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가을 김성근 감독 GQ 인터뷰


한국 프로야구의 일급 투수들이 일본야구에 입성한 이후, 그들의 야심은 대부분 평범한 수준으로 마운드에 뒹굴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고, 그것이 한국 투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정교한 품평을 듣기 위해, 투수출신 김성근 감독에게 물었다.

GQ>> 본론으로 곧장 들어가면, 선동열을 제외한 나머지 일본진출 투수들은 한국 마운드에서의 맹활약과 달리 대부분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고, 또 기록 중이다.

김성근>>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응 능력이 아닌가 싶다. 선동렬도 첫해에는 자기 고집대로 하다가 실패하지 않았나. 자신의 실력만 믿었다가 일본야구가 우리보다 한 단계 위라는 걸 깨닫고는 모든걸 바꾼뒤 성공한거다. 

반면 정민태나 정민철은 자신들이 스타였다는 마인드 안에서 갇혀있었고, 한수위인 일본야구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다. 야구라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있는거고, 그 상대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갖고 있어야지, 막연하게 시합에 임하는 건 문제다. 싸움이라고 하는 건 1:1, 2:1, 3:1 싸움이 모두 달라야 한다. 당연히 대처능력도 달라야 한다. 

실제로 일본에 갔을 때 두 투수에 대해 질문했더니 "가르쳐줘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더라. 정민태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다. 하지만 일본타자들에게 물었더니 "제구력이 좋으니까 더 치기좋다"라고 말한다. 홈베이스에 볼을 옆으로 세우면 6개가 들어간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일급투수가 되려면 7개까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6개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거라면, 7개째는 볼과 스트라이트에 공이 반쯤 걸쳐있는 거다. 그보다 수준이 높은 피처는 8개를 가지고 있고. 만약 슬라이더를 던지더라도 홈베이스 앞에서 도는 것과 홈베이스 뒤에서 도는 슬라이더를 구사해야 한다. 뒤에서 도는 슬라이더는 보통 기술이 아니다. 한국에서 늘 대우받고 고민하지 않다가 일본야구에 진출하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인터뷰에서는 수시로 "한국 선수를 무시한다"는 해명성 코멘트만 던졌다. 정신적인 면에서 처음부터 도망가는 구실을 만들었던 거다.

GQ>> 첫시즌에서 적응에 실패한 선동열이 두번째 시즌을 준비한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김성근>> 첫번째 해에 실패하고, 두번째 해에 내가 감독하고 있던 쌍방울로 찾아온 일이 있다. 거기서 피칭폼 연습도 하고 그랬다. 당시 선동열의 고민 중 하나는 1루에 주자가 나갔을 때 도루를 많이 허용하는 거였다. 그래서 퀵 모션을 연습하라고 조언했다. 

하루는 선동열에게 찾아갔더니, 연습 투구를 2백개 정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며칠 지나서 다시 던지냐고 물었더니, 내일 또 2백개를 던진다고 하더라. 그런 피칭 수는 해태시절의 선동열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해태 시절 선동열이 던진 연습 투구수는 2개월에 4백개 정도였다. 그걸 이틀 만에 다 던진 거다. 그건 새로운 것에 도전했을 때 자기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빨리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GQ>> 앞서 정민철의 제구력이 장점이었다고 언급했는데, 일본에 진출한 한국 투수들의 장 단점에 대해 선수별로 품평한다면?

김성근>> 정민철의 슬라이더는 아직까지도 알면서 공략 못하는 한국 타자들이 많다. 커브도 괜찮은 편이다. 그게 한국에서는 먹혔다. 하지만 슬라이더는 일본 타자들이 어느정도 공략하는 구질이다. 

일본에서 가장 잘먹히는 공은 포크볼 계통이다. 물론 포크볼을 던질수 있다는 것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포크볼에도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포크볼이 있고, 내야 땅볼을 잡을 수 있는 포크볼이 따로 있다. 그런 수준에서 포크볼을 던지고 있는냐가 중요한 거다. 

정민철이 슬로 커브를 던지고 슬라이더도 곧잘 던졌지만, 그 구질을 노리고 들어온 일본 타자들은 대부분 그 공을 공략했다. 그런 상황에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거다. 

또 한가지, 정민태의 경우 컨트롤이 좋다고 말하지만, 그 컨트롤에서 볼을 하나 정도 빼거나 넣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것, 그것만이 일본야구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엔 이르지 못했던 거다. 

