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한화 팬 오래 참은 것 느껴"-2
한화이글스 도약 이끌어갈 김성근 감독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도약을 이끌어갈 김성근(72) 감독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마무리캠프의 성과와 내년 시즌을 앞둔 각오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12.9
"김태균은 홈런 30개·타점 100개·타율 0.330 기대…김태균 살아야 한화 산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9일 연합뉴스와 만난 한화 이글스 김성근(72) 감독의 이야기는 선수들과 팬들을 향한 구체적인 애정 표현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외부에서 영입한 제자들과 나눈 이야기와 기대감을 표현하고, 한화의 중심 타자인 김태균에 대해 "한화가 살려면 김태균이 살아야 한다"며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자신의 영입을 구단에 요구한 팬들에 대해서는 "긴 세월 동안 한이 맺혀가며 참고 참아 온 것 같다"며 "이제 일체가 돼서, 팬들 속에 들어가서 함께 야구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감사의 뜻과 각오를 전했다.
새롭게 느끼는 긴장감에 대해 "고기가 물속에 들어간 것 같다"며 그동안 숨겨둔 승리욕을 다시 날카롭게 벼린 김 감독은 "선수들이 어떻게 변할지 흥미진진하다"고 승부사다운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을 넘어 메이저리그와도 맞붙는 '진짜 월드시리즈'라는 구상까지 이야기는 등, 일흔둘의 나이에 프로야구에 돌아온 노장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 FA 등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그다지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송은범이 온다기에 우선 살을 빼라고 했다. 많이 뛰라고도 했다. 그 두마디 외에는 없었다. 배영수와도 비슷했다. 테스트한 권용관에게는 144경기 모두 뛸 각오를 하고 몸을 만들라고 했다.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 속에 의미는 담겨 있다. 임경완도 커리어가 있는 만큼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본인도 11월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니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 아마도 야구인생에서 그렇게 열심히 한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 캠프 직전 김태균을 콕 짚어 '반 죽을 각오하라'고 했는데.
한화이글스 도약 이끌어갈 김성근 감독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도약을 이끌어갈 김성근(72) 감독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마무리캠프의 성과와 내년 시즌을 앞둔 각오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12.9
▲ 본인은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부상이 오는 바람에 제대로 연습은 못했다. 한화가 살려면 김태균이 살아야 한다. 거꾸로 김태균이 없어도 잘하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앞으로 야구할 날이 길어지리라 본다. 현재에 안주한다면 지금은 편해도 야구할 날이 줄어든다. 그런 자극을 주고 싶다. 본인이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그만한 선수가 우리나라에 몇이나 있겠는가. 안타깝다. 내년에는 홈런 30개, 타점 100개, 타율 0.330정도 쳐줬으면 한다. 내가 김태균에게 원하는 숫자는 그것이다. 그 역할을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 '팬이 만든 감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화제 속에 한화 감독이 되셨다. 팬들도 많이 알아볼 것 같은데 혹시 팬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나.
▲ 주위에서 말을 걸어오는 분들이 많아졌다. 축하한다, 잘 부탁한다,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나이에 관계없이 많다. 돌아왔다는 것을 환영하고 기대해주신다는 게 내게는 새로운 상황이다.(웃음) 기분은 좋다. 하지만 굉장한 부담이기도 하다.
-- '한화 우승시켜주십시오'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팬도 있나.
▲ 제3자의 입장에서 주로 이야기하시지만 '한화 우승시켜주십시오'하는 사람도 몇 사람은 있다. 오해하지 않길 바라며 말씀드리자면, 한화 팬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그분들이 긴 세월 동안 한이 맺혀가며 참고 참아 온 것 같다. 나를 만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시니까, 굉장히 참고 계셨구나 싶다. 이제 일체가 돼서, 팬들 속에 들어가서 함께 야구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고양 원더스에서 3년을 지내는 동안 리더 김성근을 기다린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감독 김성근에게는 고양에서 보낸 시간의 의미는.
▲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고양에서 배운 것은, 상대를 변화시키려면 내가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위에서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수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 '왜 이것밖에 안되냐'고 질책할 것이 아니라 내가 가르칠 방법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선수 아래로 들어간 것이 내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다른 한 가지는 아무래도 프로만큼 절실한 승부 속에서 살지 않다 보니 다소 여유가 생기고 나태해진 것 같다. '이제 여기에서 편하게 야구를 해야겠구나'하는 것이 암암리에 생겼다. 그러다가 한화에 오니 처음에는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싶었다. 오키나와 캠프 첫날,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첫날 연습을 시작하니 고단함이 한시간도 되지 않아 사라지더라. 역시 나는 DNA가 이쪽이구나 싶었다. 절실함 속에서 살아야지, 여유 속에 살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 프로 감독이라는 긴장감 속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이나 행복감을 느끼는 것인가.
