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우승후 인터뷰
Intro – 야구의 신을 만나다.
지난 금요일인 12월 28일 강남의 한정식점에서 김성근 감독님과의 조촐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2002시즌 트윈스시절부터 매해 년말에 생일잔치 겸해서 모임을 가지고 있는데, 올해도 다행히 모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작년엔 와이번스 훈련이 너무 바빠 스케쥴을 조율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약 3시간 정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계속 되었는데, 몇몇 이야기를 옮겨볼까 합니다. 이야기가 좀 길어요. 심호흡한번 하시고... 그럼 시작...
1. 2007 와이번스 이야기
와이번스를 처음 맡았을 때 느낌은?
- 와이번스를 맡고 첫 훈련을 지켜보는데 ‘이걸 어떡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수 코치를 불러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허~ 어떻게 하나요’라고 되묻더라. 그래서 연습 정말 많이 시켰다. 특히 이광길 코치가 정말 많이 시켰다. 난 팀훈련의 큰 줄기만 그려주고 코치들에게 세부적인 훈련을 맡겼는데 이광길 코치가 정말 많이 훈련 시켰다. 선수들도 많은 훈련을 잘 따라주었고 그래서 우리가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코나미컵때 일본 선수들이 우리 훈련하는거 보고 엄청놀랐다. 농담삼아 3배 정도 더 한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선수들이 일본선수들 보다 체력과 회복속도가 좋아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계훈련때 전체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실전감각이 떨어져 실전훈련을 많이 했다. 예전엔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시도해보았다. 결과가 좋게 나왔다. 훈련임에도 선수들이 매우 진지하게 임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점은?
- 치바에서 코치로 일하면서 배운 것중 한가지가 야구는 스피드가 굉장히 중요하다 라는 것이다. 파워도 좋지만 스피드도 중요하다. 야구는 30센치 차이다. 아웃과 세입을 결정하는 것은 몇 미터가 아니라 30센치다. 이점을 선수들에게 상당히 강조했다. 경기속 이외에도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에서도 스피드를 중요시했다. 우리팀은 수비위치까지 뛰어가지 않으면 패널티를 부과했고 힛 바이 피치를 맞은 후 아프다고 누워있으면 바로 교체라는 내부 규율을 적용했다. 처음엔 애들이 툴툴거렸는데 나중엔 맞았는데도 웃으면서 뛰어가더라.
젊은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싶다. 최정의 2007년은 어떠했는가?
- 최정은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훈련에서 빠진 적이 한번도 없다. 처음엔 실망했다. 외야 송구 10개 정도 던지면 3개도 잡지 못하더라. 강민이가 정확히 던져주는데도.. 그 후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노크를 받았고, 중간 중간에 특타까지 했다. 근데도 불평하나 없이 소화했다. 절대로 포기가 없다. 시즌 중에 최정이 3루에 없으면 어찌나 허전하던지.. 내년엔 더 재미있는 선수가 될 것이다. 스위치히터 준비중인데 스윙이 참 좋다. 송은범과 이한진이 전력 피칭했는데 좌측, 우측 가리지 않고 부챗살방향으로 타구를 보낸다. 맞고 나니깐 송은범이랑 이한진이랑 이를 악물더라.
외야수 3인방인 조동화, 김강민, 박재상은?
- 조동화는 여유가 생겼다. 처음엔 않좋은 점이 많았다. 수비는 곧잘 한다고 했는데 우중간 수비가 약했고 특히 송구가 않좋았다. 스틸도 잘하는데 2루에서 3루로는 전혀 뛰지 못했다. 스윙도 맞추는데 급급했다. 먼저 수비하고 주루부터 손보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배팅도 많이 좋아졌다. 한단계 올라선듯 싶다. 박재상은 방망이는 좋은데 수비가 않좋았다. 중견수 보기에는 송구가 않좋아 좌익수로 고정시켰다. 김강민은 원래 좌익수였는데 외야수중에 어깨가 가장 좋아 중견수로 전향시켰다. 근데 송구가 너무 부정확해서 송구 연습 엄청 시켰다.
시즌중 가장 어려웠던 경기는?
- 한화와의 개막시리즈 세번째 경기가 힘들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1무 1패로 밀린 상황이었는데 세번째 경기에서 만약 졌다면 초반이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었다. 8월 21일 잠실 두산전도 힘들었다. 리오스한테 대패한 경기였는데 경기후에 화를 많이 냈다. 전체 미팅도 소집해서 애들을 많이 혼냈다. 그 후 두경기에서 이기면서 두산에게 약하던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5월말, 6월초에 부진했는데?
