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야구는 이겨야 하는 것.. 2015 목표는 우승"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날아라 독수리, 비상을 꿈꾼다'
'5886899'. 비밀번호 같은 이 일곱 자리의 숫자. 지난 2008년부터 올 시즌까지 한화 이글스의 최근 7시즌 순위다. 그런 한화가 이제 힘찬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야신' 김성근 감독(72)이 있다.
한화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탄탄한 팀이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암흑기가 도래했다. 이때부터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1년에는 공동 6위. 이후 3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다. 지난 7시즌 중 무려 5시즌 동안 최하위라는 수모를 겪었다.
한화 팬들은 분노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한화 본사 앞에서는 릴레이 1인 시위가 전개됐다. 그들이 원한 것은 단, 하나.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의 영입이었다. 한화 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원한다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 영입 소망을 담은 동영상까지 만들었다.
김 감독을 향한 팬들의 외침이 계속 이어졌고 결국 한화 구단이 응답했다. 지난해 10월 25일 한화가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인 김성근 감독을 제10대 감독으로 영입했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계약기간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연봉 각각 5억원)의 조건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팀의 마무리 훈련을 진두지휘했다. 지옥훈련이었다. 선수들의 유니폼은 흙으로 범벅이 됐다. 그러는 동안 프런트에서는 전력 보강 작업을 착실히 진행했다. FA시장에서 거물급 투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권혁, 송은범, 배영수가 차례로 야신의 품에 안겼다. 외국인 투수인 유먼과 탈보트, 외국인 타자인 나이저 모건도 한화에 합류했다.
반면 한용덕 코치를 비롯해 정민철, 송진우, 강석천, 조경택 등 한화의 레전드 코치진이 모두 팀을 떠났다. 그야말로 혹독한 '리빌딩(rebuilding)' 작업이었다. 이 모든 리빌딩 작업의 중심에는 김성근 감독이 있었다. 그리고 이 리빌딩 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과연 한화는 내년 시즌 어떻게 바뀔 것인가.
머니투데이 스타뉴스가 새해를 앞두고 김성근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실시했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 10월 28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제10대 감독 취임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스1
- 연말연시를 어떻게 보내며 지내는가
요즘에는 주변 지인들을 많이 만나면서 다닌다. 이런저런 모임에 왔다 갔다 하면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한화의 2군 훈련 장소인 서산 전용훈련장을 찾아가 선수들을 지켜보기도 했다.
- 금년 시즌 한화의 비전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 팀은 지난 6년 동안 5차례 꼴찌를 했다. 한화 팬들께서도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생각한다. 팬들의 기다림 속에서, 이제 팀이 응답할 때가 왔다고 본다. 한화 팬들이 원하는 위치에 우리가 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일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금년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금년 목표가 우승이라고 하는 것에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 올 시즌에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10구단-144경기' 체제에 돌입한다. 각 팀에 미칠 영향은
현 우리나라 실정에 144경기를 치르는 것은 모든 팀들에게 있어 다소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경기 일정은 전부 확정된 것 아닌가. 그렇지만 팬들이 경기 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좋아할 지는 잘 모르겠다. 늘어난 경기 수만큼 경기 질도 좋아져야 하지 않나. 결국 경기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경기 시간의 길고 짧음의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의 질, 즉 내용이다.
- 비록 한화 사령탑으로 몸담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올 시즌 프로야구를 전망해 달라
이제는 한화라는 팀의 사령탑으로서 한 감독의 입장이 됐다. 한화의 사령탑으로서 어떻게 올 시즌 프로야구를 어떻게 본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이제는 일단 프로야구 세계에 들어간 뒤 부딪쳐 봐야 할 것 같다. 현재 프로야구가 어떤 흐름 속에 있는지 직접 들어가서 봐야 할 것 같다.
- 김성근 감독의 40~50대 야구와 60대 야구, 그리고 70대 야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큰 변화가 없었다. 야구란 것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야구라는 것은 바뀌는 게 아니다. 이는 나이와 관계없다. 야구라는 것은 이겨야 하는 것이다.
- 올 시즌 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야구계에 '치열함'이 빠져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성근 감독이 프로 무대에 돌아온 2015년. 어떤 변화가 생길까?
