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감독 오키나와 현장토로 "80세까지 펑고를 치고 싶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진행 중인 팀 마무리 훈련에서 직접 펑고를 치고 있다.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스포츠서울]‘야신’ 김성근(72) 감독은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한화 선수단의 마무리 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타격, 투구, 수비 등 모든 훈련을 지근 거리에서 살펴보고 있다. 김 감독은 고희를 넘은 나이가 무색할만큼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오전 7시에 훈련 장소인 고친다 구장에 나와 하루 종일 그라운드를 누빈다. 식사시간도 따로 없다. 16일에는 오후 3시가 돼서야 점심을 챙겨먹었다. 하루의 수면 시간은 많아야 5시간이다. 김 감독부터 솔선수범하니, 선수들은 훈련을 허투루 할 수 없다. 모든 선수들이 쉬는 시간을 모두 반납하며 김 감독의 강행군에 동참하고 있다. 김 감독은 ‘자율야구’가 대세인 현대 야구에서 왜 이런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는 것일까?
◇김성근 감독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
김성근 감독과의 첫 인터뷰는 16일 오후 4시 고친다 구장 감독실에서 진행됐다. 김 감독은 취재진이 도착한 오전부터 단 한 번도 자리에 앉아있지 않았다. 허기를 참지 못하고 늦은 점심을 먹은 뒤 잠시 짬을 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화 관계자는 “오늘은 감독님께서 시간을 내주셨다. 평소엔 이런 시간이 별로 없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첫 질문을 던졌다. ‘선수들은 자신만의 훈련 페이스가 있고, 몸 컨디션에 따라 훈련의 질이 달라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감독은 아무말 없이 앞에 놓인 물잔을 들어올렸다. 그리곤 “이 물 컵을 바라보라. 모든 이들은 이 컵이 담을 수 있는 한계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한계를 설정해놓고 그에 맞는 훈련을 하면 최대의 한계점은 그 밑으로 형성된다. 나는 이 컵의 크기를 크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간 스스로 타협을 하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훈련을 이겨내면 선수들의 한계치가 커지고,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이 최근 한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선수들은 주로 내야수 들이다. 김회성 김태완 전현태 등 내야수들은 하루 평균 2박스의 펑고를 받는다. 1박스 당 공 250개가 들어있으니 500개의 공을 받아내는 셈이다. 펑고는 거의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뜨려 친다. 김 감독은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수비 훈련은 훈련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김성근 감독, 그가 말하는 삶의 목표
김성근 감독은 1942년 생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72세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북한의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갑이다. 한국 남성 평균 수명은 78세인데,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김성근 감독이 야구장에서 투혼을 뿜어낼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본인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 한다. 그는 “사실 고양 원더스에 있을 때는 기억력이 조금씩 가물가물했다. 그런데 다시 한화 지휘봉을 잡으니 기억력이 생생하게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1990년대 후반 경남상고 인스트럭터 시절, 직접 타격폼을 봐줬던 김경언의 옛 모습을 기억해냈다. 또한 15년 전 연세대에서 잠시 투구폼을 봐준 박정진의 과거 모습도 떠올렸다. 한화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님의 기억력에 혀를 내둘렀다”고 전했다.
많은 70대 노인들은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삶을 정리하지만, 김 감독은 아직도 먼 미래를 살펴보고 있다. 김 감독은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나중에 숨이 멎었을 때, 많은 제자들이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인간 김성근’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와 3년 계약을 했다. 계약이 끝나는 2017년엔 75세가 된다. 김 감독은 “한화를 끌어올리고 싶다. 그리고 5년 재계약을 해야지(웃음). 80세까지 펑고를 치고 싶다. 내 스스로 인간의 한계가 없음을 증명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은 이날 훈련이 모두 끝난 오후 11시 경 기자를 호출했다. 김 감독은 회 한 접시와 샐러드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KT 지명)20명 보호선수를 또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선수들과 FA(프리에이전트)선수들도 생각해야 한다. 오늘은 몇 시에 잠을 이룰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자리를 떴다. 노장의 하루는 그 어떤 젊은 선수들보다 더 길고 바빴다.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출처 : http://www.sportsseoul.com/?c=v&m=n&i=139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