- 5월들어 상대팀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선수들이 겁을 먹기 시작했다. 해오던 식으로 경기를 해도 쉽게 이기지 못하고 지니깐 신나게 경기하지 못하더라. 고참들이 해주어야하는데 고참들도 몸상태가 않좋았고.. 그때 내가 초반보다 게임에 좀 많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번트도 많아졌고 작전도 더 많이 걸었고 고참들이 아픈 몸에도 잘 이끌어주어서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안정 찾은 후엔 게임에 개입하는 횟수가 다시 적어졌다.
트레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즌중에 트레이드 2건을 단행했는데, 그 이유는??
- 한국야구 경향상 트레이드는 성립하기가 힘들다. 올시즌에도 릴리프 투수, 유격수, 중심타자 등을 데려오는 방안을 생각해봤는데 구체적인 실행없이 그냥 생각만 했다. 이대수는 군대문제가 걸려있어서 트레이드를 생각했다. 그리고 나로서는 정근우와 정경배를 살려야 했다. 그 때 두산에서 오퍼가 왔다. 처음엔 중간계투를 원해 불펜요원 한명과 이야기가 오고갔는데 프런트와 전력분석팀과 협의한 끝에 거부했다. 우리하고 할 때 잘한 선수가 나주환이었는데, 나주환이가 생각나서 나주환과 트레이드 하게 되었다. 나주환은 참 재미있는 녀석이다. 덕아웃에서 활기차고 화이팅이 넘친다. 한번은 시즌 중에 방으로 불러서 특타를 시켰는데, 다른 선수들은 조용하게 특타하는데 나주환은 계속 ‘좋아!’ ‘안타!’ 이런 말을 하면서 특타를 하더라. 그러면서도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장점이 많은 선수인데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트레이드 되서도 금방 적응했는데 정근우하고 베스트 프렌드다. 조중근은 참 열심히 하는 선수인데 우리팀엔 자리가 없었다. 1루수 요원이 참 많지 않은가? 멀리 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인데 정확도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마침 내야 유틸리티가 필요해서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채종국과 트레이드했다. 근데 채종국이 기대만큼 못해주어서 아쉬운 트레이드가 되었다.
좌완 커브볼러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다. 특별한 성적을 올리지못한 메죤이 와이번스를 상대로 산타나 모드였는데.
- 우리팀 타선이 좌완 커브볼러에게 약한 편이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엔 막힌다. 주축 좌타자인 박재상, 이진영 등이 잘 치지 못하니 팀 공격의 맥이 자주 끊겼다. 조동화나 김재현은 괜찮은데 나머지 타자들은 바깥쪽에 약하다. 또한 좌투수를 상대로 잘 뛰지를 못하는 약점도 있었다.
가득염의 재발견에 놀랐다. 가득염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 가득염은 원래 다른 구단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나와 야구 하고 싶었다면서 전화가 와서 함께 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치바에 계속 있었으면 코치연수를 가려고 했다고 하더라. 가득염은 착실하고 의지가 강하다. 고참선수중 유일하게 훈련에 개근한 연습벌레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최상덕 이야기도 하자. 최상덕도 원래 다른 구단으로 가려했는데 인천 출신이고 해서 붙잡았다. 올해 성적은 기대만큼 않나왔지만 참 열심히한다. 은퇴해도 놀라지 않을 나이인데도 젊은 선수들과 같은 훈련에 진진하게 임한다. 지금도 김경태와 자비를 들여서 외국에서 훈련하고 있다. 내년엔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볼 것이다. 가득염, 최상덕, 김경태는 우리팀의 보배다. 후배들에게 참 자랑스런 선수들이다.
2. 한국시리즈와 코나미컵.
한국시리즈 두산을 상대로 한 비책은?
- 15일간 기다리면서 두산의 빠른 발을 막기위한 훈련을 했다. 투수들에겐 픽오프 연습을 많이 시켰고, 박경완, 정상호에겐 피치 아웃과 블로킹 후 송구하는 훈련을 엄청 시켰다. 수비수들에겐 송구훈련을 많이 시켰다. 두산의 경우 1루에 주자를 두고 단타를 친 후 1, 2루 혹은 1, 3루가 아닌 2, 3루를 잘 만들어내는 한 베이스를 더 만들어내는 팀이었다. 우리는 한베이스를 더 잃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2연패하고 나서 그래도 수비는 무너지지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국시리즈에서 4인 로테이션을 선보였나? 원래 구상한 것이었나?
