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4.22
김성근 SK 감독이 1984년 OB 감독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해 6월 대전에 장마철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당시 OB의 홈은 대전이었다. 선수단은 하늘이 정해 준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더군다나 대전에는 폭우를 피해 연습할 장소가 따로 없었다. 호텔 방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김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당시 매니저였던 필자에게 쌀 가마니를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필자가 무엇에 쓰려는 건지 또 몇장이나 필요한지 조심스럽게 되묻자, 김 감독은 “야구장에 가마니를 깔고 타격연습을 하려고 한다. 가마니는 많을수록 좋으니 오늘 안으로 꼭 구해오라”고 지시했다. 필자는 난감했다. 대전구장에서 가마니를 깔고 배팅을 한다. 기발한 생각이었지만 가마니를 구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2시간 넘게 수소문한 끝에 쌀 보관창고를 찾았고 그 곳에서 4t 트럭 한가득 가마니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미 논밭이 돼 버린 대전구장에 가마니를 깔았다. 선수단은 깜짝 놀랐다. 세상에, 가마니를 깔고 훈련하다니... 하늘도 놀랐는지, 아니면 노여웠는지 빗줄기는 더욱 강해졌는데 김 감독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단의 훈련을 독려했다. 그리고 가마니 훈련을 실시한 뒤 OB는 4연승을 달렸다.
이렇듯 김 감독은 훈련밖에 모른다. SK 사령탑을 맡은 뒤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실시했는데 제대로 쉬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코치들이 하루 정도는 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김 감독을 설득했을까.
김 감독의 장점은 이밖에도 많다. 선수단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김 감독은 이론가이다. 국내에선 그의 야구이론을 따라잡을 만한 인물이 없다.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의 코치로 계약할 때에도 발렌타인 감독이 김 감독의 이론에 탄복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최근 SK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프로야구판에 생기를 넣고 있다. 특히 공·수·주의 짜임새가 지난 SK와는 전혀 다르다. 김 감독은 우승에 미련이 많다. OB(84~88년)-태평양(89~90년)-삼성(91~92년)-쌍방울(96~99년)-LG(2001년 5월 감독대행~2002년)에 이어 6번째 팀의 사령탑을 맡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적이 없다. 올해 무관의 한이 풀릴 지 지켜보자.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출처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704200103283304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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