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 않게 일반석 초대권을 10장 얻게 되었다. 사무실에는 같이갈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주로 들락거리는 SK 와이번스 갤러리와 클리앙, 그리고 트위터에 선착순 무상배부를 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게 왠걸 의외로 입질조차 없는 것이었다.

3연패의 충격탓인지 아님 집에서 보는게 편한것인지 표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주겠다는데도 별 반응이 없이 시큰둥 했는데 두번에 걸쳐 굽실굽실한 끝에 다섯명에게 표를 나눠주고 네장이 남았다. 매표소 앞에 줄서있는 사람들에게 싼값에 팔까 했지만 말을 걸기도 그렇고 왠지 암표상 같은 느낌이 들어 포기..

아무튼 주중경기 관람은 한달여 만이었는데 처음 표를 나눠준다고 하면서도 같이 봐도 상관없고 따로 봐도 상관없다고 했는데 디시에서 한명이 친구들과 본다고 해서 세장을 주고, 다른 한명은 혼자 왔는데 그냥 혼자 본다고 하고. 그런데 클리앙에서 연락온 분이 같이 보자고 해서 그러마 했다.

그런데 이분이 피자와 맥주까지 준비해오셨고 혼자 본다고 했던 분이 고맙다며 오징어 땅콩과 콜라를 주고 가는 바람에 나름 입도 즐거운 관람이 되었다.

더구나 이날 오후에 김성근 감독님의 재계약 특종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뭔가 마음 편하게 볼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선수들도 그 사실을 알고 힘을 내서 이길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시합이었다.

물론 그 기사는 어디까지나 구단측에서 재계약을 결정했다는 기사였기에 아직 감독님의 의중이나 정식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도 남아있는 것이고 SK 담당인 정진구 기자 트윗엔 민경삼 단장의 입을 통해 아직 결정되지도 않았고 논의할바가 아닌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이 올라오자 어느것이 진실인지 알수없는 미궁에 빠져들게 되었다.

평소 발빠른 SK 프런트라 재계약 확정이라는 보도가 오보라면 포털 등에 요청해서 금새 해당 기사를 내렸을텐데 그 기사는 현재까지 걸려있는걸 보면 오보는 아닌거 같은데 한편으로는 단장이 모르는 감독의 재계약이라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어불성설이라 담당 기자가 단장의 입을 빌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니 결론적으로는 재계약은 미확정되었으나 긍정적이라는,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수준?

각설하고 경기는 여지껏 직관을 봤던 경기중 정말 기억에 남을만큼 최고의 경기였다. 이기다고 역전당하고 다시 재역전에 재역전, 결국 9회말 끝내기 홈런.. 어떤 드라마가 이보다 감동적일 수 있을까? 어떤 네티즌의 기사 댓글을 보니 2002년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의 연장전 골든골 넣었을때 만큼 감동이었다는데 정말 동감이었다.

9회초 김동주에게 그것도 피홈런이 거의 없는 정대현이 맞았을때만 해도 거의 졌다 싶었고 9회말 선두타자 박경완이 맥없이 삼진을 당했을때만 해도 이렇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최정의 2루타가 나오자 이어지는 타순은 김연훈과 1군에 처음 등록된 김용섭... 그저 진루타만 쳐도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끝내기라니..


- 끝내기 홈런후 환호하는 선수들(출처 : 강명호의 줌인스포츠) -



문학구장에서 김연훈의 이름이, 김연훈의 응원가가 그렇게 목청껏 연호된 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팬들은 한목소리로 김연훈을 외치고 또 외쳤고 같이 경기를 본 처음 만난 분과 나도 모르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그분 또한 이런 경기를 보게되어 너무 기쁘다고 하셨고...

어제 경기의 여운은 아직까지 남아있는데 내일 토요일 기아전은 가족과 함께 관람하고자 2주전에 탁자지정석으로 예매를 해뒀다. 이 기세를 몰아 연승을 이어가고 감독님 정식 재계약 기사도 얼른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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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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