- 리오스가 정말 잘 던졌기에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1, 4차전에서 밀리더라도 2, 3, 5차전을 잡고 6, 7차전에서 승부를 보려했다. 4인 로테이션으로 가져가려고 했는데 원래는 레이번-채병용-송은범-로마노 순이었다. 로마노는 리오스와 한번 붙이고 6, 7차전에서 불펜으로 기용하려 했다. 근데 2차전에 채병용이 무너지면서 계획이 바뀔 수 밖에 없었고 3차전에 로마노를 기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로마노가 큰 걸 해주었다. 한국시리즈의 숨은 MVP는 로마노다. 4차전은 송은범과 김광현을 두고 고민했는데 1차전에서 김광현이 좋아서 리오스와 붙였는데 결과가 아주 좋았다. 4차전에서 리오스가 먼저 실점하자 두산 분위기가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그 후엔 원래 계획한 것처럼 투수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2연패한 후 심정은?
- 2차전 끝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코치들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전력분석원들에게도 먼저 들어가라고하고 감독실에 혼자 남아있었다. 그때 정준이(전력분석팀 김정준과장. 김성근감독 아들)가 들어왔다. 둘다 말이 없었다. 한참있다가 먼저 간다고해서 가라고 했다. 근데 참 야속하더라. 그래도 정준이는 괜찬다고 한마디하고 같이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그냥 가더라. 사실 속으로 한마디 위로라도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혼자 남아 이런 저런 생각하고 있는데 뱃속에서 배고프다고 신호를 보내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그때서야 집으로 갔다. 다음날 정준이하고 딸들하고 힘내라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나서 3차전 대비를 시작했다.
3차전에서 이호준이 홈에서 횡사를 당했는데?
- 3차전 이호준의 싸인미스는 착오였다. 당시 난 싸인을 내지 않았는데 아마도 스퀴즈 싸인과 비슷한 동작을 내가 한 모양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호준이가 뛰어들어오더라. 아웃되고 이광길 코치를 바라보는데 참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이호준도 화내면서 들어왔는데 뭐라고 말도 못하겠고 조용히 이만수코치 불러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만수 코치도 싸인 안나온 것 같은데 착각했나 봅니다.라고 해서 조용히 한숨 쉬었다. 이진영의 도루 실패도 싸인미스였다. 당시 도루싸인이 코 윗부분을 만지는 것인데 콧속에 뭐가 들어가서 내가 코 밑쪽을 만졌다. 그랬더니 이진영이 뛰었고 아주 여유있게 아웃되었다. 이닝 끝나고 이광길코치 많이 혼났다.
두산이 2연승한 후 특별한 전략의 변화 없이 내리 4연패를 당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우리팀 이야기가 아니라 잘모르겠고 조심스러운데… 음… 1982년 오비 코치시절 한국시리즈에서 대구에서 삼성에게 1무 2패를 했다. 그때 힘든 마음에 술한잔하려고 대구시내에 나갔는데 삼성선수들이 몇몇 보였다.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두산이 긴장이 좀 풀린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우리가 따라가니깐 분위기가 다운되었다. 타순, 전략의 변화가 없었다는 요인보다는 당황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 잡을 때 어떠했는가?
- 마지막 아웃을 보지 못했다. 정대현이 삼진 잡는 그 순간 데이터를 보고 있었다. 정대현이 흔들리고 있어 이종욱을 잡지 못하면 투수를 바꾸려고 했다. 데이터를 보면서 김광현을 쓸까 로마노를 쓸까 고민하고 있는데 와~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선수들이 뛰어나가고 있었다. 그후 우승 헹가레를 칠 때까지 어벙벙했다.
코나미컵에서 김광현을 제1선발로 내세웠다.
- 코나미컵에서 김광현을 선발로 세운 것은 좌투수라는 점도 있지만 올림틱 대표팀에게 정보를 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주니치라는 가상의 일본팀을 상대로 김광현이 던지는 모습을 통해 간접적인 체험을 주려고 했다. 김광현에게 너는 맞아도 본전이니 마음껏 던지라고 했다. 김광현의 패스트볼은 왠만한 일본 좌완투수보다 좋다. 1회 위기에 몰렸는데 나카무라를 병살로 잡더니 분위기를 탓다. 잘 던졌는데 손에 물집이 잡혀서 강판시켰다. 김광현도 긴장했는지 주니치하고 할 때는 웃지 않고 던지더라. 처음엔 그래도 일본야구와 수준차이가 좀 나지 않나 생각했는데 주니치하고 두번 하면서 이런 생각이 많이 없어졌다. 선수들이 정말 잘 해주었다.
