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그리고 올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꼴찌는 당연히(?) 한화 이글스의 몫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몇년간 하위권을 맴돌고 가을야구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 한화 이글스는 여전히 대전구장에서, 그리고 다른 구장에서 많은 팬들이 찾아와 응원을 하고 있다.
솔직히 나라면 팀 성적이 그정도로 추락해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야구를 멀리하고 생업에만 열심히 종사하고 사는 것이 차라리 스트레스를 덜받고 더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이라며 야구에 관한 관심을 끊고 살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년간 1-1-2-1의 성적을 찍고 현재도 1위를 유지하는 SK 와이번스를 응원하면서 간혹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보여주거나 허무하게 지는 날이면 화가 나고 열받기 일쑤인데 하물며 하위권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더이상 말해 무엇할까.
어제 아이러브 베이스볼에서 한화가 롯데에게 17대 2로 패하는 하이라이트를 보며 지켜보기 민망한 경기였음에도 부산 원정까지 가서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며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고 의미없는 전현태 선수의 홈런 한방에 좋아하던 한화팬들의 모습을 보니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 롯데전 대패로 인해 중계카메라에 잡힌 한화 이글스 팬의 눈물 -
언제부터 SK가 1위였냐고 반문하면 사실 할말은 없다. 천년만년 우리가 정상권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달도 차면 기울듯 더이상 올라갈 수 없기에 분명히 내려가는 시점이 있을 것이고 지금의 한화 이글스의 모습이 훗날(물론 과거에 많이 그랬지만) SK 와이번스의 모습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과연 그때의 나는, 그리고 지금 SK를 응원하는 많은 팬들은 현재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팬들처럼 성적과 관계없이 꿋꿋하게 팀을 응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팬들은 정말 한화 이글스를, 그리고 야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들 일게다.
김성근 감독이 SK 와이번스에 부임한 이후 선수들과 팬들의 수준을 너무나도 높여놓은 탓인지 가끔 연패에 빠지거나 실수하는 모습이 나오면 구단 홈페이지나 야구게시판, 그리고 트위터상 팬들의 글에 남녀 할것없이 온갖 육두문자가 넘쳐난다. 물론 화가 나는 것이 사실이고 사적인 개인공간이지만 누구나 볼수 있는 인터넷 상에서 그런식의 표현은 지나치다 싶을때가 많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져서 화가 난다고 경기장에 난입해서 난동을 부리거나 오물 등을 투척하는 행위는 최소한 내가 응원하는 팀의 팬들은 안한다고 자부했건만 지난번 기아와의 경기때 이종범 선수에게 맥주캔을 투척하는 것을 보고나니 같은 팀 팬이라는 사실이 어찌나 민망하고 부끄럽던지..
야구장에서 오물을 투척하고 경기를 방해하는 행동이나 온라인에서 상대팀을 비방하거나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실망스러운 경기에 욕설을 하는 것이나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 지양해야할 행동이다. 프로야구는 어디까지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창설된 것이지 어른들의 격한 감정을 폭발시키기 위한 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구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즐거움을 찾으며 가족이나 연인, 친구간에 함께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건전한 꺼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치게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말그대로 야구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갖고 온라인에서건 경기장(오프라인)에서건 볼썽사나운 행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다른팀 팬이 보기엔 몸에서 사리가 나올 정도로 성적과 무관하게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한화 이글스 팬들처럼 말이다. 그들이 응원하는 팀의 야구는 하위권일지 몰라도 그들의 성숙한 응원문화는 리그 평균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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