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23  손윤 칼럼




2009시즌 SK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그 누구도 밟지 못한 두 마리 토끼(시즌과 한국시리즈)를 3년 연속으로 포획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첫사랑이 신비로운 것은 그것이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듯이 SK의 꿈 역시 그랬다.

4월 한 달 동안 14승 6패 3무승부로 수위를 달렸지만, 5월 말 두산에 3연패를 당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6월에 14승 10패 1무승부를 거두면서, 28일 두산을 밀어내고 선두에 복귀했다. 7월 초까지 7연승을 내달리면서 독주체제를 굳히는 듯 보였지만, 올해 SK는 작년과는 달랐다. 7월 6승 11패로 무너지면서 3위로 추락했다. 6월 말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박경완의 공백이 뼈아팠다.

8월에는 에이스 김광현이 배터리 박경완의 무료함을 달래는 친구가 됐으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그 와중에도 8월을 14승 9패라는 호성적을 기록한 SK는 8월부터 이어온 연승 기록을 19로 늘리면서 시즌을 종료했다. 6할대(0.602)의 승률을 올렸지만, 시즌 1위는 KIA의 몫이었다. SK의 꿈을 사그라지게 한 것은 단 1경기 차이였다.

전력에서 이탈한 김광현, 송은범, 전병두, 박경완에 윤길현, 채병용, 정대현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SK는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후 3연승을 거두면서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SK는 한국시리즈 3연패만은 손에 넣겠다고 투지에 불탔지만, 7차전 9회 말에 채병용이 나지완에게 무너지면서 아쉬운 고배를 마셨다.

줄부상 속에서도 SK가 마지막까지 선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요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25홈런의 박정권을 비롯한 10명이나 두자릿수 홈런을 친 장타력과 53도루의 정근우를 필두로 한 6명이 10도루 이상을 기록한 기동력 등을 앞세운 타선이나 부상에서 돌아온 이승호와 존재감을 드러낸 고효준, 전병두에 후반기 맹위를 떨친 글로버(전반기 평균자책 3.91, 후반기 1.34)의 마운드. 그리고 박경완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운 정상호 등 SK 와이번스 전원이 그 주역이었다.

전력 누수만 가득, 그러나

채병용과 윤길현이 입대했고, 전병두, 정상호, 정대현 등이 수술대에 올랐으며, 송은범은 재활에 힘을 쏟고 있다. 김광현도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초반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전력 보강은 넥센에서 방출된 전준호와 대학 출신 신인인 문광은, 이상백, 최원재 등이 있지만,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SK는 글로버와 카도쿠라, 고효준 등의 선발진에 이승호, 정우람, 가득염, 김원형 등 불펜진으로 부상자가 돌아올 때까지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 마운드의 약세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엄정욱, 박현준, 전준호 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 기대가 기대에 그친다면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많은 야구 관계자는 “SK가 올해도 가을 야구를 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마운드가 상처투성이인데도 SK를 여전히 강팀으로 꼽는 것은 타선 때문일까? 분명히 정근우-박재상의 테이블 세터진에 진화가 기대되는 박정권-박재홍-최정-이재원(혹은, 김재현) 등의 중심타선과 나주환, 김강민, 박경완 등의 하위타선은 작년에 팀 득점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SK의 진정한 힘은 김성근 감독이다. 흔히들 ‘프로야구는 결과만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그 대표적인 이로 김 감독을 꼽는다. 하지만, 이것은 김 감독의 일면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 김 감독은 눈앞의 성적이라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하는 이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충실한 준비를 통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즉, 우승이라는 최종 목적을 위해 맹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각 개인의 기량 발전을 통해 팀 전체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김성근 야구의 핵심이다.

결국, “부정적인 요소가 많지만, 김성근 감독이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믿음이 SK를 올해도 강팀으로 꼽는 이유다. 하지만, 특별한 보강 없이 계속된 FA와 입대로 전력의 이탈 속에서 팀 전력을 만들어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법. 게다가, SK는 최근 건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한화와 함께 유이하게 2군 구장이 없는 상황이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부분과 함께 현장과 프런트가 바라보는 지점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것이 SK의 불안요소다.

올 시즌 주목할 선수

엄정욱 - 160km/h를 넘나드는 광속구를 야구팬들을 흥분시켰던 그가 돌아왔다. 아쉽게도 이전과 같은 광속구를 던지지는 않지만. 출발은 좋다. 시범경기에서 3경기에 등판해서 10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은 0. 초반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SK로서는 천군 마마와 같은 존재이다. 시즌 초반 선발진에 가세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부상자가 복귀하면 불펜으로 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버, 카도쿠라, 고효준와 함께 그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김성근 감독의 시즌 계획은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현준 - 대학 최고의 사이드암스로로 군림하면서 2009년 2차 1순위로 입단했지만, 14경기에 등판해서 1패, 평균자책점 5.82에 그쳤다.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포크볼을 갖추고 있다. 시범경기에서는 5경기에 등판(7이닝)해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면서, ‘제2의 임창용’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제2의 임창용’이 될지, 아니면 ‘속구만 임창용’이 될지 그 여부에 따라서 윤길현, 채병용, 정대현 등의 이탈로 현저하게 얇아진 불펜진의 무게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정 - 작년 부상 등으로 99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지만, 캐리어 최다인 19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타율은 2008년 0.328에서 뚝 떨어진 0.265. 박정권과 박재상이 진화하고 있지만, 확실한 타자가 없는 게 SK 타선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기에 그의 성장이 요구된다. 올 시즌 박정권과 함께 PC 포를 형성하게 된다면 SK는 리그 최강의 타선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창민 - 성균관대 시절 나지완과 함께 대학 최고의 슬러거를 다투었다. 스피드도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은 그만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에서는 아직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 더 많다. 타격과 수비에서 많은 향상을 보였다고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여전히 볼넷/삼진 비율이 2/9에 그쳤다. 흔하지 않은 성씨를 가진 선수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5툴 플레이어로 기억될 것인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00323n05021?mid=s1001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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