3. 야구이야기
와이번스가 아닌 다른 팀 선수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 (질문이 끝나자마자)이종욱이다. 참 좋고 영리한 선수다. 이종욱은 안쪽에 약점이 있는 선수인데 첫타석에 항상 타석에 바짝 다가가서 상대 투수를 압박한다. 상대투수에게 그 이미지를 심어주어 결국 자신에게 알맞는 공을 골라서 쳐낸다. 항상 패기 넘치기도 하고 참 좋은 선수다.
올시즌 베스트라인업을 뽑아달라.
-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이종욱이다. 포수는 박경완, 1루는 이숭용과 이호준. 이대호도 좋지만 리더쉽이나 수비 등을 감안한다면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이숭용이나 이호준을 쓰고 싶다. 2루는 고영민, 유격수는 박진만이 가장 좋았고, 3루는 김동주보다는 이현곤이 인상적이었다. DH는 양준혁, 투수는 리오스. 외야수는 이종욱빼곤 딱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외국인 감독영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외국인 감독의 영입은 반가운 일이다. 자꾸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국야구가 발전한다. 외국인 감독의 영입도 그 중 한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혼자서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야구는 미국야구와 차이가 있으니 그런 점에 있어서는 걱정이 된다. 치바 마린스의 바비 발렌타인 감독에게는 다카하시라는 일본인 조력자가 있어 순조로이 적응할 수 있었는데, 로이스터 감독에겐 이점이 관건이 될 듯 싶다.
투수교체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투수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쌍방울시절이나 엘지시절엔 투수진이 약했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짧게 투수교체를 많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투수를 운용했다.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투수교체가 가장 어렵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왼손 릴리프가 강한 것을 선호한다. 1~2이닝 정도를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는 있는 왼손 릴리프가 있다면 굳이 짧게 교체타이밍을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논란이 된 플래툰체제에 대해서는?
- 선수들마다 다 특색이 있다. 그리고 저마다 장, 단점이 존재한다. 와이번스 외야수들을 보자. 박재홍은 풀히터라 바깥족에 약점이 있다. 반면 김강민은 안쪽에 약점이 있다. 이진영의 수비는 다소 소심하다. 이진영은 뒤쪽 수비가 약해서 타구가 날라올 때 판단이 다소 느리다. 그래서 앞쪽으로 범위가 좁아 안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조동화는 앞쪽의 수비가 강하다. 이런 선수들만의 특색과 상대투수와의 매치업에 따라서 라인업을 결정한다. 가령 상대투수가 강한 투수라 3점 안쪽의 승부라면 수비위주의 라인업을 짜고, 다득점이 예상되는 경우 수비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다. 또한 잘 밀어치는 팀과 상대하거나 우리팀의 투수가 바깥쪽 승부를 즐겨하는 선수라면 오른쪽라인의 수비를 강화하는 라인업을 구성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기술적면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면을 고려하기도 한다. 정경배는 대구에서 잘 못하고, 정근우는 고향인 부산에 가면 주춤하는 경우가 있어 원정경기때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더 고려할 상황이 많다. 선수의 컨디션도 고려대상이다. 예를 든 정근우의 경우 부진에 빠질 경우 그 기간이 길고, 정경배는 컨디션의 기복이 굉장히 짧은 편이다. 이렇듯 플래툰은 선수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특성을 살리는 기용이다. 고정라인업도 좋지만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다면 특색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시즌을 치르다보면 특정팀이 특정팀에 약한 천적관계를 가진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 타자는 아무래도 타격코치의 성향을 따라간다. 예를 들어 삼성은 바깥쪽 슬라이더에 약한 면모를 가진다. 채병용이 삼성전에 효과적으로 투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반면 현대는 바깥쪽을 잘 밀어친다. 채병용이 현대에 약한 이유다. 두산은 몸쪽이 약하다. 그래서 우리가 두산의 안쪽을 많이 공략했는데 컨트롤이 신통치않다 보니 힛 바이 피치볼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 안쪽을 공략하다보니 힛 바이 피치볼이 나왔는데 두산 선수들이 흥분하면서 안쪽 공에 대처하다가 본래 강점인 바깥쪽 공략에도 실패했다. 한화는 잠수함 유형에 약점이 있고. 와이번스는 잘 밀어치는데 떨어지는 구질에 약하다. 정민철, 매죤 같이 커브가 좋은 투수들에겐 항상 어려운 경기를 한다. 떨어지는 구질을 잘 던지는 피쳐가 많은 삼성에게 고전을 많이 했고, 반면 떨어지는 구질을 잘 던지는 투수가 적고 타자 바깥쪽 공략이 많은 엘지를 상대할 땐 게임이 잘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홍성흔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홍성흔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다. 생각해보라. 박경완 뒤를 홍성흔이 커버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홍성흔이 주전을 원하고 있고 나 역시 우리팀의 밸런스를 깨고 싶지 않기에 홍성흔을 영입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 포수로서의 능력은 조금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방망이와 리더쉽은 아직도 유효하다.
