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프로야구 ‘경기 조작’ 의혹
일본 고치현에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전지훈련을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70·사진)은 최근 불거진 프로야구 경기 조작 의혹에 대해 “난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사실 여부를 떠나 야구라는 종목의 모든 플레이에 대해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프로야구의 심각한 위기다”라고 했다.
김 감독의 야구에 대한 지론은 ‘야구는 미스(실수)들이 모여 이뤄지는 종목’이라는 것이다. 3할 타자는 10번 중 나머지 7번에서 미스로 아웃된다. 한 경기 27개의 아웃도 ‘완벽하지 않은 플레이’ 때문에 벌어진다. 그 미스를 얼마나 줄이느냐, 혹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드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종목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 실수들이 모두 의심을 받게 됐다.
김 감독은 “야구는 한 사람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그 뜻대로 움직이는 종목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지금 볼 1개, 2개를 던질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야구의 모든 플레이에 ‘의심’이라는 게 생겼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야구는 실책도 나오고 견제사도 나오는 종목이다. 1회부터 9회까지 완벽한 경기란 있을 수 없다.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지만 그만큼 볼을 잘 던져야 한다. 타자와의 싸움은 어쩌면 얼마나 ‘볼’을 잘 던지는지에 달려 있다. ‘고의’로 바깥쪽 볼을 던지는 것은 몸쪽 승부를 하기 위한 전략이다. 타자의 노림수를 파악하기 위해 초구에 바깥쪽 낮은 공을 던진다.
배터리의 수싸움뿐만이 아니다. 상대의 실수를 잘 이용해야 하지만 자신의 실수도 유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1·2루 간으로 타구를 굴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실수로 제대로 맞히지 못해 안타가 되지 않더라도 1루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한 ‘고의적 행동’이다. 김 감독은 “이제 그 모든 플레이에 대해 의심이 생길 수 있다. 야구에 대한 의심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단지 야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 감독은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실수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면 존재 자체가 흔들린다”고 했다. 농구에서 슛을 넣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리그 평균 3점슛 성공률은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심지어 자유투의 성공률도 74% 수준이다. 나머지 26%는 실패하는 게 확률상 당연하다. 김 감독은 “그런데 그런 상황에 대해 ‘일부러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면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 김 감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OOO이는 절대 그런 거 하는 아이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 감독의 걱정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경기 조작을 했는지, 돈이 왔다 갔다 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거론된 OOO이가 앞으로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을 때 책임은 누가 지나. 그런 것 갖고 자꾸 의심하기 시작하면… 정말 슬프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 하나 나왔다고 확대시키고 난리가 났다. 의심만 확대 재생산됐다. 프로야구에 대한 의심을 키워서 우리 사회 발전에 무슨 득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런 의심 자체를 없애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은 수사 의지를 밝혔다. 김 감독은 “브로커라는 놈들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빨리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20219n12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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