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오기/잡초승부사 김성근을 말한다

16. 앙숙관계가 된 OB와 삼성

개살구 2011. 5. 23. 14:56

2007.11.16

코치인 김성근으로서는 감독인 김영덕의 입장을 생각해 “삼성에서 영입제의가 왔다”며 상의를 한 것이었다. 김영덕은 “그런 자리가 있으면 나한테 양보하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82~83년 OB와 2년 계약이 끝나는 김영덕은 10월 14일 구단측에 “박철순이 다친 것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 1년간 일본으로 건너가 야구공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OB 박용곤 구단주는 일본유학을 떠난다면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11일 후인 10월 25일 김영덕은 삼성과 감독계약을 맺었다. 이미 막후협상을 통해 계약합의를 해둔 상태였다.

김성근은 이광환과 함께 김영덕을 찾아가 “왜 우리를 같이 데려가지 않느냐”고 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얼마 후 김영덕은 “내가 떠난다고 할 때 성근이가 얼마나 나를 믿고 따라주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나도 가족이 있는데 먹고 살아야할 게 아니냐”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둘 사이에 결정적인 금이 가게 된 발언이었다.

OB는 곧바로 김성근을 감독으로 앉혔다. 84~88년 5년계약의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김성근으로서는 처음 프로팀 감독으로 맡게 된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김영덕이 김성근에게 감독 자리를 선물(?)해준 셈이었지만 아름답지 않은 과정으로 인해 OB와 삼성 구단간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됐다.

이미 원년 한국시리즈에서 OB에 패한 삼성은 83년 김시진이 입단하자 OB전 승리에 특별보너스를 내걸 정도로 OB에 대해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었던 상황에서 감독마저 빼내온 것이었다.

84년 홈구장인 대전구장에서 양팀의 시범경기가 열렸다(OB는 84년까지 대전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뒤 85년 서울로 입성했다). OB 선수들이 경기 전 단체로 삼성 덕아웃을 찾아가 전임 감독인 김영덕에게 인사를 했는데 김영덕은 그 자리에서 “너희들이 아마추어냐”며 핀잔을 줘버렸다. OB 선수들도 이때부터 스승인 김영덕 감독에게 등을 돌렸다.

시즌에 돌입하자 양팀은 앙숙관계가 됐다. 4월 12일 대전구장에서 OB에 갓 입단한 포수 배원영이 경기 도중 선배의 지시를 받고 김영덕이 가장 싫어하는 별명을 부르며 야유했다. 김영덕은 경기 후 OB 벤치를 찾아가 배원영의 뺨을 때렸다. OB 선수들은 “게임 전에 인사도 받지 않던 사람이 어떻게 남의 선수를 폭행할 수 있느냐”며 김영덕에게 따지고 들었다. 이후 양팀은 대전과 대구로 장소를 옮겨가며 빈볼시비와 집단 몸싸움을 벌였다.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물리적 가격이 오가면서 다친 선수가 병원으로 후송되고.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팬들도 양팀 경기에 흥분했다. 빈병을 던져 선수의 이마가 찢어지기도 했다.

삼성은 결국 시즌 막바지에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롯데를 선택하면서 OB를 떨어뜨리기 위해 고의패배를 감행하게 된다.

이재국기자 keystone@


출처 : http://news.sportsseoul.com/read/baseball/488095.htm?ArticleV=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