4. 2008시즌 이야기.
2008시즌 외이번스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
- (기다렸다는듯이)김광현이다. 3선발 이내로 자리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입단 후 동계훈련지에서부터 코치들에게 김광현은 절대 손보지 말라고 했다. 본인이 자신의 한계점을 느낀 후에 손볼 것을 지시했다. 그래서 시즌 중반까지 지켜봤는데 본인도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그것을 넘으려는 모습을 보여서 2군으로 보내서 던지는 팔의 각도와 하체 움직임을 교정했다. 그리고는 많이 좋아졌고 한국시리즈에선 기대이상으로 잘 던져주었다. 김광현은 분위기파이다. 마운드에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모션도 크다. 내가 투수는 표정을 보여선 안된다고 마쓰자카처럼 무표정하게 던지라고 했는데, 잘 던지면서 생글생글 웃을 때 솔직히 이쁘긴 하더라. 우승연때 윤길현하고 둘이 인사왔는데 네가 코나미컵 개막전 선발이라고 했더니 술도 조금만 먹더라. 최근에 여기저기 일이 많아서 훈련을 못하고 있어 조금 걱정이 되는데 워낙 성실한 선수라 별일 없을 것 같다.
2008시즌 복귀가 유력한 선수는?
- 제춘모는 4월쯤 복귀한다. 실전 피칭을 지켜봤는데 아직 완전치는 못하지만 많이 올라왔다. 이승호가 순조로운 것도 청신호다. 5승 이상만 해준다면 성공적인 복귀가 될 것이다. 다만 엄정욱은 조기복귀가 힘들 것 같다.
기존 레귤러 멤버중에서 2008시즌에 변화를 기대하는 선수는?
- 송은범이 아주 좋다. 올시즌이 자극이 된 듯 싶다. 해보려는 모습도 좋고 내년에 재미있을 듯 싶다. 이영욱은 원래 군입대가 예정되어있었는데 1년 더 함께하기로 했다. 이번에 인스트럭터로 영입한 고바야시 인스트럭터가 아주 좋은 잠수함 투수출신이여서 이영욱에게 1년더 같이 하면서 배워보자고 했더니 의욕이 가득차 있다. (필자주 : 고바야시 인스트럭터는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전설의 서브마린 투수입니다.) 타자중에는 박정권과 FA를 1년 앞둔 이진영이 기대된다. 정상호는 부상으로 좀 않좋았는데 고지 캠프에서 많이 올라왔다. 정상호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고지에서 이재원과 경합시켰는데 포수로서만 본다면 정상호가 조금 앞섰다. 박경완을 든든히 받쳐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대되는 신인선수는?
- 모창민(성균관대졸업 2차 1순위)은 원래 3루수로 최정과 경쟁 시키려 했는데 데려와서보니 아직은 최정과 경쟁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모창민이 3루되면 최정을 유격수로 나주환, 정근우와 경쟁하려 했는데 내년은 최정이 3루를 봐야될 것 같다. 하지만 모창민은 발도 빠르고 아주 성실해 기대할만 하다. 어제 연습장에 갔는데 티배팅하고 있어 지켜보았다. 1500개를 한번에 소화했다. 내가 약속이 있어 그만 시키고 자리를 떴는데 평소엔 2000개씩 한다고 보고가 들어왔다. 최정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투수로는 오민철과 백인식이 좋아 보인다. 아직 설익었지만 오민철(한양대졸업 신고선수입단)은 현재 캠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고 있고 공끝이 싱싱하다. 백인식(제주산업대졸업 2차 2순위)은 서브마린 투수로 140 중반의 공을 던지는 투수다. 서브마린 투수였던 고바야시 인스트럭터에게 잘 배우면 좋은 투수로 성장할 것이다.
