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이희성, 어차피가 반드시로 바뀐 것"
[스포츠서울]고양원더스 출신 LG 좌완투수 이희성이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에 7회 등판해 호투하고 있다.2012.7.25 잠실 | 박성일기자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 출신 투수 LG 이희성(24)의 역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기대주로 각광받고 프로(넥센)에 지난해 입단했지만 구속이 느리다는 이유로 1군에서 한 게임도 못뛰고 1년 만에 방출됐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은 덕에 당당히 1군 무대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희성은 25일 잠실 두산전을 통해 프로 1군무대에 데뷔하면서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최고 구속은 138㎞에 그쳤지만,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파고드는 예리한 제구와 타이밍을 빼앗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제구가 일품이었다. 고양원더스에서 이희성을 지도한 김성근 감독은 " '어차피'라는 생각을 '반드시'로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 이희성이 이런 케이스"라고 강조했다. 자부심이 묻어나는 어투였다.
김 감독은 "처음 원더스를 맡았을 때 괜히 이 팀을 맡았나 싶었다. 캐치볼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선수들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당시 선수단 전체에 '어차피'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대학과 프로팀에서 외면받은 실력이라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패배의식이 선수들의 의식을 지배했던 것이다. 김 감독은 "남들에 비해 99%가 부족해도 남은 1%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 생각은 말을 바꾸고 말은 행동을 바꾸고 행동은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래서 생각하낸 게 '어쩌면, 혹시, 반드시'였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지난 6월1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NC 다이노스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번외경기에 나섰던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 2012. 6. 15. 창원 | 박진업기자
'어차피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를 '혹시?'하는 기대감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1%의 가능성이 보이면, '반드시 해 낸다'는 의지를 심어줬다. 김 감독이 발견한 이희성의 1%는 '침착함'이었고, 이는 '언제든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로 바뀌었다. 구속이 빠르지 않고 볼끝도 무디고 변화구의 각도 예리하지 않았지만, 침착하고 우직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에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희성의 프로 데뷔전을 지켜본 김 감독은 "롯데 이승호와 비교를 하면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 하나는 더 좋다. 흥분하거나 들뜨지 않으면 언제든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이어진다. 마운드에서의 마음가짐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도 있지만, 느린볼을 효과적으로 던져 타자를 요리하는 투수도 있는 법이다.
김 감독은 "이희성의 LG 입단이 확정됐을 때 선수들이 롤링페이퍼를 만들어 가지고 왔더라. '원더스에서 지옥같던 생활들을 절대 잊지 말고, 꼭 성공해서 우리들의 목표가 되어 달라'는 내용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사회에서 이른바 '패배자'로 낙인찍힌 사람들에게 1%의 가능성만 있다면 도전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투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