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학교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었다가 필수과목이 되었다가 혹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가 선택과목으로 바뀌는 둥 '만만한게 홍어 뭐시기'라고 툭하면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하는 조령모개식 교육행정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때는 당연히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배웠고 예나 지금이나 국사는 필수 과목이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뭘까? 과거를 올바르게 알고 거울삼아 잘된 것은 본받고, 잘못된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함이 아닐까?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도 있지만 최근 SK 와이번스 구단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보를 보면 잘된 역사에서 귀감을 찾지 못할지언정 나쁜 역사에서 타산지석을 삼아야 할텐데 오히려 나쁜 역사에서 귀감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 많은 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2007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1-1-2-1의 성적을 거둔 김성근 감독은 올시즌 성적과 무관하게 종신 혹은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나를 포함한 거의 모든 SK 와이번스 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구단측의 반응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는 시즌중 재계약이 아닌 올시즌 종료후 결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달려있는 것 같다.

- 팬들이 직접 만든 재계약 기원 피켓 중(출처 : 디시인사이드 SK와이번스 갤러리) -


문학구장을 찾는 관중주의 급증이 마치 구단측의 스포테인먼트 때문인줄로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누가뭐래도 김성근 감독의 공로가 팔할 이상이다. 그런데도 김성근 감독의 자리가 올시즌 성적에 따라 백척간두에 놓여있다니 이것이 구단의 슬로건 '팬퍼스트'일까.


여덟번이나 짤린 김성근 감독을 또다시 자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2년에 LG 트윈스에서 그 악조건에도 준우승을 이뤘지만 당시 삼성 라이온즈보다 더 좋아했던게 LG 트윈스 구단과 사장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 신생구단인 NC 소프트에서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려 한다는 기사도 있던데, 하물며 하위권을 전전하는 넥센 히어로즈의 김시진 감독도 얼마전 시즌중 3년의 재계약을 하는걸 왜 1위팀 팬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 2006년 10월 15일 김성근 감독 취임식 모습. 이런 모습의 종신감독 취임식을 보는 것은 정녕 꿈일까 -



만약 구단측에서 재계약 의사가 없다면 치사하게 뒤에서 어물쩍 이상한 루머나 흘리면서 아무말도 안하고 뒷짐만 진 상태로 손안대고 코풀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프런트쪽에서, 아니 신영철 사장이나 민경삼 단장이 공식적으로 재계약 의사가 없다고 밝혀줬으면 좋겠다.

신영철 사장은 2006년에 야인이었던 김성근 감독을 삼고초려해서 영입한걸 보니 나관중의 <삼국지>는 읽으신 것 같은데 이광수의 <단종애사>는 아직 안읽어 보신거 같다. 간단히 단종애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향기로운(업적을 남긴) 이름은 백년을 가지만 [流芳百世]
더러운 흔적을 남긴 이름은 만년을 가는 법이다. [遺臭萬年]


다른 프로야구단 사장 이름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LG 트윈스의 어윤태 사장은 야구판을 떠나도 여전히 그 이름이 야구팬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가 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신영철 사장이나 프런트 측이나 우리같은 평범한 팬보다 배운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으니 더 잘 알겠지.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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