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오기/장강훈 기자

[창간기획]야구원로진단 "야구전문 GM이 필요하다"

개살구 2013. 8. 5. 13:44

올시즌 처음으로 9구단 체제로 진행 중인 프로야구가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욱 치열한 순위싸움이 전개 중이지만, 프로야구의 인기는 예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리그를 압도하는 투수와 타자가 줄었고 수비와 주루플레이에서 어이없는 실수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프로야구의 수준이 2000년대 후반보다 떨어졌다"며 '하향평준화'를 지적하고, 또다른 쪽에서는 "하향 평준화로 보이는 것일 뿐 야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날을 세운다. 지표성적을 따져보면 프로야구의 수준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지만, 한국야구의 '색깔'이 사라졌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불펜투수들이 각광받는 이른바 '지키는 야구'가 한국야구의 색깔로 칠해졌고, 기동력과 수비에 기반을 둔 '지지 않는 야구'도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호쾌한 맛은 사라졌지만, 짜임새있는 한국 특유의 야구가 정착되면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세계 최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열린 제 3회 WBC에는 2라운드 진출 실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최근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사고와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 등이 잇따라 터져 팬들을 실망시켰다.

 

지난 2년 새 기존 8개 구단의 사령탑이 모두 바뀌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10구단 창단 과정에서 드러났듯 구단 이기주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감독들은 소신껏 자신의 야구를 펼치지 못한채 구단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이고, 이는 코치나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야구가 체질개선을 위한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지만 한국야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스포츠서울이 창간 28주년을 기념해 국내 대표 원로감독을 초청해 한국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야신(野神)이라는 애칭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과 타격이론의 대가로 불리는 박영길(전 롯데 삼성 태평양 감독) 본지 객원기자, '국민감독'으로 추앙받았던 한국야구위원회 김인식 기술위원장이 위기에 빠진 한국야구의 현실을 가감없이 짚어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 편집자주 >


 

[창간대담용] 야구계 원로. 김인식, 김성근, 박영길 2013. 6. 15 최승섭기자  
 


-한국프로야구가 위기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관중수도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데, 어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김성근 감독(김 감독)

 

=우리나라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간다. 사람이 없는 데는 안간다. 야구장에 사람이 모이니까 온다. 안오기 시작하면 안간다. 한국인의 특성이다. 누가 '야구가 재미없다'고 말하면 안가게 돼 있다. 선수들은 1년 내내 훈련해서 시즌 우승을 놓고 싸우는데 불규칙 바운드 하나 때문에 경기에서 졌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벌써 불규칙으로 지는 것에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펜스문제도 마찬가지다. 선수협이 '펜스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경기 못하겠다'고 선언하면 경기 못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다이빙캐치하지, 펜스에 부딪히지, 몸 바쳐 경기한다. 하지만 구장은 이런 플레이를 할 여건이 돼 있나. 어떤 데는 인조잔디구장인데 외야에서 불규칙 바운드가 나오더라. 언론에서는 선수들의 기술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불규칙이 나는 걸 어떻게 잡나.

 

김인식 위원장(김 위원장)

 

=시즌 초반에는 날씨도 안좋았다. 기온이 낮아 관중들이 야구를 보는 데 다소 불편한 감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기대를 모았던 한화와 신생팀 NC의 경기력이 의외로 떨어졌다. NC는 (다른팀에 비해)외국인선수가 1명 더 있고 프리에이전트(FA)도 데려왔다. 하지만 외부에서 온 선수들로 구성되다 보니 시즌 초반에는 호흡이 안맞았다. 기존에 있던 어린 선수들도 1군 무대에 적응이 안됐다. 그래서 승률이 너무 떨어진 것이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에는 팬들이 엄청 찾아오셨다. 요즘은 조금 뜸하지 않나. KIA도 시즌 초반에 의외로 잘나갔는데, 최근에는 경기 후반에 두드려 맞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야구다운 야구를 못하고 있다. LG는 류제국과 이병규가 합류하면서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 투수 하나가 잘 버티면 연패가 길지 않다. 불펜이 약하면 의외로 훌러덩 뒤집힌다. 막판에 뒤집히면 팬도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두산 KIA 한화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SK도 겉으로는 잘될 것 같은데 성적이 저조하다. 각 팀마다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나. 롯데는 이대호 홍성흔이 빠지면서 화끈한 야구를 못한다. 팬들이 안오는 이유 아닌가.

