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 2군에 찾아가는 이유는?
인천 홈 경기가 있는 날, 김성근(69) SK 감독은 2군 선수들을 먼저 만난다. 그가 오전 10시 30분에 경기장에 도착하는 이유다. 2군 투수들을 살피고, 타자들의 타격자세를 손본다.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을 2군 선수들과 함께 보낸다. 2군 선수들이 송도구장서 경기를 할 때면, 김 감독은 관중석에 앉는다.
SK 2군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서 검정 후드티에 하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관중석에 앉아있는 김 감독의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2군을 찾는 1군 사령탑. 2군 선수들의 의욕이 자란다.
김 감독은 22일 "광주 원정(21일~23일) 하루 전인 20일, 2군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지켜봤다. 그리고 나서 광주로 이동했다"고 했다. 그에게 2군 선수는 'SK의 미래'다. 그들을 가르치는 것은 '즐거움'이다. 김 감독은 "SK는 2007년부터 4년간 한국시리즈에 나갔다. 올 해도 우승을 목표로 한다.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당장 승리해야하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한 뒤 "그래서 2군에 간다. 2군에는 SK의 미래가 있다. 이들을 가르치고, 1군 선수로 만들어놓아야 몇 년 후에도 이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어느 날 2군 선수 한 명을 가르치고, 며칠 뒤에 다시 그 선수를 본다. 실력이 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때가 정말 즐겁다"라고 말했다.
한 젊은 투수는 "감독님이 옆에서 지켜보시면 확실히 힘이 들어간다. 그런 날에는 '아, 왜 그날 그렇게 던졌지'라고 자책한다. 그런데 다음날 감독님이 또 부르신다. 감독님 옆에서 던지는 것이 익숙해지면 100%에 가까운 공을 던지게 된다"고 했다.
희망적인 사례도 있다. 2010년 8월, 김 감독은 2군 훈련장을 찾아 이승호(37번)를 불렀다. "한번 던져보라." 이날 이승호는 공 150개를 던졌다. 다음날 김 감독은 또 이승호를 찾았고 "150개를 던져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승호를 그해 한국시리즈 깜짝카드로 썼다. KS 3차전 승리투수가 이승호였다.
올 시즌에는 왼손 박희수, 오른손 윤희상이 1군 선수로 거듭났다. 2006년 입단한 박희수는 17일 잠실 LG전(2이닝 2피안타 무실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윤희상은 롱릴리버 역할을 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도 대기 중이다. 김 감독은 "박종훈·임정우 등이 재미있는 투수가 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김 감독은 2군 경기장을 찾을 때는 사복으로 '위장'을 한다. "훈련할 때는 상관없지만 경기를 할 때는 내가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김 감독도 모르고 있는 게 있다. 한 SK 선수는 "감독님은 후드티를 입고 계서도, 감독님이다. 2군 경기장에 오시는 걸 알고 있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하남직 기자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41&article_id=0002047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