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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인터뷰.."남은 한달 반 동안 대개혁"

개살구 2015. 1. 15. 13:54

[한겨레]한화, 오키나와 고지에서 48일간 전지훈련


김 감독 "데이터 연구하느라 새벽에 잔다"


"올해 144경기, 어느 팀이나 우승 기회 있다"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이번에는 48일간의 긴 여정이다. 여정의 끝에는 실전경기만 남는다. 요즘 들어 "시간이 멈췄으면", "12월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종종 들기도 한다. 15일 일본 고지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김성근(73) 한화 감독을 최근 서산 한화 2군 훈련장에서 만났다. 고민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한화는 고지, 오키나와에서 48일간 훈련 뒤 3월3일 귀국한다.






- 요즘 잠을 잘 못 주무시는 듯하다.


"데이터를 보면서 연구를 하느라 새벽 2~3시에나 잠이 들고 있다. 시즌에 들어가면 전략, 전법이 중요한데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을 잘 쓰려면 데이터를 꼼꼼하게 잘 분석해야만 한다."


- 에프에이 투수 영입 등으로 중간 계투 자원은 그래도 풍부해 보이는데.


"윤규진, 안영명, 박정진, 권혁, 송창식 등등 재원은 많다. 처음에 에프에이 3명과 계약했을 때는 부잣집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름에 속지 말자' 싶다. 외부에서 봤을 때와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가 완전히 다르다. 연습 방법부터 바꿔야겠구나 싶다."


- 에프에이 투수 3인방의 쓰임새는.


"배영수, 권혁, 송은범도 다른 한화 선수들과 똑같은 선상에 있다. 과거의 성적은 그저 경력일 뿐이다. 스스로 현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선수들에게 맞춰갈까도 생각했는데 안 되겠다. 현재의 구질을 보고 보직을 정할 계획이다. 송은범도 선발일지 구원일지 아직 모른다."


- 작년에 가능성을 보인 이태양은 선발 요원으로 보는지.


"이태양도 데이터를 보니 문제가 많다. 작년 피홈런이 27개인데 심각하다. 볼 구질이나 제구력이 어떤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오키나와 재활캠프에 합류하는 등 외부 투수들이 들어오면서 경쟁의식이 생긴 듯하다. 다급해진 마음이 느껴진다."


- 권용관, 오윤, 임경완 고참 3인방도 영입했는데.


"아주 요긴하게 쓸 것 같다. 권용관에게는 140경기를 뛸 각오로 훈련하라고 지시했다. 작년에 2군 선수들이 1군에 올라왔을 때 타율이 1할대에 불과했다. 아직까지 1군에서 뛸 전력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만큼 한화는 선수층이 얇다. 바깥에서는 유망주가 많다고 하는데 눈에 띄는 선수는 아직까지 둘 정도밖에 없다. 그들 또한 다른 구단 평균 수준이다."


김성근 감독은 연말연초 3일 동안 서울 모 호텔에 계속 머물며 작년 시즌 한화 세부 성적만 들여다봤다. 현 시점에서 '분석된' 데이터는 3분의 1 정도다. 그러나 데이터는 또 다른 의구점을 만들어내 숙제만 더 쌓여가고 있다. 이를테면 한화는 작년에 왼손투수를 상대로 11승29패를 거뒀는데, 29패 경기 중 13경기에서 10점 이상 실점했다. 역으로 추적해보면 왼손투수를 상대로 3~4점만 내서 승리한 적도 있었다. 김 감독은 "왼손투수 상대 타선, 투수 로테이션 등등 데이터는 끝이 없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마다 훈련방향이 달라져서 전지훈련 계획만 10번 이상 바뀌었다"고 했다. '야신'의 끝 모를 데이터 분석 욕심에 아들이기도 한 김정준 전력분석코치는 하루도 쉬지 못하고 '숫자 연구'에 매진중이다.


- 전지훈련 때 중점을 두는 사안은.


"팀내 땅볼 유도형 투수가 많아서 수비를 우선적으로 연습시켜야 할 것 같다. 팀 배팅 훈련도 중요하다. 경기가 박빙일 때 한 베이스를 더 보내는 타격과 주루가 필요하다. 한화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느려서 작년 병살타만 125개였다. 정근우에게 병살타 제로(0개)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타율은 0.320, 도루는 50개를 요구했다. 김태균에게 설정해준 목표는 타율 0.330, 30홈런, 120타점이다. 태균이는 95㎏ 정도로 몸무게를 만들면 배트 스피드가 빨라져서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갈 것이다."


- 올해도 타고투저를 예상하고 선수들에게 목표치를 준 것 같은데.


"타고투저 완화를 위해 스트라이크존을 높였다고 하지만 이는 타자에게 더 유리하다. 당겨서 치기 쉽기 때문이다.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은 시속 150㎞ 이상 던지는 외국인투수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 올 시즌 판도는 어떻게 예상하는지.


"우승 팀은 90승 정도에서 결정되지 않겠나 싶다. 144경기니까 투수 소모가 아주 많을 것 같다. 어느 팀에나 기회가 있다고 보고, 시즌 스타트를 어떻게 끊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것이다. 전력만 놓고 보면 삼성, 두산, 엔씨, 엘지, 넥센이 낫다고 본다."


- 엔씨는 외국인 선발투수가 한 명 빠지고 넥센도 강정호, 헨리 소사 등의 출혈이 있는데.


"그래도 엔씨에는 김경문 감독이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1년 만에 선수들을 자기 야구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주변에서 제자였던 감독들과의 싸움을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연말 시상식 때 양상문(LG) 감독 등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막상 경기 상황 속에 들어가면 상대에 대한 의식 없이 오로지 해당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다."


- 한화의 올 시즌 목표도 우승인가.


"당연히 그렇다. '5강'과 '우승'은 동기부여에서 차이가 난다. 산에 오를 때면 정상에 오르고 싶지 중도까지만 가려고는 안 한다. 정상으로 목표를 잡아야 힘도 덜 든다. 마무리 훈련(11월) 때 펑고를 쳐보니 나보다 선수들이 먼저 지쳤다. 20대가 70대에게 지고 있다. 기초 체력이 부족한 것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신념이 약한 것 같다. 남은 한 달 반 동안 한화 선수들 인식을 바꿀 것이다. 대개혁이 필요한데 목적, 방향, 행동, 열정만 있으면 된다."


서산/글·사진 김양희 기자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sports/general/newsview?newsId=2015011411101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