 

박영길 객원기자(박 기자)

 

=10구단 창단 반대 얘기가 나왔을 때 롯데 전사장을 만난적이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10구단을 반대하는가'라고 물었다. 10구단이 돼야 짝이 맞아 매일 경기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 롯데는 9구단 승인 때도 반대했다. 그래서 사장한테 'NC에 외국인 투수, 롯데의 쉐인 유먼 같은 투수 3명이 롯데 3연전에 줄줄이 나오면 이길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절대 못이긴다. 경기력이 떨어진다, 수준이 떨어진다 변명들을 하는데 그러면 외국인선수 4명을 보유할 수 있게 하면 된다. NC가 5월부터 조금씩 치고 올라오다가 또 떨어졌는데, 외국인 4명이면 어땠겠는가. 마무리 한 명 고정해놓고, 선발 3명 쓰면 쉽게 지겠나. 이런 얘기를 했더니 아무말 안하더라. 구단은 야구 발전을 위해 30년 동안 노력해왔는데, 지금 구단들은 어떤 노력을 하는가. 구단 사장 몇 명만 마음을 모으면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상태 아닌가. 지금은 KBO 총재도 구단사장들 의견에 꼼짝 못하는 시대다.


 

[창간대담용] 야구계 원로. 김성근, 김인식, 박영길 2013. 6. 15 최승섭기자

 
 
-야구 외적인 요인 때문에 인기가 떨어졌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구단의 힘이 강한 것이 야구발전에 저해요인이 된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나?

 

김 감독

 

=야구가 태양이라고 가정하면, 선수는 해바라기다. 해바라기는 태양을 봐야 큰다. 우리나라 야구는 태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해바라기가 크질 못한다.

 

박 기자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일본 야구계의 거물들이 한국에 많이 왔다. 당시 일본의 유명한 야구인출신 원로가 한 얘기가 있다. 한국야구는 '야구인이 발전시켜야 한다'였다. 유니폼 앞에 걸려있는 이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구단이 야구단을 매각하고, 다른 기업이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야구는 야구인들이 계속한다. 그래서 야구인이 발전시켜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여자와 어린이를 포섭하고, 야구 용품을 국산화하면 한국프로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조언을 남겼다. 우리보다 60~70년 빨리 프로화를 시킨 원로들의 얘기니 귀담아 들을 수밖에. 그래서 KBO에도 소위 사외이사 3~4명을 두자고 했다. 구단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 원로들을 비롯한 야구인 출신으로 사외이사를 두자고 했는데 당시 KBO 사무총장 등이 반대해 무산됐다. 그 때 야구인 출신이 KBO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한국야구가 훨씬 더 발전했을 것이다.

 

김 감독

 

=롯데가 팬이 없다, 어디가 관중이 적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나는 작년부터 한국야구가 위기라는 얘기를 했다. 이런 추세가 몇 년 지속되지 않나 싶다. 더 내려가면 내려갔지 반등할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프런트에 있는 사람들이 야구라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작년에 700만 관중을 넘었다. 이 것 같고 논다. 어떤 구단은 티켓 수 자체도 부풀린다. 왜 숫자에 연연하나 싶다. 숫자가 그렇게 중요한가. 김 위원장 말대로 롯데에서 (이)대호가 나갔다. (구단이)보충해줬나. 안했다. 구단 스스로 구멍을 파고 있다. 선수 보강이 없었는데 그 책임을 왜 현장한테 돌리나. 구단 사장은 샐러리맨 출신들이다. 좋은 것은 자기가 가져가고 나쁜 것은 아랫사람한테 준다. 샐러리맨들의 숙명이다. SK 감독으로 있을 때 김 위원장이 맡고 있던 한화와 트레이드 얘기를 했다. 성사직전에 구단이 반대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짤렸다. 그 때 한화는 '젊은 선수들로 가겠다. 노장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 다음에 한화가 어떻게 했나. 구단은 계획이라는 게 없다. 현재만 본다. 사직구장만 해도 무엇이 바뀌었나. 관중석은 그대로다. 팬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인선이 필요하다. 구단은 문제만 생기면 현장을 흔들어버린다. 미국의 단장(GM)은 구단 성적이 나쁘면 감독과 함께 경질된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야구단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야구 속으로 같이 들어와야지. 밖에서만 보고 있다. 사고가 생겼을 때 구단에서 어떻게 처리하는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지 재발방지를 위해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있는가. 심각한 문제다.