▲ 고양 원더스에서는 아무래도 세상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그런데 한화에 오니 보는 사람마다 관심을 가져주시니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생긴다. 고양에서는 기억력도 자꾸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요새는 다시 긴장하니 숫자도 기억이 나는 등 활력이 돌아오는 것 같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고기가 물속에 들어간 것 같다. 그것도 깊은 물 속에. 고양원더스가 얕은 물이었다면, 여기는 깊다. 얕은 물은 행동 범위가 좁지만, 깊은 물을 넓다. 이제 그 속에 들어왔다. 생기가 돈달까, 그런 것이 사실이다. 늘 이렇게 살아왔으니,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런 생활이 내게 맞는 것 같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과 김태균 선수.
-- 지바 롯데에서 코치 생활을 마치고 2006년 SK에 부임해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시 3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지금, 한국 야구에 다시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지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 지바 롯데 생활은 내게 야구 감독으로서 큰 전환점이었다. 그전에는 이기는 것에 전념했다. 지바 롯데에서 감독은 비즈니스도 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야구의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우리와 일본, 미국이 월드시리즈를 하는 야구를 생각했다.
이후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에서는 용병을 들였다. 그런 교류 속에 야구 발전의 씨앗이 있다고 봤다. 이걸 보고 날 비난한 사람이 많았지만, 모든 것이 새로워져야 한다. 지키려고 하면 망한다. 도전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한국 야구가 발전하기는 했으나 기존 주전 선수는 몇몇을 빼고는 발전하지 않았다. 그것을 어떻게 돌파하느냐 하는 문제의식이 선수 개개인에게도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4번 타자를 하는 선수라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바뀐다. 우리나라에 강한 팀이 있으면 그 멤버로 메이저리그와 붙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새로운 아이디어도 가져야 한다. 지바 롯데 시절에도 아시아리그를 만들자는 구상을 보비 발렌타인 감독과 공유한 적이 있다. 한국, 일본, 대만의 몇 팀이 함께할 수 있고 스폰서는 어떻게 구할지까지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모든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가 붙는 것 말고, 진짜 월드시리즈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야구인으로서 내가 여전히 가진 꿈이다.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여전히 미국, 일본에 가서 감독도 해보고 싶다. 누군가가 개척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다시 한화 이야기로 돌아오자. 5년간 4차례 최하위를 한 약체를 맡았음에도, 여전히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하고 있다.
▲ 내가 예전부터 늘 주장해온 것은, 약체이기 때문에 약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약체가 된 원인이 있다. 그것을 찾아서 변화를 주면 된다. 평균자책점 1점을 떨어뜨리면 15패가 15승이 된다. 이 평균자책점을 어떻게 떨어뜨리느냐 고민하면 된다. 선수들에게 '이기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 너희들이 의식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약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이 플레이가 안되고, 그래서 다음 플레이가 안되니 어려워지는 것이다. 늘 물음표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 흘러가니 패배가 그저 패배가 되는 것이다. 패배 속에 이길 수 있는 요소가 얼마든지 깔려있다. 사실 그것을 가을훈련에서 해결하고 싶었는데, 워낙 부상자가 많다 보니 해결하지 못했다. 단순한 연습으로 끝나버렸다. 운동장 사정도 면이 하나뿐이어서 다양하게 할 환경이 없었다. 그러나 이는 해명밖에 되지 못한다. 내년 봄 캠프에서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다.
-- 내년 한화는 어떤 모습이 되리라고 상상하고 있나.
▲ 승패와 관계없다면 이상한 이야기지만, 게임이 끝날 때까지는 악착같이 할 것이다. 허술한 경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매 순간에 모두가 전력을 쏟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 반드시 목표로 한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내 역할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쓰느냐다. 이것만 제대로 된다면, 그 적소에 들어간 선수들만 제대로 해 준다면 우승할 수 있다. 아울러 얼마나 하모니를 이뤄가느냐가 이제 내가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비활동기간 45일이 아깝다. 어떻게 만들어갈지, 아이디어는 조금씩 나온다. 그래도 부닥치면 나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 않은가. 팬들이 흥미진진한게 아니라, 내가 흥미진진하다. 얘들이 어떻게 변하지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