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승인이 보류되자 야구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선수들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올스타전을 보이콧 하겠다고 선언했고, 장기적으로 노조 설립 추진 계획을 시사했다. 10구단 유치를 희망했던 지자체(수원·전북)와 시민단체 또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구팬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말할 것도 없다.

 

10구단 창단을 온전히 반대하는 건 몇몇 구단 사장들밖에 없는 것 같다. 이들은 다음달 10일 열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도 10구단 창단을 재논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김응용(71)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과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 김인식(65)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대담에서 KBO 이사회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10구단을 반대하는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프로야구단의 창단과 운영, 나아가 해체까지 시장에 맡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원로 야구인은 "10구단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당분간 10구단 창단을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이사회의 의결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이사회가 꺼뜨린 '10구단 불씨'를 이들이 다시 점화했다.

 

-몇몇 구단 사장들은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 10개 구단 운영은 무리라고 말한다.

 

김응용="그런 말은 9구단 창단을 승인할 때 했어야지. 9개 구단 체제가 더 무리 아닌가."

 

김성근="그렇게 따지면 대체 몇 개 구단이 현실적이라는 말인가. 10구단을 창단하겠다는 기업과 지자체가 나오지 않았나.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

 

김인식="아니 왜, 생기지도 않은 상태에서 걱정을 해. 이미 홀수 구단의 폐해는 경험했잖아. 10구단 체제는 아직 경험해보지도 않았다."

 

-1986년 빙그레 창단 후 세 분 모두 홀수 구단 체제를 경험했다.

 

김용용="한 팀은 놀고 있으니…. 프로야구의 매력은 매일 경기가 있다는 점이다."

 

김성근="선수가 며칠 쉬고, 팀을 어떻게 꾸려야하는 지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10구단 창단을 반대한다. 팬들을 위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

 

김인식="4일 쉬는 일이 생기니 어떤 팀은 좋은 투수를 계속 낼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한다. 기형적인 전법도 생긴다."

 

-KBO 이사회는 중·고교 야구팀의 부족을 10구단 창단 반대의 이유로 꼽았다.

 

김인식="지금 리틀 야구가 140개, 초등학교 야구부가 100개 정도 있다. 모두 240개다. 중학교 야구부는 85개이고, 고등학교가 53개다. 상위 학교로 올라갈수록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결국 '알짜만 데려가는 시스템'이다. 자원이 모자라지 않다는 거다. 초·중·고 창단준비위원회에서 야구부 숫자를 늘리려고 노력 중인데, 어디 하루 아침에 되겠나."

 

김응용="10구단 창단을 반대할 이유는 아니다. 프로야구가 인기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아마추어 야구팀도 늘어난다. 베이징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냈을 때 어린이 글러브가 동이 날 정도였다. 고등학교 얘기를 꺼내는 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골프 선수가 늘어나는 것 봐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 내고, 프로의 문이 넓어지니 인기를 얻지 않나."

 

김성근="우리는 위(프로)를 결정해놓고 밑(중·고교)에서 야구를 시작한다. 일본 학생 야구팀이 많은 건 취미로 야구를 즐기는 청소년들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야구를 시작하면 프로 선수를 목표로 한다. 위에 자리가 있어야 밑에서도 붐이 일어난다. 프로구단이 늘어나면 야구 인구도 늘어난다."

 

-신생구단이 생겼다가 실패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용용="넥센이 성공적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잖아. 나는 그래서 '넥센이 우승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지금 진짜 프로는 넥센밖에 없잖아? 다른 구단은 모기업에서 지원을 받아서 꾸려간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 기업에서 지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

 

김성근="걱정할 바가 아니다. 10구단을 하겠다는 기업이 있지 않은가. 그게 지금의 시장 흐름이다. 그러다가 포기하는 구단이 나오면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거나 적정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시장에 맡겨도 된다. 이사회는 재벌의 논리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3김 이사회'의 마지막 발언을 해달라.

 

김인식="지금이라도 다시 논의하자고. 룰이 도중에 바뀔 수도 있는 거 아냐. 더 좋은 방향을 위해서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창피한 일이 아니잖아."

 

김성근="가장 좋은 심판이 어떤 심판인지 아나. "마이 미스테이크(My mistake)"라고 말할 줄 아는 심판이다. 이사회는 잘못한 것을 인정하라. 그러면 된다."

 

김응용="홀수 구단 체제가 프로야구 흥행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세 살짜리 어린애들도 한다. 실수를 만회하려면 10구단을 빨리 만들어야지."

 

김성근="당장 내년 NC와 함께 10구단이 들어와야 한다. 신생 구단이 갑자기 2개 생기면 리그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하더라. 2군에 놔두면 결국 그 자리에 머문다. 최근 NC와 경기를 했다. 실력이 좋더라. 그런데 2군에 계속 두면 2군 수준에 젖어버린다. 2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1군에서 지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

 

<끝>

 

정리=김식·하남직·배중현 기자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41&article_id=0002087576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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