 

김 위원장

 

=구단 사장이나 단장이 최대한 오래 해야한다. 이들이 예뻐서 오래하라는 게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성장하고, 야구도 알아가지 않겠나. 알만하면 바뀌고 또 바뀌니까 쳇바퀴 돌아가듯 흘러만 간다. 미국처럼 단장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 이것도 좋다. 문제는 야구를 알아야지 뭘하지 않겠나. 야구를 모르는데 단장이 모든걸 다 한다, 이건 말이 안된다. 제일 중요한 게 뭔가.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게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다. 야구 수십년 한 사람들 중에 야구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어디있나. 야구가 그만큼 어려운데.

 

박 기자

 

=현장은 감독한테 맡기고, 단장 사장은 손님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바람직한 시스템이다. 김응룡 감독은 삼성 사장시절 스카우트를 나무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0명을 뽑아 2~3명만 1군에 자리잡아도 대성공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장들은 어떤가. 계산기 두드려보고, 10명 뽑았는데 성적 안나면 잔소리 할 것이다. 야구단은 일반기업 경영과 다르다. 선수를 키워야 한다는 육성법, 유능한 야구인들이 들어가서 전문적으로 야구단을 운영 관리해야 한다. 양적 팽창은 되는데 질적 팽창은 안된다. 미국은 단장과 감독이 의논하면 90%가량 의견 일치를 본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원로들을 구단 단장으로 채용하든, 구단 운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KBO에서 도와줘야 한다.


 

[창간대담용] 야구계 원로. 김인식, 김성근, 박영길 2013. 6. 15 최승섭기자

 
 
-실제로 구단이 귀를 닫아 자멸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때문에 감독이나 코치들도 소신껏 자신의 야구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감독

 

=한화에서 '김인식 감독을 교체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고 물어온 적이 있다. 그 때 바꾸라 했다. 만약 바꾸면 LG처럼 팀이 가라앉을 거라고 말했다. 그대로 가고 있지 않나. 우리는 팀을 보면 이 팀이 이렇구나, 이렇게 되겠구나가 보인다. 가감없이 구단에 말을 해줘도 구단이 알아듣지를 못한다. 구단이 위험할 때 모사꾼처럼 달라붙는 무리들이 있다. 원로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공정하고 이 사람이 와야한다고 조언을 하는데, 구단은 이 말을 안믿는다.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중에 암적인 존재들이 많다. 모 구단도 현 상황이라면 빨리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안움직인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는데, 참새소리를 듣고 춤을 춘다. 야구계가 혼란스러운 원인이다.

 

김 위원장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30년이 넘었는데 시기적으로 업다운이 있다. 지금 시기가 가장 안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의 수준도 예전보다 조금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대형투수들이 줄어드니까 외국인선수를 전부 투수로 쓴다. 토중 투수들 중에 리그를 압도할 만한 투수가 몇이나 있나. 인원수는 예년과 비슷하게 맞춰지지만, 과거에는 선동열 최동원 김시진 송진우 같은 소위 S급 투수들이 팀당 2명씩은 있었다. 이런 게 점점 줄어드는 것 아닌가.

