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하남직]




'야신'이 '야인'이 됐다. 김성근(69) 전 감독은 8월18일 SK에서 해임됐다. 김 전 감독은 "승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프로야구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김 전 감독은 어깨에 잔뜩 올려놨던 짐을 내려놨다. "승·패를 신경쓰지 않는 생활이 이렇게 편하구나…. 그렇게 잘 지내고 있어. 허허허." 그는 늘 크게 웃으며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야구를 놓을 수는 없다. 김 전 감독은 여전히 자신을 "야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야인이 됐지만, 야신은 야신이다. 쌍방울에서 뛰던 시절 김 전 감독과 사제의 연을 맺은 이연수 성균관대 야구부 감독은 김 전 감독이 야인이 되자마자 "우리 아이들 좀 봐 주실 수 있으십니까"라고 부탁했다. 성대 야구부 전원이 김 전 감독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배움을 청한다.

인기도 떨어지지 않았다. 취재진은 끊임없이 성대 수원 캠퍼스에 있는 김 전 감독을 찾아온다. 팬들은 김 전 감독의 주위를 맴돌다 "감독님,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물론 김 전 감독은 흔쾌히 허락한다. 단, "인터넷에는 올지지 말아주세요"라는 부탁을 전한다. 김 전 감독을 따르는 야구인들도 성대를 찾는다. 야구와 사람. 김 전 감독은 둘에 파묻혀 오늘을 살아간다. 9월 30일 김 전 감독의 하루를 쫓았다.




①여유로운 출발

김 전 감독은 오전 11시에 집을 나섰다. 성수동에 위치한 자택. 그의 표현대로라면 '건물과 식물의 밸런스가 완벽한 곳'이다. 김 전 감독이 여전히 'SK 감독'이었다면 '가끔 들르는 곳'이었을 터다. 현역 시절, 그는 일년에 서너차례 집에 들렀다. 지금은 매일 성수동 자택에서 하루의 끝을 맺는다. 출발지도 그의 집이다.

하지만 아직 집에서 '점심을 먹는 것'은 낯설다. 최근 술을 자제하고 있는 김 전 감독은 주로 점심 시간에 지인들과 만난다. 아니면 성대에 도착해 김밥 등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김 전 감독은 "그냥, 가족들 괜히 신경쓸까봐"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습관'때문이기도 할 터다. SK 지휘봉을 잡고 있었을 때, 김 전 감독은 홈경기가 열릴 때면 오전 중에 인천 문학구장에 도착했다. 그는 1군 선수들이 도착하기 전에 2군 선수들을 돌봤다. 김 전 감독은 "아침에 할 일이 없어졌는데도, 눈이 일찍 떠진다"고 했다.




②"내가 건강해야, 가르칠 수 있지."

낮 12시. 성대 수원캠퍼스에 도착한 김 전 감독은 웨이트 트레이닝부터 시작한다. 훈련 시작은 두 시. 김 전 감독은 "네 시간쯤 가르치려면, 두 시간은 준비를 해야하지"라고 말한 뒤 '운동 기구'를 당긴고 민다. "내가 아직 쓸만한 사람이라고." 김 전 감독은 허허 웃는다. 지인들은 "김 전 감독의 신체 나이는 50살 정도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③"이렇게 보니, 야구가 재밌네."

오후 2시, 성대와 서울고의 연습경기가 시작했다. 김 전 감독은 경기장 근처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김 전 감독의 해설이 시작됐다. "타자들이 문제야. 문제가 뭐냐고? 스윙 횟수가 너무 모자라. 팔이 아파올 때까지 스윙을 해봐야 감각을 키울 수 있거든. 훈련 부족이야."

김 전 감독은 성대 투수를 불러 "팔 스윙을 조금 더 크게 해봐. 공을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어"라고 조언했다. 대학팀을 상대로 선전하는 서울고 선수들을 보며 "젊은 아이들이 열심히 하네. 예쁘다"고 웃기도 했다. "이렇게 야구를 보면, 정말 편하잖아." 그의 표정은 정말 편안했다.

수원=하남직 기자
사진=정시종,김민규 기자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1005n02850?mid=s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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