을 때 '펑고 치고 싶다'고 한 장면도 있더라. 한화에 온 이상 더 이상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었다. 내가 봐도 눈물이 나오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영화 제목이 '파울볼'이라는 것도 흥미를 끈다. 김 감독은 "제목을 잘 붙였다. 파울볼이라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파울볼은 다시 칠 수 있다. 아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 아닌가. 한 번 실수했을 뿐이지 실패한 것이 아니란 의미가 있는 것이다"며 파울볼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영화 '파울볼'을 한화 선수들이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선수들도 야구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야구팀이 해체돼 하고 싶은 야구를 못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나. 야구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 그걸 알고 야구를 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영화를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한화는 김 감독 부임 후 지난해 가을부터 봄 캠프까지 지옥의 훈련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치른 연습경기에서 연일 고전하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3전 전패. 김 감독은 선수단과 미팅에서 이처럼 야구에 매달릴 것을 주문했다. 파울볼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지금 실수는 있어도 아직 실패한 것은 아니다.
한편 영화 '파울볼'은 지난해 2월부터 원더스가 해체될 때까지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내달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굉장히 감명 깊었다. 1년 내내 따라다니며 열심히 찍었는데 영화가 아주 잘 나왔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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