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오기/인터뷰

김성근 “비난 없는 지금이 바로 위험한 시기”

개살구 2015. 1. 15. 13:47

한화 김성근 감독이 지난달 29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한 뒤 의자에 걸터앉아 미소짓고 있다. 김기남 기자



‘야신’ 김성근(73) 한화 감독의 비밀 하나. 연승 중에 징크스라도 생기면 일주일이라도 같은 언더셔츠를 입는 것을 마다하지 않지만, 평상복을 입자면 나름의 패션관을 갖고 있는 ‘멋쟁이’로 변신한다. 김 감독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 자리에 네이비 색 니트에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김 감독은 “청바지가 아마도 스무 장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옷이라는 게 입는 사람이 편안하면서 기분 좋고,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으면 최고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야구 외에는 도무지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 같은 김 감독의 세계에 다른 세상 얘기가 스며드는 것은 무척 낯설다. 김 감독 또한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삶의 여유 공간에 대해 얘기했다. 지난 삶을 중간평가 해달라는 부탁에는 사뭇 저조한 숫자를 내놓았다. 


김 감독은 “글쎄, 지도자로서 보자면 70점이나 80점 정도 아닌가 싶은데, 한 인간으로는 50점 정도 아닌가 싶다”며 “사람들과 사귀지를 못했다. 인간관계는 없는 게 사실인데, (지난 시간을 보면) 순간순간 조금 더 오픈돼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길’이라는 것은 가면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언제나 똑같은 길을 걸었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고 했다.


김 감독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이냐’는 질문에 “여유가 없었다는 것, 그게 마이너스인데…. 거꾸로 여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야구가 안됐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넘어오는 순간에 야구계의 키워드로 떠올라있다. 약팀을 강팀으로 일으키는 힘으로 지도자 이력을 채운 김 감독과 3년 연속 꼴찌를 한 한화의 절묘한 만남의 결과에 모든 사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저기서 ‘달콤한 평가’가 쏟아져나온다. 김 감독은 오히려 ‘위험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비난이 없으니 무지 편안한 건 맞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한테 비난 받지 않는다’는 것, 이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 사람이 동그래지면 어디로 굴러갈지 모른다. 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굴러가지 않고, 굴러가더라도 많이 가지 않는다.”


이 순간도 자신에게 적신호를 내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김 감독은 4년만에 프로 1군 무대 복귀를 앞두고 새 시즌을 향한 자신의 시각을 펼쳐보였다. 


- 전체 프로야구를 향한 바람이라면.


“82년 프로야구가 생긴 뒤로 많은 발전을 했다. 국민들에게 다가왔고, 국민스포츠가 됐는데 결국 좋을 때 더 긴장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야구 인구가 모자란 가운데 이만큼 해온 것도 대단하다고 본다. 다만 내실을 어떻게 기하나, 그게 중요한 문제 아닌가 싶다. 새로운 마음으로 덤벼들 시기가 됐다고 보는데 야구 전체 문제 아닌가 싶다. 리틀야구부터 커져가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이어가나. 모든 사람이 야구의 미래가 어떻게 변해가는가 의식할 필요가 있다.”


-김성근 감독 개인적 소망이라면.


“개인적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야구 미래를 볼 때, 외국 가서 지도자하는 것은 아직 우리 희망이다. 축구도 그렇고 배구도 그렇고 외국 가서 감독 하는 종목이 꽤 되는데 야구는 외국 가서 감독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 길도 열어주고 싶다. 여태껏 그런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그만큼 좋은 감독도 많다. 선수들 나가는 것도 좋지만, 지도자들도 나가야 한다. 누군가 스타트를 끊으면 된다. 길은 열린다. 앞길을 내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움직이지 못하지만.(웃음).”


-우리 지도자에 대한 외부 평가는.