내가 프로야구 현장에 돌아왔다고 해서 다른 팀이 크게 바뀔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지, 모든 팀들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 본다. 어느 팀이나 시기에 맞춰 자신들만의 야구를 펼쳐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 지난 3년 동안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해 왔는데('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는 지난 9월 창단 3년 만에 해체됐다)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있는 기간에도 나의 야구는 늘 똑같았다. 그때와 지금이나 특별하게 달라진 점은 없다. 결국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고양 원더스 선수들로부터 연락이 오지는 않는다.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가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지 않나 싶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지난 9월 11일 경기도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 감독실에서 팀 해체와 관련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 후배 감독들 중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감독이 있는지
후배 감독들 중에서 특별하게 눈여겨보는 감독은 없다. 모든 감독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이 시작되면 후배 (과거에 제자로 있었던 감독들) 감독들과 많이 부딪힐 것이다. 제자들과 시합한다고 해서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는다. 누가 감독을 맡던 간에 야구는 야구, 경기는 경기일 뿐이다.
- 김응룡 前 한화 감독과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로 알고 있다. 따로 연락은 자주 하는지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에 딱 한 번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연락한 적은 없었다. 당시, 특별하게 나눈 이야기는 없었다. 안부 전화 비슷하게 한 번 통화하면서 인사를 나눴을 뿐이다. 팀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 올해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의 훈련 계획은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훈련을 진행할 것이다. 특별하게 강도가 세진다거나 약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프링 캠프 중 20일부터 자체 홍백전을 치를 계획이다. 홍백전을 실시하는 것 역시,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뿐이다.
지난 1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팀 마무리 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왼쪽)의 모습.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한화는 김성근 감독 부임 후, 1군 코치에 일본인 5명을 영입했다. 일본인 코치를 선호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코치가 부족하다. 어떤 팀이나 코치의 수가 모자라다. 바꿔 말하면 능력 있는 코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될 수도 있다. 일본인 코치라고 해서 특별한 장점은 없다. 일본인 코치에게 장점이 있다면, 한국인 코치 역시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양 국가의 코치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야구를 할 수도 있다. 이는 좋은 점이다. 현재 다른 팀들도 코치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들 코치로 쓸 사람이 모자라다고 아우성이다.
- 아들 김정준 전 SBS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이 한화의 전략분석 코치로 부임했는데
함께 일을 하는 데 있어 좋은 점과 나쁜 점은 특별하게 없다. 그냥 (김정준 코치가) 원래 갖고 있던 도움을 받는 것뿐이다.
- 한화의 선발진과 허리는 FA 영입을 통해 전력을 보강했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마무리는 아직 예상이 어려운데
현재 갖고 있는 투수 자원을 놓고 볼 때, 어느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마무리 투수에 관한 구상은 세워놓고 있지 않다. 이태양과 유창식도 아직까지 직접 본 적은 없다. 비단 이 둘뿐만 아니라 모든 투수들이 다 잘해줘야 한다. 전체적인 라인업에 대한 생각은 스프링 캠프 기간 동안 완성할 계획이다.
- 올 시즌 롯데 CCTV 사태, 선수협의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 등 논란거리가 많았는데. 야구계를 대표하는 원로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현 상황에서 내가 코멘트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강정호의 미국행과 밴덴헐크의 일본행 등 국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 선수나 우리나라에 와서 좋은 실력을 펼칠 경우, 해외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세계에서 본인들의 실력이 있을 경우, 더 좋은 대우를 받고 해외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실력에 따라 자신들이 뛰는 무대가 바뀌는 것이다. 결국 모든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야구는 선수와 선수끼리의 싸움이다.
- 선수들을 '애들'이라고 칭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애들'이라고 부르는 게 내가 하기 좋아서 그런 것이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 편해서 계속 그러는 것 같다.
- 감독 생활을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다시 채택된다면 대표팀 감독에 대한 꿈은 없는지
현재로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꿈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 역시 언제까지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뉴스1
<김성근 감독 프로필>
- 생년월일 : 1942년 12월 13일
- 출생지 : 일본
- 학력 : 가쓰라고-동아대
- 경력
2014.10 ~ 한화 이글스 감독
2011.12 ~ 2014.09 : 고양 원더스 감독 (176경기 90승 61패 25무·승률 0.511)
2007 ~ 2011.08 : SK 와이번스 감독
2005 ~ 2006 : 지바 롯데 마린스(일본) 코치
2001 ~ 2002 : LG 트윈스 감독
1996 ~ 1999.07 :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1991 ~ 1992 : 삼성 라이온즈 감독
1989 ~ 1990 : 태평양 돌핀스 감독
1984 ~ 1988 : OB 베어스 감독
1979 ~ 1981 : 신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1976 ~ 1979 : 충암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1972 ~ 1975 : 기업은행 감독
1969 : 마산상업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1962 ~ 1969 : 기업은행 선수(투수)
- 감독 우승 경력 : 한국시리즈 우승 3회(2007,08,10), 준우승 2회(2002,2009)
- 감독 통산 성적(프로) : 2,327경기 1234승 57무 1036패(승률 0.544)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