 

박 기자

 

=분명한 것은 한국야구가 도약하는 단계다. 10구단 시대가 되면 이제 전문 경영인이 야구단에 들어와야 한다. 현장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엇박자다. 감독 임기는 11월 30일까지다. 선임했으면 임기까지는 맡겨야 한다. 구단이 힘을 실어줘야 감독도 소신껏 운영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 감독

 

=최근에 일본에서 왕정치를 만났다. 왕정치가 'SK 있었다며?'라고 묻길래 '3번 우승하고 1번 준우승했다'고 답했더니 '왜 짤렸냐'며 놀라더라. 그러면서 '사장이 야구 안했지?'라고 묻더라. 야구 감독은 우승하면 최고지, 깨끗하고 더러운 야구가 어디 있나. KT에도 말했다. 'KT 감독으로 안갑니다'했다. 그런데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그래서 KT한테도 소문 갖고 사람 평가하지 말고, 직접 만나보고 판단하라고 했다. 김 위원장 경질될 때 건강문제 나왔다. 지금 멀쩡하지 않나? 핑계대지 말아야 한다. 감독이 성적을 내면 구단의 위신이 선다.

 

-9개 구단이 같은 색깔의 야구를 한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팀마다 비슷한 야구를 하기 때문에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김 감독

 

=감독들 자체가 승부처를 모른다.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투수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없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승부처에서 상대를 조이고, 우리팀을 조이는 야구가 사라졌다. 지면 그냥 지는 거다. 야구가 간단해졌다. 얼마전에 일본에 가서 오릭스 경기를 봤다. 승률 5할에 1승이 모자란 경기였는데, 한신의 노미와 오릭스 가네코가 맞붙은 에이스 싸움이었다. 경기를 보고 있는데 '가네코의 공이 흐트러진다, 바꿔야할텐데'라고 생각했는데 놔두더니 결국 졌다. 5할 승률과 -2, 어마어마하게 다르다. 놀때 놀더라도 5할은 맞춰놔야 올라갈 여지가 생기는데, 요즘 젊은 감독들은 그 중요함을 모른다. 그래서 재미없다. 각 구단이 지금 엄청 헤매면서 김인식 같은, 저 아까운 사람을 왜 그냥 놔두나.

 

김 위원장

 

=프로선수들의 연봉이 많다고 말들이 많다. 몇 년 계약인지가 중요한 거 아닌가. 지금 시대에는 많이 받아야 한다. 메이저리그도 한심할 정도로 플레이하는 팀도 천만불짜리 5명씩 있다. 중요한 건 몸값을 받는 값어치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기술적인 것, 사회적 책임감이 중요하다. 야구는 돈이 많이 든다. 코칭스태프만 20명이 넘는다. 어떻게 육성시키느냐, 어떻게하면 선수를 길러내느냐, 이런 생각을 갖는게 중요하다. 소질있는 선수를 키우는 건 누구나 다 한다. 안되는 선수를 어떻게든 가르쳐서 실력을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서도 이렇다 할 노력을 하지 않는 것 아닌가. 문화자체가 열정을 담아 선수를 육성하기보다 자리에 연연하는 소위 그냥 직장인이 많은 것 같아 아쉽다.

 

박 기자

 

=80년대에 메이저리그 팀으로 교육을 받으러 갔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이른바 '원히트 투런'(안타 1개로 2개의 루를 진루하는 기술)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메이저리그 팀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웠다. LA다저스에 갔더니 디트로이트 감독 출신을 3루코치로 영입했더라. 감독했던 인물을 어떻게 데려왔느냐고 물었더니 '메이저리그에서 3루 코치를 가장 잘 하는 분이라 영입했다'고 하더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배워야 발전할 수 있다. 발전에 자존심이나 체면은 필요없다.

 

김 위원장

 

=감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코치들의 마인드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팀을 끌어 올리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게 코치들이기 때문이다. 코치들이 선수 한 명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요즘 코치들이 이런 마인드를 갖고 선수를 바라보느냐 하는 것은 의문부호다.