조성민 같은 케이스는 포크볼 계통은 많이 던졌지만, 볼 컨트롤 능력이 없었고, 게을렀던 게 가장 문제였지 않았나 싶다. 포크볼 밖에 없는 선수를 7년짜리 장기계약으로 묶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팬들이 있을 지 모르지만, 그게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의 여유이다. 

현재 오릭스에서 뛰고 있는 구대성은 장/단점을 논하기 전에, 이번에 대표팀에 뽑힌 것을 언급하자면,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크게 활약할 것 같지는 않다. 재미있는 승부를 했던 시드니 올림픽 때의 생각으로 던지면 큰코 다칠 거다. 당시에는 상대 타자들이 구대성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지금은 일본 야구에서 어느 정도 노출된 상태다. 아마 활약 정도를 시드니 때의 50%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구대성은 구질이 단조로운 투수다. 스피드를 무기로 던지지만 컨트롤이 좋은 편은 아니고.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을 잠깐 언급하면, 그들은 늘 지금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반면 한국야구, 혹은 선수들은 그자리에서 멈추려는 경향이 강하다. 스타니까, 3할쳤으니까 등등의 생각에서 안주하는 거다. 실패에 대한 아쉬움도 별로 없고 만족만 있을 뿐이다. 당연히 발전이 없을 수 밖에 없다. 

구대성도 비슷한 경우다. 포크볼을 던질 수 있었다 하더라도 거기서 볼포크, 스트라이크포크, 약간 높이 던지는 포크 등의 구질 개발에 대한 노력이 없었다. 이상훈은 일본에서는 어느정도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본야구는 제구력이 있고 어느정도 볼스피드가 있으면 먹힌다. 이상훈은 사우스 포인데다 볼까지 빨랐으니까 통했다. 게다가 길게 던지지도 않았고. 

투구패턴을 놓고 미국과 일본야구를 잠깐 비교하면, 미국은 빠른 볼에 대한 대처능력이 있는 반면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일본은 변화구에 대한 대처가 되는데 빠른 볼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 정민태가 일본에서 먹히지 않았던 건 볼 끝이 살아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상훈이 미국에 갈 때 안될거라고 예상했던건 변화구가 없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던지는걸 보니까 이지볼만 던지고 있었다. 그정도 볼 빠르기의 투수, 144km정도 던지는 투수는 미국에는 차고 넘친다.

GQ>> 이미 일본야구가 한국야구보다 한단계 위라고 지적했는데, 크게 나눠서 볼 경우 한국과 일본야구의 투수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성근>> 요즘 분위기를 말하면, 한때 스트레이트 계통, 즉 빠른 직구를 구사하는 투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없어졌고 변화구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려는 투수들이 많다는 거다. 하지만 다시 얘기하지만, 던질 줄 안다는 것과 무기로 삼는 건 분명히 다르다. 

예를 들어 한 명의 투수가 포크볼을 자신의 무기로 삼기 위해선 1년 정도의 시간도 부족하다. 일본의 경우 톱클래스 피처들도 1년, 2년 정도 연습해도 겁이 나서 시합때 쓰질 않는다. 확실하게 구질을 익히지 않으면 절대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투수들은 확실하든 말든 쓴다. 그게 어쩌다 통하면 먹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 수준보다 늘 위를 바라봐야 하는데, 상대타자가 잡히니까 거기서 멈춰 버린다. 그건 강한 게 아니라 상대타자가 약한 거다 그걸 빨리 깨달아야 한다. 시합 때 인코너에 던지려던 투수의 의도와 달리 공이 아웃코스로 날아갔는데 타자가 헛치면, 그건 투수가 잘 던진 게 아니라 시합에 문제가 있었던 거다. 

일본 투수들의 경우 그런 실수가 생기면 고치려고 노력하고 연구하는 반면 우리 투수들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투수코치들이 존재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지적하는 코치가 드물다는 것도 문제다. 사람들은 내 투수 조련방식을 원시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합을 연습처럼, 연습을 시합처럼"이라는 말만큼의 진리는 없다. 하지만 우리 투수들은 연습투구를 하면서 그 정도로 긴장하고 집중력있게 던지지 않는다. 팡팡팡 던지고 끝내버린다. 

