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정준 코치 “아들·후배…어떤 시선으로 봐도 존경하는 감독님”
10.10.21
SK 야구의 강점을 설명하는데 빠지지 않는 단어가 '전력분석'이다. SK 전력분석팀의 중심은 김정준(40) 코디네이션 코치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자신을 숨기려 했다. 그의 아버지는 SK 사령탑 김성근(68) 감독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지난 해까지 더그아웃과 구장 본부석으로 떨어져 야구를 지켜봤다. 올 시즌 김 코치가 코디네이션코치로 부임하면서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같은 공간, 같은 시점에서 보는 야구. 김 코치는 "가까이서 보니 감독님은 더 대단한 분이셨다. 더그아웃에서 함께 야구를 보는 일이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한다.
"감독님과 함께 세번째 우승을 거뒀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선수와 프런트에게 정말 고맙다. 작년 KS서 KIA에 패한 뒤 방 안에 모든 불을 꺼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었다. 벌써 1년 전 일이다."
-올 해부터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전력분석을 했는데.
"지난 해 KS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나(2009년 KS서 '더그아웃 바깥에서의 정보전달은 불법'이라는 KIA의 항의가 있었다) SK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했다. 위에서 볼 때와 달리 경기 흐름이 정말 빠르게 느껴지더라. 시즌 초반에는 고생을 좀 했다. 그런데 익숙해지니까 장점이 있더라. 예전에는 공수 교대 시간에 쪽지를 전해주는 형식을 취했다. 전력분석팀과 선수간의 피드백이 없었다. 하지만 더그아웃 안에서 선수들과 함께 있으니 피드백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SK가 더 강해졌다. 내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그아웃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한 점은 없는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SK는 경기 중에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전력분석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의 눈이 가장 정확할 수 있다."
-SK의 전력분석팀은 8개 구단 최고라는 평가다.
"현재 전력분석팀은 2003년부터 함께 움직였다. 조직력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전력분석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쳐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SK 선수들이 그만큼 성장해 준 덕분이다."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은 잘 되는 편인가.
"잘 따라주는 편이다. 전력분석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선수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2003년 SK에 와서 KS에 5차례 나갔다. 성적이 좋으니 서로를 존중하게 됐다. 이런 과정이 올해 KS 4연승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아버지 김성근 감독과 더그아웃에 함께 있었던 소감은.
"사람들은 '야신'이라고 부르지만 감독님도 사람이다. 올 해는 긴장을 많이 하시더라. 조급해하는 모습도 봤다. 인간적이라고 해야할까. 다른 코치께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때는 아들의 입장에서 아버지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선수단의 눈이 있으니 감독님 곁에 가까이 가지는 않는다. KS 1차전때 '감독님,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존재감이 있더라. 1차전에서 2-3으로 역전당했을 때 더그아웃이 어수선해졌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감독님은 감정 기복이 없었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시더라.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의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이 조급해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올 해 특히 우승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다 보니 예민해지신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이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면 팀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 조금씩 팀에 매너리즘이 번지고 있었다. 이를 차단하려고 하셨고, 밖에서는 '조급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 급하게 움직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조차도 올바른 선택이었다."
-김 감독과 의견충돌한 적이 있는가.
"감독님 나름대로 정보와 감각을 갖고 움직이신다. 나는 코치다. 감독님의 뜻을 따라야한다. 모두가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결정권자는 한 명이어야 한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태양은 하나여야 한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만 아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아들로서 서운할 때도 있을텐데.
"어린 시절에는 서운함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점점 나이을 먹으니, 이해가 되더라. 야구, 그게 감독님의 에너지다. 건강이 걱정되기는 하는데…. 아들·후배·제자,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도 감독님을 존경하게 된다."
-KS 우승 확정한 뒤 김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다.
"그냥 세 차례 포옹을 나눴다. 감독님과 함께 천천히 올 시즌을 복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남직 기자
출처 :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552316&ctg=1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