 

김 감독

 

=지바롯데에 있을 때 보니 일본 코치들도 공부 안하고 벤치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더라. 데이터도 볼줄 모르고, 상대 투구습관을 빼앗는 방법도 모르더라.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가기 바쁘더라. 내가 구장에 남아서 선수들 훈련시키니까 코치들이 감독한테 이르더라. 왕정치가 '일본의 이런 흐름이 최근 한국에 와있는것 아닌가'라고 묻더라. 코치가 선수를 지도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야구 수준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시아 야구 전체의 흐름이 그렇다.

 

-현 상태라면 한국야구의 질적하락은 불보듯 뻔하다.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김 감독

 

=감독들이 독기를 품고 야구해줬으면 좋겠다. 작년과 똑같은 멤버인데 넥센이 치고 올라왔다. LG가 3주 만에 7위에서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런걸 보면서 프로야구가 그렇게 우습나 싶었다. 결국 조그만 변화다. 변화를 주면 바뀌게 돼 있다. 우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연봉이 올라온만큼 기술적으로 발전했나. 조금 아프면 쉬고, 체력 떨어졌다고 쉬고, 연봉을 받는 데 대한 책임감이 없다. 관중들이 특정 선수를 보러 야구장에 왔는데, 경기에 뛰지 않으면 실망한다. 이런 게 쌓이면 '가봐야 뭐하나' 한다. 감독 구단 KBO 모두 숫자만 갖고 얽매일 시간에 발전할 수 있는 구멍을 발견해야 한다. 우리끼리 치고 받고 해봐야 손님 안온다. '야구 다 똑같은데 뭐' 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박 기자

 

=관중들이 열광할 수 있는 분위기는 결국 현장에서 노력하기 나름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홈런타자나 대형타자를 길러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노하우를 어떻게 갖춰가느냐의 문제 아니겠나. 우리나라 야구는 더욱 발전할 희망이 있다. 지난번에 한화가 13연패 탈출할 때 관중석에서 우는 여성이 있더라. 얼마나 애절하고 간절하면 눈물을 흘렸겠나. 이런 팬들이 있다면, 팬들이 이런 심정으로 우리 야구를 바라본다면 발전할 소지가 있다.


 

[창간대담용] 야구계 원로. 김인식 2013. 6. 15 최승섭기자 

 


김 위원장

 

=선수를 어떻게 이끄느냐의 문제도 감독들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최근 음주사고 등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가령 어떤 선수를 2군에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치자. 선수들은 '1군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나를 내려보내나'라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 때 감독이 말 한마디라도 잘해야 한다. 보통 지방에서 경기하고 이동한 뒤 새벽에 2군행을 통보한다. 감독이 시간 없고 주축선수가 아니라도 코치들을 시켜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지나고 나니, 감독이 직접 해당 선수를 불러 '2군가서 잘하고 있어. 다시 올라올거야'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주면, 선수도 '가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에도 '야, 우리 잘하고 있다. 뒤집을 수 있다'며 벤치에서 파이팅을 해주면 선수가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팀분위기도 그렇고, 사고문제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는 계속 된다. 올해 순위싸움이 특히 치열한데, 이른감이 있지만 우승팀을 예상해본다면?

 

김 위원장

 

=삼성이 구색이 맞춰졌으니까 가장 가까이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외국인투수들이 둘 다 최상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다른 팀들이 약하다는 것이다. 삼성이 2011, 2012년 만큼 강하다는 생각은 없다. 우승팀이라는, 심리적인 요인도 많이 좌우하지 않겠나.

 

박 기자

 

=김 워원장 말처럼 삼성이 작년만큼 강하지는 않다. 타선도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오승환 없으면 무너질 것이다.

 

김 감독

 

=그 팀만의 색깔이 있는 야구를 각 팀이 해야하는 거 아닌가. 지금은 어떤 팀이든 비슷한 야구를 한다. 삼성이 가장 강하다면, 그보다 약한 멤버라서 진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야구가 재미없다.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선수 구성에 따라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어디가 우승한다는 것보다 이게 먼저 해결돼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리 | 장강훈기자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baseball/news/breaking/view.html?newsid=20130619215515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