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프로야구 한화를 이끌 김성근 감독은 ‘야신’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이 지난달 29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 20대로 돌아가면 야구 안 할 수도… 시즌 목표 내달 중순쯤 잡힐 것
청바지 좋아해 20장 넘게 보유… 지도자로 80점·인간으로선 50점
‘야신’ 김성근 한화 감독(73)의 비밀 하나. 연승 중에 징크스가 생기면 일주일이라도 같은 언더셔츠를 입는 것을 마다하지 않지만, 평상복을 입자면 나름의 패션관을 갖고 있는 ‘멋쟁이’로 변신한다. 김 감독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 자리에 네이비색 니트에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김 감독은 “청바지가 아마도 스무 장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옷이라는 게 입는 사람이 편안하면서 기분 좋고,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으면 최고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야구 외에는 도무지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 같은 김 감독의 세계에 다른 세상 얘기가 스며드는 것은 무척 낯설다. 김 감독에게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삶의 여유 공간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했다. 지난 삶을 중간평가해달라는 부탁에는 사뭇 저조한 숫자를 내놓았다.
“글쎄, 지도자로서 보자면 70점이나 80점 정도 아닌가 싶은데, 한 인간으로서는 50점 정도 아닌가 싶다. 사람들과 사귀지를 못했다. 인간관계는 없는 게 사실인데, (지난 시간을 보면) 순간순간 조금 더 오픈돼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길’이라는 것은 가면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언제나 똑같은 길을 걸었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김 감독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이냐’는 질문에 “여유가 없었다는 것, 그게 마이너스인데…. 거꾸로 여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야구가 안됐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넘어온 요즘 야구계의 키워드로 떠올라 있다. 약팀을 강팀으로 일으키는 힘으로 지도자 이력을 채운 김 감독과 3년 연속 꼴찌를 한 한화의 절묘한 만남의 결과에 모든 사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저기서 ‘달콤한 평가’가 쏟아져 나온다. 김 감독은 오히려 ‘위험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비난이 없으니 무지 편안한 건 맞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한테 비난받지 않는다’는 것, 이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 사람이 동그래지면 어디로 굴러갈지 모른다. 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굴러가지 않고, 굴러가더라도 많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김 감독은 올해도 쉴 틈 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려 한다. 첫번째 과제는 한화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단부터 얘기했다. “내가 오기 전에도 ‘이기고 싶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현실 속에서 실현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단계에 와 있다”며 “그저 ‘이겼으면 좋겠다’ ‘4강 갔으면 좋겠다’, 이런 말들이 이제는 현실 속에서 잡아야 하는 목표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목표를 향해 어떤 방법을 쓸지 계산에 들어가는 작업은 조금 늦췄다. 김 감독은 “아직 (팀운영 방식을) 그리면 안된다. 아직 ‘레귤러(주전 및 주축선수)’가 모여서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선수들 성적과 숫자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내 눈으로 보고 고치고 또다시 봐야 한다”며 “어느 수준까지는 올려놓고 비로소 계산하는 법인데 다른 시즌에 비하면 아마도 두 달 정도는 늦다. 2월 중순쯤 돼야 어느 정도 판단이 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함께’라는 말을 화두에 올렸다. “‘다 함께 가자’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한테 가장 필요한 말이다. 구단이나 팬이나 선수 그리고 그 안에 나부터 다 함께 방향 설정을 해놓고 갔으면 좋겠다. 절대 쉬운 얘기는 아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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