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첫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가 본격적인 국내 경기에 돌입했다. LG 2군과 가진 2차례 경기서 1승1패. 첫 경기서 5-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지만 두 번째 경기서는 5-17로 완패했다. 1차전은 매우 알찬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2차전서는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은 주눅들거나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이미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수 고양 원더스 수석 코치는 "사람들은 내게 늘 "(지옥 훈련을 통해)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늘었나요? 프로에 갈 만한 선수가 나올까요?"라고 묻는다. 대답하기 전에 아쉬운 것이 한가지 있다. 우리 선수들이 처음 훈련할 때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그때 우리 선수들을 보고 지금의 모습을 봤다면 그런 질문 자체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 원더스는 그런 팀이다. 프로에 지명받은 선수조차 많지 않다. 프로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프로 구단에서 짤린 선수들의 이력은 더 기가 막히다. 주차 관리원이나 대리 운전, 헬스클럽 트레이너 등으로 일하다 다시 방망이나 글러브를 집어 든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4번 타자 안태영은 타자도 아닌 투수 출신이다. 그나마 지난 6년간은 제대로 된 야구를 해보지도 못했다.
이런 선수들이 모여서 했던 첫 야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야구'를 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풍경들이 훈련장 곳곳에서 계속됐다. 김 수석은 "정말 이 선수들로 프로 팀들과 야구라는 걸 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성근 감독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주관으로 치르는 경기수(48경기)가 적은 것에 큰 아쉬움을 갖고 있었던 그다. 하지만 "기존 구단들이 원더스의 기량이 대학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을 걱정한다"는 의견에는 허탈한 인정의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공도 제대로 쫓지 못하는 내야수, 타구 방향 예측이 엉망이어서 늘 공과 반대쪽으로만 뛰던 외야수, 기껏 공을 잡고도 송구는 패대기만 치던 선수, 한 투수는 투구가 늘 자기 발 앞에 떨어지곤 했었다.
그러나 60여일이 흐른 지금, 원더스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여전히 어색하고 투박하지만 그런대로 '야구단'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프리 배팅에서도 펜스 근처로 공을 보내지 못하던 선수들은 연신 홈런 타구를 만들어내고, 제법 마운드의 승리조를 갖추게 됐다. 드디어 '야구'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 온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티베이션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아이들을 통해 또 배우고 있다. 지금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 중에는 처음엔 도저히 안되겠어서 여기서도 방출될 뻔한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하려고 덤벼들고 좋은 교육을 받고 나니 정말 많이 바뀌었다"며 ""지금 우리 선수들이 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다. 하지만 여전히 더 나아질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다. 한계를 정해놓지 않으면 그 끝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 김 감독과 김 수석만의 생각이 아니다. 원더스와 상대해 본 선수들에게도 그들의 에너지는 강하게 전달됐다. 1차전 선발이었던 이대진은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특히 한번 해보려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까지 열심히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며 "이 속에서 분명 다시 프로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선수들이 나올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충분히 또 한번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양 원더스는 이미 기적을 만들어 낸 팀이다. 가끔은 형편없이 무너지는 날도 나오겠지만 지금 그들이 두 다리로 당당하게 프로 팀들과 맞서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더 기대를 품어보게 된다. 기적의 끝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column/jcw/view.html?gid=9851&newsid=20120310134726319
'긁어오기 > 고양원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구단주가 감독에게 보낸 문자 한통 (0) | 2012.07.06 |
---|---|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 “프로1군과 겨루겠다… 3년만 지켜보라” (0) | 2012.03.14 |
고양 원더스, 야구계에 놀라운 샘물 될까 (0) | 2012.03.09 |
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원더스 첫 승 의미 (0) | 2012.03.08 |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7승3패의 기적' (0) | 2012.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