처음 LG에 갔을 때, 이승호와 이동현이 모두 그렇게 볼을 던지고 있었다. 훈련 캠프에서 이동현이 볼을 던질 때, 미트를 댔더니 그 안에 꽂히는 공이 10개중에서 2-3개정도였다. 그건 아마추어 실력이지 프로가 아니다. 프로는 10개중에서 8-9개는 미트를 댄 곳으로 꽂아야 한다. 제구력이 있어야 상대타자들의 약점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캠프기간 내내 지독하게 야단쳤더니 나중에는 10개중에서 평균 7개까지 들어왔다. 문제는 집중력이다. 훈련 때 적당히 던지는데 기술이 늘 수 있겠나. 투수 출신인 입장에서 그런 성의 없는 훈련은 용납못한다. 연습투구때 집중하지 않고 시야를 돌리면 곧장 불호령을 내렸다. 태평양, 쌍방울 때 모두 그랬다. 정명원, 최창호, 오봉옥, 이승호, 이동현 모두 그렇게 훈련시켰다.

GQ>> 일본투수들의 수준은 어떻게 생각하나?

김성근>> 일본투수들의 첫번째 덕목은 컨트롤, 즉 제구력이다. 그 다음이 볼끝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볼 회전. 그리고 타자와의 타이밍을 마운드에서 만들어간다. 미국과 일본 투수들의 투구 리듬에도 차이가 있다. 숫자로 얘기하면 "하나둘셋"하고 던지는 게 미국 투수라면, 일본은 "하나두울셋"하고 던진다. 투구기술로 치면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거다. 우리나라 야구는 하나둘셋, 즉 미국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GQ>> 그런 일본식 야구 패턴을 두고 변칙에 능하다고 말하는건가?

김성근>> 그건 변칙이 아니다. 어떤 감독은 "일본에 갔더니 배울 게 없다"라고 말하지만, 그건 틀렸다. 배울 게 없는 게 아니라 보는 눈이 없는 거다. 아무리 모자란 사람도 뭔가 하나의 능력은 가지고 있는 법이다. 영국 속담에 "도둑질하는 놈은 도둑질할 능력이 있는 거다"라는 말이 있다. 그건 전제다. 영어 못해도 국어 잘하는 사람이 있고, 공부 못해도 운동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눈으로 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거다. 일본야구의 미덕 중 하나는 그런 부분을 보려 한다는 데 있다. 그 선수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보려고 노력하고 키운다는 것. 

한국투수들은 나는 어떤 스타일의 투수니까 어떻게 훈련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하지만 일본 투수들은 나는 어떤 스타일의 투수니까 어떻게 훈련해야하고, 어떻게 볼 배합을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많다. 우리는 A스타일이든, B스타일이든 볼배합이 똑같다. 그렇게 시즌을 치르다 보니까 막히게 되고, 그러다보니까 폼을 바꾼다든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내가 투수로 살아남기 위해서 뭘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대한 창의적인 사고가 부족하다. 

반면 일본은 풍부하다. 선동열의 경우, 한국에서는 몸쪽 붙는 공을 거의 던지지 않았는데, 일본에서는 몇개 던지는 걸 봤다. 한국에서는 얻어맞지를 않으니까 던질 필요가 없었지만 일본에서는 얻어맞으니까. 선수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 중에 그런 말이 있다. "친구가 그리우면 몸쪽에 던지지 마라. 하지만 가족이 생각나면 몸쪽에 던져라." 마운드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져야 하는 생각이다. 그게 프로페셔널이다. 몸쪽에 바짝 붙는 공은 엄청난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이 볼에 대해 무지 민감하게 생각한다. 신사적이 아니다, 야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이게 진짜 기술이다. 여기서 공 하나면 바깥으로 빠지면 곧장 홈런이다. 그 공에서 공 하나가 낮고 높고 하는 건 투수에게 어마어마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승부 세계에서는 남을 의식해선 안된다. 어떻게 내가 생존할수 있는가를 철저하게 고민하는 것이 승부사로서의 사명감이다. 일본 투수들은 시즌 끝나고 가을 캠프에서 볼 던지고, 올시즌에 대한 반성, 내년 에 대한 준비를 한다. LG에 있을때 선수들에게 그런 생각들을 하도록 지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2001년 봄, 내가 LG 2군 감독으로 캠프에 갔을 때, 투수 이승호가 하루에 던지던 피칭수가 30-40개 수준이었다. 일본에서 한달정도 캠프를 차린 동안 던진 피칭수가 6백개도 안됐다. 그걸 하루만에 던지게 했다. 그해 주니치 선수들은 뭘 하느냐 하면, 에이스급 피처가 그해 성적이 나쁘면 가을 캠프에서 10일동안 3천-4천개씩 던진다. 그건 시즌을 끝내고 나름대로 내년 시즌에 대한 목표의식이 있는 선수들만이 할 수 있는 훈련이다. 