“우리가 일본야구 지도자를 많이 데려오는데 비난할 일이 아니다. 일본 코치들도 여기 와서 많이 배우고 간다. 상부상조하는 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일본야구와 비교한 수준의 낮고 높음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 나라 문화에 맞는 지도 아닌가 싶다. 김기태 감독도 일본(요미우리) 갔을 때 대호평 받았다.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 감독으로 평가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일본프로야구도 마케팅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일본야구에 미국인만 해도 역대 몇사람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다.”


-야구 외적으로 소망이 있다면.


“다른 소망이라기보다는 우리 야구가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갔으면 좋겠다. 몇 퍼센트 가능성인지 몰라도 외국가서 창단한다든지 미국 우승 팀이 우리 우승팀과 또 다른 월드시리즈 한다든지 그런 건 언제가는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화 김성근감독이 지난 29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목표 설계법을 소개해달라.


“예를 들어 타자라면 3할이 성공이라도 7할이 실패 아닌가. 7할을 어떻게 찾아가는가, 그게 문제다. 우리 승부 세계에서는 첫번째 이겨야한다. 두번째는 계속 이겨야한다. 마지막으로는 피하지 않는, 완전 무결한 팀이 돼야 한다. 끊김이 있는 ‘앤드(and)’가 아니고 진행형인 ‘아이엔지(ing)’로 가야한다. 영원히 계속 하려는 속에서 사람의 발전과 변화가 있다. 목표도 그렇다. 한화도 선수들도 그런 차원에서 변화하기 시작한 거 아닌가 싶다.”


-한화 선수들의 변화라면.


“내가 오기 전에도 ‘이기고 싶다’는 인식은 있었다 싶은데 지금 차이를 보자면 그것을 현실 속에서 찾으려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그저 ‘이겼으면 좋겠다’, ‘4강 갔으면 좋겠다’, 이런 말들을 이제는 현실 속에서 잡아야겠다는 것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마무리 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모든 걸 어렵게 생각하면 가까이 가지 못한다’는 말을 해줬다. 이 또한 마찬가지다.”


-한화의 새 시즌 목표라면.


“아직 그리면 안된다. 아직 ‘레귤러(주전 및 주축선수)’를 보지 못했다. 부상자도 많았고, 아직 ‘레귤러’가 모여서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선수들 성적과 숫자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내 눈으로 보고 고치고 또 다시 봐야한다. 어느 수준까지는 올려놓고 비로소 계산하는 법인데 다른 시즌에 비하면 아마도 두달 정도는 늦다. 2월 중순쯤 돼야 어느 정도 판단이 서지 않을까 싶다.” 


-2007년 SK 첫 시즌 때는.


“1월에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11월부터 훈련했고, 겨울을 보내며 팀의 변화를 무지 느꼈으니….”


-한화만의 승부 포인트가 있다면.


“‘재활 아이들이 얼마나 돌아오냐’에 달렸다. 2014년 힘 갖고 싸워야하는건지, 아니면 2015년 새로운 힘을 얻어 싸을 수 있을지 갈릴 것이다. 가령, 재활 아이들 회복이 늦으면 2014년보다 나쁜 상태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결국은 ‘내가 어떻게 싸우냐’의 문제이고, 어떤 방향으로 풀어가야하는지 방법을 찾아야한다.”


-캠프 모습으로 시즌이 보이나.


“캠프 이후에도 세번 이상은 바뀐다. 타자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느린 볼 치고, 그 다음 빠른 볼을 치고, 변화구 치고 또 코스에 대응하고 한다. 단계가 있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변화구 던지면 못치지만 시즌 들어가면 잡힌다. 다른 변화 속에 있다. 그 안에서 얼마나 하는지의 문제다.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다시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화 첫 시즌을 맞으며 ‘영감’을 얻은 말이 있나


“‘다 함께 가자’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한테 가장 필요한 말이다. 구단이나 팬이나 선수 그리고 그 안에 나부터 다 함께 방향 설정을 해놓고 갔으면 좋겠다. 그 다음, 방향에 따른 ‘스피드’가 필요한 것이다. 절대 쉬운 얘기는 아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승호 기자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44&article_id=000029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