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하남직]




④야인 김성근을 찾는 사람들-1

김 전 감독이 가르칠 때는 사람들도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이 틈을 보일 때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김 전 감독이 성대에서 인트스럭터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과 취재진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국 각지에서 김 전 감독을 보기 위해 성대 수원 캠퍼스를 찾는다. 이날도 방송국 리포터와 팬들이 '저기, 감독님'이라고 말을 걸어왔다. 김 전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이들을 맞이했다.




⑤야인 김성근을 찾는 사람들-2

낯 익은 사람이, 낯선 복장으로 김 전 감독 뒤에 서 있다.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뒤늦게 그를 발견한 김 전 감독. "아, 이게 누구냐." 이홍범 전 SK 수석코치였다. 이 전 코치는 김 전 감독이 해임된 날, 사표를 제출했다. 김 전 감독이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이 전 수석은 "낚시도 가고, 여행도 다니고. 그렇게 지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수석코치는 "큰 딸이 결혼을 합니다"라는 소식도 전했다. 그의 딸 이청 씨는 29일 수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마침 박상열 전 SK 2군 타격코치도 성대 야구장을 찾았다. 김 전 감독은 "박 코치는 어디서 일 하나"라고 물었다. 박 전 코치는 "아직 편하게 지냅니다"라고 했다. 김 전 감독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 김 전 감독을 따라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김 전 감독은 SK가 제안한 '사장급 고문 예우'를 거절했다. "나 혼자 우승한 게 아니거든. 이 사람들 덕이었어. 그런데 나 혼자 그런 예우를 받으라고?" 김 전 감독의 뜻은 확고했다.




⑥야인 김성근을 찾는 사람들-3

또 한명 반가운 얼굴이 찾아왔다. 안교훈 전 SK 기록원. 그도 김 전 감독이 해임된 후 사표를 제출했다. 김 전 감독의 팬은 안 전 기록원을 통해 "감독님께 편지를 전하고 싶다"고 부탁했다. 편지 150여통이 모였다. 안 전 기록원은 팬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안고, 김 전 감독을 찾았다. "내 인기가 여전하구만." 김 전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게 또 누구야." 약속없이 찾아온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김 전 감독과 함께 2007년과 2008년,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던 김재현. 올 해 미국에서 코치연수를 받은 그는 은퇴식(10월 1일)을 하루 앞두고 김 전 감독을 찾았다.

"귀국(9월 7일)한 뒤에 감독님께 세 번 정도 연락을 드렸는데, 만나주시지 않더라고요. 은퇴식 전에 꼭 찾아뵈야겠다는 생각에 이 곳으로 왔습니다." 애제자와의 만남. 김 전 감독은 "미국에서 고생 많이 했다며. 수고했다"라고 김재현의 어깨를 도닥였다.




⑦야신의 투수 조련

연습경기가 끝나갈 무렵, 김 전 감독은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성대 투수들이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김 전 감독이 눈 여겨 보는 투수는 3학년 왼손 임정호다. 그가 150여개의 공을 던질 때까지 김 전 감독은 잠시도 앉지 않았다.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손을 더 빨리 돌려야지. 변화구를 던질 때는 직구를 던질 때보다 팔 스윙이 빨라야 해", "다시, 팔이 크게 원을 그려야지", "또 예전 폼으로 돌아간다"라는 질책이 이어졌다. 마침내 김 전 감독이 손가락을 모아 동그라미를 그린다. '오케이 사인'. 김 전 감독의 곁을 지켰던 김재현은 "감독님 따라하다가 무릎 상하겠어. 도무지 앉으실 줄 모르네"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⑧"내일? 모르겠어. 또 가르치겠지."

오후 6시가 넘었다. 성대 야구장에 그림자가 더 많아졌다. 김 전 감독은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외친 뒤 짐을 챙겼다. 성대 코칭스태프와 김재현 등에게 "저녁 식사나 하자"고 말을 건넨 그는 인근 식당으로 이동했다.

9월의 마지막 날. 김 전 감독은 야구를 했다. 내일, 다음 날, 내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실직자가 무슨 계획이 있어"라고 웃던 그는 "모르겠어. 아마도 어디선가 야구를 가르치겠지"라고 했다. 야구를 하고 있는 야신은, 외롭지 않았다.

수원=하남직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1005n02860?mid=s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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