우리는 던지면 곧장 쉬려고 한다. 그러면 유지는 되지만 개발은 안되는 거다. 타자는 3타수 1안타를 치면 3할을 쳤다는 데 그치지 말고 3타수 2안타에 대한 아쉬움을 느껴야 한다. 10타석 중에 7타석을 못쳐도 3할은 넘는다. 그때 안타를 때리지 못한 7개 타석에 대해 고민하는 타자가 좋은 타자다. 3할 이상을 치는 타자도 좋은 피처에게 못치는 경우는 약한 타자다. 그것에 대한 반성을 해야한다. 포크볼을 못쳤다, 슬라이더를 못쳤다고 하면 그것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거다. 

투수 역시 마찬가지다. 피쳐 역시 몸쪽이 안들어간다 싶으면 그것에 대한 연구를 해야한다. 그런 연구를 통해서 타자들을 하나하나 압도해가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 스스로의 창의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선수들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야구만 하고 수업에 들어가지 않은 게 문제다. 그런 이유로 야구를 했다는 기억력은 있는데, 창의력은 부족하지 않나 싶다. 물론 국내 투수들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년전에는 이름도 없던 이승호를 봐라. 그건 약간의 차이인데, 그걸 투수 자신이 만들어가느냐, 옆에서 만들어가느냐의 차이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연습, 시합, 끝나서 연습하는 선수가 없다. 왕정치 같은 선수는 현역시절 내내 그랬다. 집에서 스윙하고, 경기장 가기 전에 코치 집에서 스윙하고, 야구장 가서 스윙하고, 시합하고, 끝나면 코치 집에서 다시 스윙하고. 그게 바로 하나의 "道"로 들어간 거다. 야구쟁이가 아닌, 야구"道"가 생긴거다. 우리는 그정도로 안 들어간다. 그러니까 기술도 얇고, 생각도 얇고, 그런 수준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 

옛날 사례일 뿐이라고? 이치로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전교에서 공부로도 3등을 했던 선수다. 공부를 할까 야구를 할까 하다가 공부는 3등에서 1등할 자신이 없는데, 야구는 1등할 자신이 있어서 야구를 선택한 선수다. 성격도 긍정적이고, 남에게 책임을 넘기는 일도 없고, 내 것을 고집한다. 연습량은 가히 엄청난 수준이다. 1년에 와인 한 잔 마실까 말까일 정도로 몸을 위한 절제가 대단하다. 몇 억짜리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을 집에 설치했다가 금세 버렸다. 이유는 야구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시력이 나빠질까봐 TV도 안본다. 40세까지 야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 이상 체력 유지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하루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셈이다. 아침에 잠에서 깬 뒤, 곧장 산보, 아침 먹고 다시 산보, 그런 다음 스윙 연습, 경기장에 먼저가서 티배팅, 다시 팀훈련 때 스윙연습, 시합전에 다시 스윙. 그건 목적의식에서 빚어진 집념이 만들어낸 장면들이다. 목적을 정하고, 계획을 짜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지속하는 것. 그게 야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그게 안되면 야구하지 말아야한다.

GQ>> 현재 한국 프로야구 현역 투수들 중 일본 프로야구에서 통할 만한 투수로는 누구를 꼽을 수 있나?

김성근>> 재미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투수는 기아의 김진우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톱클래스 피처지만 젊은 투수들 중에는 가장 낫다. 볼 스피드도 있고 힘도 좋고 개발 여지가 가장 많은 선수다. 또 다른 재목들은 몇 있지만, 그만한 레벨의 투수는 없다. LG 이승호도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다. 

얼마전 일본 기자들이 와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전망해달라고 질문하길래, 멤버는 일본이 압도적이지만 이승호 카드가 재미있을 거라고 답했다. 145km정도 스피드 나오고 왼손잡이인데다 포크볼이 있으니까 공이 제대로만 들어가면 일본과의 게임이 굉장히 재미있을 거라고. 그거 아니곤 일본에게 이길 카드가 없을 거라고 조금 극단적인 전망을 했다. 이승호도 일본 데려가서 조금만 보완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GQ>> 일부 야구팬들은 '정민태 미스테리'를 언급한다. 굳이 일본에서의 성적을 언급하기 이전, 한국에서의 성적도 대부분 타자들이 잘쳐줬기 때문이라는 거다.

