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원더스의 마무리훈련이 열리고 있는 19일 제주도 강창학구장. 이른 아침부터 김성근(71)고양원더스 감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좀 더 발딱발딱 못해?" 소리를 지른 후에는 곧바로 외야를 향해 펑고 배트를 돌렸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시원하게 뻗어나가자 수비수들이 차례로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다.

 

미세한 움직임까지 일일이 손봤다. "잡았으면 (다리를) 빨리 돌아. 도는데 템포가 늦다. 그래야 상대에게 두 발 덜준다.", "다시 던져. 너 한 번 봐준다." 매 번 직접 배트를 든 채 턴을 하며 발 동작을 시범 보였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날렵하고 경쾌했다. 20대 젊은 선수들도 "억"소리를 내며 나가 떨어졌지만, 김성근 감독은 45분간 쉼 없이 노크를 쳤다.

 

경기장에는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김성근 감독은 "이제 단순히 프로팀에만 보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1군에 올라가서 싸워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를을 키워야 한다"며 "아주 작은 습관만 고쳐도 팀이 달라진다. 요즘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 달감의 제주도 마무리 훈련이 끝나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했다.

 

외야 펑고 훈련은 오전 내내 이어졌다. 잠시 땀을 식히는 그에게 "감독이 펑고를 치는 모습은 타구단에서도 자주 볼 수 없다. 힘들지 않으신가"라고 묻자 "감독이 먼저 나서서 몸으로 시범을 보이고 펑고를 치면 선수들도 느끼는 것이 있다. 내가 대충하면 선수들이 죽는다. 조직이 더 나아가 높은 곳을 향하게 하는 일이 리더의 역할이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 일흔 한 살이다. 한화 김응용 감독과 동갑이자 한국 프로야구를 이끄는 최고령 수장이다. "아직 말할 때가 아니다"며 손사래 쳤지만, 만약 김성근 감독이 10 구단을 통해 복귀한다면 감독들의 평균 연령도 54.1세(종전 52세)로 조금 더 올라간다.

 

 

 

 

한국사회에서 나이는 때로 '핸디캡'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현장 복귀를 한 어느 감독에게 "연세도 있으신데 후배들에게 맡기고 이제 쉬시는 게 어떤가"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사실이다. 김성근 감독은 "내 나이를 핸디캡이라고 하는 시선도 있다. 그래? 그러면 남들보다 더 움직이고 운동하면 되는 거다"라고 했다. 젊은 코치들도 버거운 양의 노크를 치고 규칙적으로 워킹으로 하며 체력을 보강하는 것도 남들이 규정짓는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다. 그는 "세대교체는 틀어놓은 물이 넘쳐 흐르듯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억지로 '그만하라'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사람은 늘 아쉬움 속에 살아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분노하며 살아야 한다.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서지영 기자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41&article_id=000210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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