눈여겨 보고있는 2군 유망주는 있는가?
- 내야수 김성현의 수비가 좋다. 수비는 1군에서 쓸 수 있을 만큼의 레벨에 올라왔다. 키가 작아서 정근우하고 같이 다니면 형제같다. 공격에서는 아직 모자라지만 수비는 어느정도 올라온듯 싶다. 1군 전지훈련에 데려가려고 한다. 왼손타자 김재구도 좋다. 잘하는데 1군에서는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한단계 올라서야 하는데 그게 좀 어려운가 보다. 외야수 양승학도 좋아졌다. 이제 무언가 보여줄 때도 되었지.
새로 영입한 선수들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 허일상은 고정식코치가 추천해서 데려왔다. 머리가 아주 좋은 선수라는 것이 추천의 변이었다. 경기하는 것을 보니 정말 머리가 좋고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허일상이 제 3의 포수가 되야하는데 아직 확신을 주기에는 좀 부족함이 있다. 캠프에서 관리를 할 예정이다. 박세진은 스카우터가 추천했다. 고등학교시절 잘 던졌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군에서 쓰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아직 어리니깐 잘 따라와주면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박정환은 내야 유틸과 왼손투수 대타용으로 데려왔다. 기대가 크고 본인도 열심히 하려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예전에 지도한 경험이 있는 선수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참 잘 따라오는 선수다.
오타코치가 떠났다. 2008시즌 일본인 코치는 어떻게 구성되나?
- 오타코치가 야쿠르트로 가면서 요미우리에 있던 이세코치를 타격 코치로 영입했다. 사실은오타코치가 올해만 하고 돌아간다고 해서 이세코치에게 영입할만한 코치를 부탁해 놓아 세이부의 도이를 소개받아 영입하려했는데 도이가 소프트뱅크로 가버렸다. 반면 이세가 요미우리에서 퇴단해 이세코치를 데려왔다. 내년엔 이세, 가토, 후쿠하라 외 1명 더 영입해서 2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려고 한다. 고바야시는 투수 인스트럭터로 캠프에서 같이한다.
2008시즌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팀은?
- 내년엔 한화가 재미있을 것 같다. 오후에 김인식 감독을 만났는데, 괜찮은 외국인 투수와 외야수 영입이 마무리 단계라 하더라. 우리는 아직 용병이 결정되지가 않아 밑그림을 그리는데 어려운 느낌이 있는데 준비가 빠르고 좋다. 올해도 한화하고 할 때 껄끄러웠는데 더 힘들 듯 싶다. 김인식 감독은 우리한테 많이 당했다고 하는데 할때마다 힘든 팀이 한화다. 포기를 잘 안하니깐.
2008시즌 목표에 대해서 한말씀 부탁드린다.
- 내년은 더 치열할 것 같다.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한화가 아주 좋아질 것이고, 기아도 전력보강이 아주 알차다. 엘지도 김재박감독 부임 2년차에 점점 색깔이 나올 듯 싶고.. KT도 인수 첫해이니만큼 저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올해처럼 순탄하게 갈 수 없을 것 같다. 우승하고 이런 저런 행사가 많아서 주전들의 훈련량과 몸상태가 조금 걱정이다. 캠프에 들어나서 정신을 다잡는데 신경을 써야겠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팀 운영과 훈련에 좀더 개입을 할 것이다. 기반을 다 잡아놓고 코치들에게 일임할 생각이다. 팀 운영방향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선발이 미정이기에 선발할 후에 전체적인 구상을 하려한다. 1월 6일부터는 다시 무한경쟁체재로 들어갈 것이다. 원점부터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기존의 주전멤버에 대한 우대는 전혀없다. 53명으로 캠프를 시작할 예정인데 경쟁에서 뒤쳐지는 선수들은 바로 고향 앞으로다. 선수들을 살펴보면 우선 이호준이 굉장히 중요하다. 많은 액수를 받은 만큼 그에 합당한 활약을 해주어야 한다. 김재현도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을 이어가야 하는데, 본인의 의지가 대단하다. 이진영도 FA시즌이라 동기부여가 제대로 된 듯 싶다. 고참들과 더불어 조동화, 박재상 등이 올해처럼 초반부터 분위기를 살려주어야하고, 박경완의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룹 송년회에서 최태원 회장이 한번 맛을 보았으니 잘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이야기하셨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긴장감만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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