김성근>> 그런 부분도 있긴 하다. 야구는 얼굴이 있어야 한다. 야구선수 얼굴은 명함과 같은 거다. 정민태라는 명함은 한국야구에서는 승부에 돌입하기 전에 이미 한 수 이기고 들어가는 거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 명함이 통하지 않았던 거다. 한국에서는 정민태의 슬라이더 컨트롤이 좋다고 회자됐지만, 일본에서는 볼에 힘이 없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본인 스스로도 고수가 하수를 보듯 승부하니까 한국에서는 편하게 승부한 반면, 일본에서는 그렇게 승부하다간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는 거다.

GQ>> 국내 투수들 중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레벨 업 되겠다고 생각되는 투수는 누구인가?

김성근>> 많다. 무지 많다. SK 엄정욱, 삼성의 왼손잡이 신인피처 등, 젊은 투수들 중에 의외로 재미있는 피처들이 있다. 괜찮은 연습과정을 거치면 어느 수준에 오를 거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투구수가 많아야 한다. 우리나라 피처는 지나치게 연습 투구수가 모자란다. 어깨 다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 야구는 투수의 어깨를 과보호 하는 경향이 있다. 어깨를 다치는 것은 폼때문이다. 폼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팔꿈치에 무리가 오는 거다. 정민태가 올 시즌 2백이닝을 던졌는데도 내년에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을 거다. 왜? 올 시즌 폼이 괜찮았으니까. 

폼 이외에 우리 투수들에게 문제가 되는 건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지나치게 무게가 높은 것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쓸데없는 근육을 너무 많이 붙인다. 러닝부족, 투구수부족도 문제다. 근육은 던질수록 단련되는 거지, 안 던지면 약해지는거다. 약해진 상태에서 던지니까 아픈 거다. 그건 우리나라 야구가 지나치게 미국화된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야구는 던지고, 달리고 있다. 과거에 미국식 자율야구가 도입됐을 때 투수 들에게 "몇개이상 던지지 마라, 뛰지마라"고 하면서 그 이상 하면 패널티를 주던 때도 있었다. 그건 선수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 한국 야구는 선수들이 볼 잡는 시간이 너무 적다. 일본과 미국은 캐치볼을 시작으로 연습하는 동안 4백-5백개 이상의 공을 던진다. 투수의 경우 공을 어떻게 쥐고 어떻게 뿌리느냐를 몸이 기억한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알면 뭐하나. 던지는 과정이 베스트 이론이다. 얼마전에 발표된 아시아선수권 대회 명단을 보면 투수들은 모두 몇년전 선수들이다 그만큼 한국 야구의 피처들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거다. 새롭게 추가된 게 이승호뿐이다. 각팀마다 변화구 피처만 만들었고, 시합에 적응하는 변화구를 만들었을 뿐, 피처 자체는 성장하지 못한 거다.

GQ>> 그렇다면 당분간 타고투저의 추세는 멈추지 않을 거라는 얘긴데...

김성근>> 타자는 스윙 연습을 하는데 투수는 투구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 것에도 영향이 있다. 투수들이 지나치게 어깨를 아끼는 것, 연습피칭 때 절실함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냥 던지고 끝낸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 볼이 반발력이 좋아서 비거리가 너무 나간다는 데도 원인이 있다. 제일 반발력 좋은 게 우리나라, 그다음이 일본, 다음이 미국이다. 미국볼은 약간 크고 멀리 안간다. 공인 규격이 있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일본 볼이 실밥이 제일 매끄럽고, 우리는 실밥이 그 중간이고, 미국은 실밥이 크다. 미국볼이 변화구를 던지기에 좋은 건 실밥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볼은 직구를 던지기 좋다. 하지만 맞으면 일본 볼은 멀리 간다. 동양 선수들이 미국에서 공을 치면 자국에서 쳤을 때보다 멀리 나가지 않는 건 힘에서도 밀리지만 그런 이유도 있다.

GQ>> 질문 하나를 슬쩍 끼워넣자면, 박찬호에 대한 당신만의 전망과 해법이 궁금하다.

