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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의 지옥펑고,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개살구 2014. 11. 18. 12:42

한화 조인성(맨왼쪽)과 김회성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진행된 김성근 감독과의 펑고 훈련 도중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맨 오른쪽은 김광수 수석코치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스포츠서울]한화 김성근(72) 감독 앞에선 베테랑 조인성(39)도 한마리 순한 양이었다. 김 감독은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진행된 팀 마무리 훈련에서 조인성과 내야수 김회성을 집중 조련했다. 익히 알려진 ‘공포의 펑고’를 직접 쳤는데, 약 2시간 30분 동안 약 1000개의 공을 쉴 새 없이 돌렸다. 조인성과 김회성은 악에 받친 듯 비명에 가까운 기합 소리를 지르며 노장의 빠른 타구를 잡아냈다. 



한화 김성근 감독(오른쪽)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펑고 훈련을 앞두고 김남규 매니저에게 송진을 받아 배트에 직접 칠하고 있다.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PM 2시 30분, 야신의 레이더망에 조인성이 걸리다 


김성근 감독은 보조구장에서 진행된 투수 장민재의 불펜 피칭 훈련을 직접 지휘한 듯 빠른 걸음으로 고친다 구장으로 향했다. 전광판 시계는 오후 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김 감독은 점심을 거른 채 구석에서 훈련 중이던 조인성을 불렀다. 그리고 김회성의 이름도 외쳤다. 김 감독은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펑고 하자.” 김광수 수석코치가 그라운드 정리 기구를 들고 3루 옆 ‘펑고 전용 구역’으로 향했고, 김남규 매니저는 훈련용 야구공이 가득 쌓인 박스 2개를 들고 나왔다. 김성근 감독은 직접 배트를 잡은 뒤 송진을 발랐다. 그리고 타격용 장갑을 꼈다. 김 감독은 “이제 한다”라고 외친 뒤 강한 타구를 만들었다. 조인성과 김회성은 번갈아 가며 김 감독의 타구를 받았다. 타구를 못받으면 제자리로 와서 다시 타구를 받았다. 김 감독의 타구가 정위치로 향할 경우에도 선수들은 다시 한번 공을 받아야 했다. 



한화 조인성(맨 오른쪽)과 김회성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펑고 훈련을 받고 있다.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PM 3시 30분,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의 펑고타구는 선수들의 약 10m 옆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전력질주 뒤 다이빙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공이었다. 두 세 번 공을 잡던 두 선수는 타구가 50개가 넘어가자 좀처럼 글러브를 뻗지 못했다.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회성은 참기 힘들다는 듯 “으악”이라고 외쳤다. 김회성의 외침에 김성근 감독은 웃음으로 받아쳤다. 김 감독은 “그래 그래. 소리를 질러. 더 크게!”라며 계속 공을 쳐댔다. 묵묵히 공을 받던 조인성에겐 “웃음이 나오네? 그래 한번 해보자”라며 강습타구를 만들었다. 김회성은 땀줄기가 굵어졌는지 쓰고 있던 모자를 멀리 던져버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친 공 두 박스. 두 박스가 동나자 두 박스를 더 가져와 펑고를 쳤다.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첫 번째 박스의 공이 3분의 1 정도 남자 두 선수의 신음소리는 깊어졌다. 하늘에선 빗줄기가 굵어졌다. 김성근 감독은 “얼마나 좋냐. 펑고치기 딱 좋은 날씨다. 웃어라, 웃어. 징징거리지 마라”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타구 방향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땅볼로 굴러갈 때도 있었고 직선타구로 날아올 때도 있었다. 높이 뜨면서 날아가는 타구도 있었는데, 김회성이 점프를 하지 못하고 주저앉자 김 감독은 “키 커 봤자 소용이 없구나. 계속 서 있기만 할거냐”라고 외쳤다. 조인성에게는 “1루수를 시켜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구나”라고 말했다. 조인성이 “저 그냥 포수 하겠습니다”라고 대꾸하자 “그런 몸으로 어떻게 포수를 하냐”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두 선수의 외침은 반울음이 섞였다. 그러자 김성근 감독은 “공을 못 받으면 네가 억울하냐? 벤치에 있는 내가 억울하지. 어서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모자를 벗고 펑고 타구를 직접 치고 있다.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PM 4시 30분, 펑고는 끝나지 않았다 


