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03

[OSEN=인천, 강필주 기자]"1000승은 내 인생의 발자취다. 어제 승리하는 순간 그 승리를 잊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뜻깊게 생각하고 살아온 댓가라 생각한다".

3일 문학 히어로즈전에서 한국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1000승 고지를 점령한 '야신' 김성근 감독(66)이 야구와 함께 한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다. 김 감독은 OB(1984~1988년), 태평양(1989~1990년), 삼성(1991~1992년), 쌍방울(1996~1999년), LG(2001~2002년), SK(2007~현재) 등 6개 구단을 거쳐오며 승수를 쌓았다. 지난 1984년 4월 7일 잠실 MBC전 첫 승 이후 일수로는 8915일만의 성과이고 실제 감독직을 맡은 것으로 치면 17시즌(1999년 중도퇴진, 2001년 대행기간 포함)만이다.

그는 "1000승을 하리라는 생각은 지난 2002년 LG 감독직을 내놓은 후 꿈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SK에서 불러줘 다시 그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SK 구단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아낌없이 자신의 과거와 업적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한국에서 살아온 길을 보여주는 숫자"

그는 1000승 중 가장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모두 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 경기를 모두 기억해낼 수는 없을 터. 김 감독은 "다 기억을 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떠오른다. 특히 어느 팀을 맡던 가장 첫 경기가 중요했다. 감독과 선수와의 첫 대면이라 할 수 있는 첫 경기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에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고 밝혀 1000승까지 치른 경기의 소중함을 돌아봤다.

▲"변화의 산물이었다"

그는 1000승을 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로 '변화'를 꼽았다. "하루하루 변해갔다는 것이 뜻 깊다"는 그는 "야구도 바꿨고 생각도 바꿨다. 변화는 항상 마찰을 불러왔다. 야구계와 구단과의 마찰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나고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줬지만 당시는 변화는 곧 트러블을 의미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자신과 구단 프런트간에 있었던 마찰은 좀더 나은 것으로 바꿔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마찰이 있었지만 내가 덕 보려고 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구단 앞에서 내 몸 하나 사리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구단과 부딪히려 한 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지바 롯데에서 오라고 할 때도 어떤 구단에서는 내 길을 일부러 막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트러블의 이유에 대해 그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일을 위한 것인 만큼 인기에 부합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가 올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했다. 대신 남보다 2~3배는 힘들었다. 비판과 방해를 받긴 했지만 타협은 하지 않았다 자부한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LG 감독시절부터 변했다. 그 전까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쌍방울 감독 시절 아들(SK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이 찾아와 '왜 자꾸 혼자 하려 하나. 남의 힘도 빌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깨닫기 시작했다.

1969년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 생활로 접어들 무렵 이미 한국야구의 '분업 시대'를 내다보며 연구에 몰두했다. 트레이닝 파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며 국내 야구에 전문 세이브, 전문 대타, 대수비, 대주자라는 분업화된 야구를 가장 먼저 도입해 선보인 것도 김 감독이었다. 그는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OB 감독시절 고가평가표를 직접 만들어 처음으로 연봉책정 시스템 도입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른다"고 밝혔지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빠른 야구를 시작했던 SK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처하다보니 8개 구단 전체의 수준이 올라갔다고 느끼고 있다.

▲"1000승은 잡초 같은 것"

무엇보다 그는 1000승까지의 과정을 '잡초'에 비교했다. 그는 "나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결과물이다. 선수의 기량과는 상관없이 훈련시킨 결과물이기도 하다. 보물도 있었지만 보물이 아닌 선수도 있었다. B급 선수도 분명 1000승을 도왔다고 생각한다. 코치나 선수들이 함께 고생한 1000승이다. '혹사'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모두가 하나된 마음이었다."

그는 선수시절도 그랬지만 아마추어 감독 시절에도 '반쪽발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두고보자. 내가 이기면 되지 않겠냐'라는 굳은 신념으로 바꿔 버렸다.

이를 팬들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나타냈다.

그는 "야구를 통해 일반팬들, 특히 젊은팬들에게 화려한 무대 뒤에서 반드시 그만한 고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노력이 없으면 거품처럼 사라져버린다. SK 선수들의 강점은 바로 잡은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최정, 정근우는 수비만 봐도 국가대표 수준으로 잘자라왔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1000승의 의미에 대해 "내 개인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내 생명과 바꿀 수 있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애들을 하나라도 더 키워야 한다"고 남은 목표에 대해서도 밝혔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109&aid=0001976949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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