김성근>> 박찬호는 이미지 체인지를 해야하지 않나 싶다. 예전에 두번정도 제주도에서 연습하는 걸 본 일이 있는데, 왜 변화구 연습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왼손타자에 약해서 그렇다고 하더라. 그 얘길 들었을 때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예상대로 처음엔 재미를 봤지만, 그 연습을 하면서 스피드가 떨어졌고, 스피드가 떨어지니까 변화구가 평범해졌다. 변화구로 롱런하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그러다 보니까 폼이 다 바뀐 거다. 박찬호의 무기는 스피드 볼과 낙차큰 커브였다. 그게 미국 타자에게 통했던 건데, 그걸 잊고 변화구만 던진거다. 현재 몸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모르지만 폼을 개조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피처들은 스피드가 떨어진다. 그러면서 점점 마운드에서 사라진다. 국내 피처들, 예를 들어 SK의 제춘모 같은 경우 올시즌 체인지업에 재미를 붙여서 늘 그것만 던졌다. 하지만 선발로 나오면 견뎌봐야 2-3회, 4-5회 정도 되면 타자들에게 공략당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는 143-144km정도의 직구 스피드가 올 시즌엔 139km정도로 떨어졌다. 이런 피처들이 국내에 많다. 

올시즌 임창용의 문제는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것에 있었다. 임창용은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피처이지 테크닉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스피드가 좋으니까 한복판에 꽂아도 맞지 않았는데, 올해는 스피드가 없으니까 한복판에 던지면 얻어맞았던 거다. 본인도 거기서 탈피하려고 변화구를 의식한거고 그러다보니까 밑에서부터 던지는 투구폼이 된거다. 그러면서 직구에 힘이 빠져버린 거고 얻어맞는 거다. 

LG의 이동현도 올시즌 포크볼에 의존했다가 망한 경우다. 이승호의 경우는 시즌 초반 직구와 포크볼을 반반씩 섞어 던졌는데, 7월 정도되니까 직구가70%, 변화구가 30%정도로 줄었다. 팔꿈치 부담때문에 그런가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 던지면 팔꿈치가 끝난다. 

물론 이승호는 제1선발이 되면서 승부에 불안을 느끼니까 변화구를 많이 구사한거다. 재미있는 건 그런 과정에서 '이승호는 포크볼'이라는 명함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그런 경우 타자를 상대할 때 그 명함을 역이용할 수 있는 수가 생겨나게 된다. 포크볼을 생각하는 타자에게 직구를 보낸다면 단숨에 먹히는 거다. 예를 들어 조웅천의 무기는 누가봐도 싱커다. 그런데 싱커를 기다리던 타자에게 직구 세 개를 던지면 끝나는 거다. 그런 상황이 오면 피처에겐 계산 속에서 용기가 필요하게 된다. 

답답하게 직구만으로 승부하는 SK 이승호에게 이렇게 말한 일이 있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공은 느린 볼이다. 느린 볼을 어떻게 던지느냐가 피처에게 제일 중요한 거다. 단, 용기가 필요하다. 전력투구해서 삼진 잡아도 공을 세 개 이상은 던져야 하는 거다. 슬로볼을 던져도 펜스 앞에서 잡으면 피처는 그만큼 힘을 아낀게 되는 거다. 피처는 그런 경지에 들어갸야 하는 거다. 타자는 잘쳐봐야 3할이다. 7개는 미스한다. 그걸 계산해보면 두 타자에게 히트를 맞아봤자 주자 1,3루 아니면 1,2루인거다. 3개 안맞으면 된거다. 그렇게 계산해야 한다. 답답하게 직구만 던질 필요가 없는 거다. 초구에 커브 하나 던져도, 초구부터 커브 기다리는 타자는 없다. 그거 맞아봤자 3할이다. 피처는 발상 하나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진다"고

GQ>> 역대 한국 투수들 중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투수는 누구인가?

김성근>> 선동열, 최동원, 송진우 정도. 좋은 투수는 기술도 좋고 머리도 좋아야 한다. 선동열은 양쪽을 겸비했고, 송진우도 그렇고. 최동원은 구위가 좋았고. 한 세명정도. 그런 수읽기 플러스 결단력, 용기, 기술을 겸비해야만 톱클래스 투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결단력과 용기가 없으면 좋은 투수가 될 수 없다.

GQ>> 투수 얘기는 이쯤하고,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흥미로웠던 경기 패턴에 대해 김성근 식 품평을 들려달라.

김성근>> SK가 한창 1위를 달리던 5~6월에 팀코칭스태프에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잘 준비하라고. 7월 올스타 끝나고 삼성과의 첫 시합에 졌을 때 내가 그랬다. 그때 승차가 10게임 이상이었는데 이제 순위에서 미끄러질 거라고 했다. 기자들이 어리둥절해했다. 6월에 이기고 있었지만 내용이 나빴다. 거기에 대한 대책과 반성이 없었다. 결과만 가지고 좋아하는 거였다. 거기엔 반드시 파도가 오게된다. 