조인성과 김회성의 유니폼은 흙색으로 물들었다. 빗방울과 검은색 흙빛이 함께 물들었다. 유니폼 앞에 있는 한화의 로고는 사라졌다. 선수들의 체력도 방전되기 시작했다. 조인성은 공을 받다가 손가락을 접질렸다. 조인성이 넘어져 고통을 호소하자 김성근 감독은 “아프냐”라고 물었다. 조인성이 “조금 아픕니다”라고 말하자 김 감독은 “아프면 참아”라고 매몰차게 말했다. 펑고는 계속됐다. 한국나이로 40세인 조인성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김성근 감독은 “왜 이렇게 휘청거리냐. 40대 밖에 안된 녀석이 왜 이렇게 약하냐. 앞으로 5년은 더 선수생활을 하겠다며? 이래가지고 50대때 어떤 삶을 살래?”라고 쏘아붙였다. 김 감독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던졌다. 본격적으로 공을 치겠다는 제스처였다. 



한화 조인성(오른쪽)과 김회성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진행된 김성근 감독과의 펑고 훈련을 마친 것으로 착각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물을 마시고 있다. 맨 오른쪽은 공 한 박스를 더 가지고 오는 김남규 매니저.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수북히 쌓여있던 야구공 2박스는 오후 4시 36분이 돼서야 모두 동이 났다. 박스가 텅텅 비자 김성근 감독은 조용히 더그아웃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인성과 김회성도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휴식 시간은 길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아직 안 끝났다. 공 더 가져와”라고 말했다. 조인성과 김회성의 표정은 울상이 됐다. 펑고는 5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이날 김성근 감독이 친 타구는 총 1000개였다. 약 3시간 동안 쉴 새 없이 공포의 펑고가 이어졌다.

 


한화 김회성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진행된 김성근 감독과의 펑고 훈련을 마친 뒤 흙으로 뒤범벅이 된 본인의 유니폼 상의를 꺼내 보이고 있다. 유니폼 로고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펑고 훈련이 끝난 뒤 조인성과 김회성은 녹초가 됐다. 조인성은 “2001년 LG 때 이후로 김성근 감독님의 펑고를 처음 받았다. 13년 만인데, 예나지금이나 무척 힘이 들다. 하지만 이런 훈련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것이라 믿는다. 편한 생활을 했을 때는 오히려 몸에 불편한 곳이 많았는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니 몸이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회성은 샤워를 마친 뒤 활짝 웃었다. 그는 “오전에 500개의 펑고를 받고 오후에 또 받았다. 할 때는 힘이 든데, 훈련이 끝난 뒤엔 매우 기분이 좋다.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진행된 펑고 훈련을 마친 뒤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감독실에 들어가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김성근 감독은 펑고 뒤에도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훈련을 모두 지켜본 뒤 감독실에 조용히 들어갔다. 김 감독은 저녁도 먹지 않고 선수들의 나머지 훈련을 두 눈에 담았다. 김 감독은 이날 펑고 훈련에 대해 “조인성은 살이 더 빠져야 한다. 포수는 움직임이 중요하다. 오늘은 마음을 먹고 조인성에게 펑고를 쳐줬다”라고 말했다. 세 시간 가까이 펑고를 쳐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적당하게 운동을 한 것 같다”며 웃었다. 72세 노장의 펑고데이였다. 


오키나와(일본) | 김경윤기자



출처 : http://www.sportsseoul.com/?c=v&m=n&i=139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