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는 고양 원더스 선수들.
한국 프로야구 첫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 그들의 태동은 지난해 7월경 시작됐다. 프로야구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로 팀을 꾸려 2군(퓨쳐스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 목표.
그러나 당시엔 리그 합류 문제에 반대가 많았다.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자칫 물을 흐릴 수도 있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관계자는 "몇몇 구단에서 "어지간한 대학팀 만도 못한 실력이면 아무리 2군이라도 짐만 될 수 있다"고 했다. 누구도 자신있게 "아니다"라고 하기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였다. 팀별로 방출된 선수들로만 구성되는 팀. 게다가 지난해엔 NC다이노스 창단이 결정되며 선수 수급이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다. 방출 선수 중에서도 쓸 만한 선수는 모두 NC행을 택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2군이라 해도 경기수가 늘어나고 이동이 많아지면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전 경험에도 도움이 안될 경기라면 팀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일단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KBO 관계자는 "일단 관심 자체가 많이 높아졌다. NC와 함께 고양 원더스도 합류하게 되면서 팬들은 물론 언론도 퓨쳐스리그로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올해는 그동안 우리가 퓨쳐스리그서 해보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고양 원더스가 어느 정도 실력을 보여줄 지는 알 수 없다. 김성근 고양 감독도 "투수가 몇 명만 더 있었으면..."하며 한숨을 먼저 내쉬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 하나만큼은 리그에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 원더스의 열정이 적막이 흐르던 퓨쳐스리그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고치 전지 훈련 중인 고양 원더스는 현지에서 훈련 중인 일본 프로야구 2군, 사회인 야구, 독립리그 팀들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예상보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꽤 선전 중이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중 덕아웃에 좀처럼 앉지 않는다. 덕아웃 옆에서 지켜볼 때 투수들의 장,단점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꾸 덕아웃을 쳐다보게 된다고 했다. 그곳에서 전해오는 강한 열망 때문이다.
김 감독은 "공 하나만 잘 골라도 박수 치고 소리를 지른다. 점수라도 나면 정말 난리가 난다. 매일이 한국시리즈 같다. 아이들 그런 모습을 보면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든 이기게 해주고 싶어진다. 더 고민하고 더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더 머리가 아프다"며 웃어 보였다.
요미우리 연수 전 김 감독에게 인사차 고치를 들렀던 김재현도 비슷한 말을 했다.
"솔직히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2군에 정규 편성이 된 것도 아니고 당장 돈을 제대로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연 그 속에서 희망을 갖고 지옥 훈련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고치에 가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그 엄청난 훈련을 하면서도 행복해 하더라. 어떻게든 해보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었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이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부상당한 팀의 주축 선수들은 1군에 올라오기 전 퓨쳐스리그서 재활 경기를 뛴다. 그러나 결코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않는다.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2군 경기에서 1군 선수가 집중력을 갖는 건 쉽지 않다. 관중도 없고 선수들의 열정도 떨어진다. 괜히 경기에 나섰다가 부상당할 위험성만 크다. 2군 선수들이 의욕을 보여주길 기대하지만 여러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고양 원더스가 기대되는 이유다. 그들의 열정이 지금처럼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맥이 풀려 있던 한국의 퓨쳐스리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다. 그 열기가 팬들에게 전해지고 또 관심을 이끌어낼 수 만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들이 한국 야구에 축복처럼 내리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column/jcw/view.html?gid=9851&newsid=2012022511180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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