앞서 얘기했지만 올시즌 해보고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대책을 세우고 내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리더의 역할이고, 선수의 사고방식이고, 스포츠 세계에서, 승부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다. 항상 강자가 되어야지, 강했다가 약했다가 하는 것은 진정한 강자가 아니다. 시즌 전반기 SK의 경기 패턴을 보면 먼저 득점한 뒤 뒤집혔다가 다시 뒤집어서 이겼다. 이런 시합이 반복되면 엄청 강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진짜 강하다는 것은 득점을 했을 때 더 달아나는 거다. 그렇지 못한 건 디펜스가 나쁘다는 거다. 디펜스가 나쁜 야구는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투수진도 비슷했다. 

시즌 초기에 송은범이라는 투수의 투구가 굉장했다. 시즌 초여서 스피드도 좋고 컨트롤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그랬다. 5월말이나 6월에 이 피처의 구위가 확 떨어질 거라고. 그대로 됐다. SK 피처들 대부분이 그렇게 될 거라고 했는데, 그것 역시 현실화됐다. 왜? 연습투구가 모자라고 피칭폼이 완전하지 않았으니까. 스피드만 떨어지면 상대 타자들에게 두들겨 맞을 거라고 계산했다. 조범현 감독이 4강에 들어간 뒤에야 깨달았다고 말하더라. 

요즘 프로야구가 재미없어지는 것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 물론 야구는 승부를 겨루는 거다. 하지만 거기엔 내용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는 단지 승부가 아닌 그 안에 있는 코드화된 것, 테크닉을 보여줘야 한다. 그걸 팬들이 보게 만들어야 한다. 요즘 프로야구를 뒤에서 보다보면 무의미한 작전들이 너무 많다. 만약 번트를 한다면 그 다음다음 수까지 읽은 다음에 번트를 할지말지 결정해야한다. 러너가 퍼스트에 나갔다고 해서 무조건 번트를 대는 건 난센스다. 그건 아마추어 야구다. 그 다음에 득점을 낼 수 있는 타자가 누구이고 피처하고의 상대타율은 어떻게 돼있는지를 보고 득점확률이 높을 경우에 번트를 대는거다. 아무 계산없이 번트를 대는 것은 무의미한 거다.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는게 프로페셔널한거다. 

만약 1회부터 번트를 댔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시한 번트의 배경이 뭔지에 대해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날 시합의 흐름을 놓고 9회까지 계산을 해보고, 오늘은 3점승부다 싶을 때 지시하는 번트와 나갔으니까 무조건 지시하는 번트와는 질적으로 다른 거다. 야구팬들의 눈도 이제는 어느정도 올라와있다. 그것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야구팬들은 처음에 치고박고 하던 게임만 보다가 이제 승부를 보러온다. 그다음에는 승부의 내용을 깊이 보게 돼야 야구를 음미하게 된다. 야구는 이제 '보는'단계에서 '음미'하는 단계로 가야한다. 그러면 고정팬이 생기고 야구를 즐기게 된다. 하지만 지금 단계는 야구를 '보러'오는 관중들이 대부분이다. 그걸 음미하는 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게 선수와 감독이다. 그리고 그게 프로페셔널한 자세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프로페셔널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을 쉽게 하는 거다. 어려운 기술을 어렵게하는 건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다. 예를 들어 다이빙캐치를해서 파인플레이를 했다고 박수를 받았을 때도 생각할 거리가 있는 거다. 왜 다이빙캐치를 가운데서 못잡았느냐고 물을 수 있는거다. 타자를 읽고 수비위치에 미리 가있었다면 쉽게 잡을 수 있는 볼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잘 해야 디펜스를 잘하는 거고, 프로인거다. 그런 계산 저런 계산 다 집어넣고 코드화한 다음에 승부를 벌이는거지, 치고박고 하는 것만이 승부가 아닌 거다. 그렇게 하다보면 야구가 지나치게 담백해진다. 야구는 볼 하나하나를 던지는 동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는 유일한 스포츠다. 생각할 수 있는 여지라는 건 데이터가 머리 속에 있어야 하고 그것들을 기술로 해서 오늘의 움직임, 현재의 움직임을 읽도록 코드화해야 하는거다. 그건 감독은 물론 선수에게도 필요한 거다. 플레이어도 머리를 써야 한다.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의 컨디션을 보고 수비위치를 잡아야한다. 거기에 코드화한 기술이 있는거다. 그게 바로 고수들끼리의 싸움이다. 수읽기다. 그게 바로 프로의 싸움이고 기술이다. 그런 수들이 없으면 재미없는 야구고 담백한 야구다. 

예를 들어 이런 것도 있다. 톱클래스끼리의 정민태와 이종범, 이승엽과 정민태. 톱클래스끼리의 싸움이라는 게 맛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레벨업되어야 하는데 그런 승부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다시 선수들 얘기를 하면 끊임없이 고민해야하는 게 자신의 몸에 필링이 오는 것을 느끼고 유지해야하는 것 때문이다. 그걸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거기서 멈춰버린다는 거다. 올해 이승엽이 홈런기록을 세웠지만, 1년 내내 타격폼이 흔들렸다. 수십번 바꿨다. 우리나라 타자 중에 1년 내내 자기 타격폼을 가져가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팬들입장에서는 놀랄일이겠지만, 시즌 중에 홈과 어웨이 경기를 하면 8번정도 만나는데, 볼때마다 바뀐다. 그건 뭐냐? 기술에 대한 갈등이 없다는 거다. 

반면 이치로는 폼이 안 무너진다. 요는 하이테크니션이라는 거다. 로테크니션은 히트 하나 하면 거기서 끝낸다. 예를 들어 이승엽이 56호 홈런을 쳤다. 하지만 그게 베스트였을까에 대해 본인이 고민해야 하는거다. 물론 결과는 홈런이지만 그게 자신이 원하는 타구였는지를 고민하고 캠프에서 노력해야한다. 이승엽에게도 몇번 얘기했지만, 가운데서 약간 빠지는 곳이 이승엽의 홈런존이다. 그걸, 자신이 어떻게 타격을 가져갔을 때 레프트로 갔는지, 센터에 갔는지, 라이트에 갔는지를 늘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다. 자신이 타격한 의도대로 간 건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이승엽이 그런 얘길 했었다. 제대로 맞았다하는 볼이 파울이 생길때가 많다고.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뭔지 밤새 고민하고 스윙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짜 스윙이 나온다. 프로는 무대 뒤를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자신이 노력하고 고생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진정한 스타는 깨끗하고 화려한 부분만 보여야 한다.

에디터/문일완


편집후기

뚝섬체육공원을 걷는 두 사내의 대화. "감독님, 올 코리안 시리즈는 누가 먹을까요?" "아무래도 현대가 아닐까 싶어" "그럼 준플레이오프는요? 당연히 삼성이겠죠?""NO, SK가 이길거야." "네? 삼성이 진다구요?" "데이터가 말해주는데 뭘. 삼성은 팀분위기도 좋지않고 마해영의 플레이도 시원치 않아. SK가 이겨. 그리고 기아도 SK에게 힘들거야" 

일단 여기까지. 컨트리뷰터 촬영을 위해 포토그래퍼가 포즈를 요청했을 때, 이 에디터, 공원 밖 먼 하늘을 보며 표정 챙기고, 잠깐 딴 생각을 품었다. "아, 천하의 김성근 감독도 오판을 하는구나. 아시아 홈런기록을 작성한 국민타자와 스타급 선수들로 라인업을 짜도 여분이 생긴다는 팀구성, 그 팀을 19년만에 우승으로 이끈 명장 김응용, 썩어도 준치는 될 것같은 투수 임창용 등이 버젓이 덕아웃에 있는데 SK같은 뒷심 약한 팀에게 무너진다니. 그런 무지막지한 예상 코멘트를 수박씨 뱉듯 0.00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던지시다니. 게다가 무등산 타이거들마저 SK의 젯밥이 된다고? 아무리 기사 본문에 담지 않을 내용이라고 감독님이 그런 헛제삿밥 같은 말씀을 하시다니. 오오, 감독님, 우리들의 감독님!" 하지만, 으슥한 곳에 품어뒀던 에디터의 생각은 단 며칠만에 일괄삭제의 운명을 맞았다. 하일성 해설위원의 입을 통해 스포츠 뉴스가 경기 복기를 했으니 여러분들도 모두 아실터. 오오, 바둑왕 이창호에게 붙은 신산(神算)은 분명 김성근 감독의 몫이기도 했던 거다. 이 자리를 빌려 비굴한 인사말씀 한마디. "감독님 부디 3류 스파이 수준의 의심과 어설픈 속셈을 품었던 에디터의 아둔함에 자비를, 자비를" ^_^;;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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