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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의 모서리 리더쉽 ①] 변하지 않으면 뒷걸음한다

개살구 2011. 5. 26. 11:41

07.10.29

김성근 SK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하위팀만 맡아 늘 변방에 머물렀던 짙은 그림자를 기어코 걷어냈다.

김 감독은 "난 모서리 인생"이라고 말한다. 혼자 힘으로만 버텨왔다는 뜻이다. 이는 김 감독 리더십의 뿌리다. 그는 하류에 머물러 있는 선수는 물론 이승엽 같은 슈퍼스타들에게도 '모서리론'을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틈을 주지 않고 끊임 없이 훈련하고 연구하도록 했다. 만족하면 안주하고 이는 곧 퇴보를 부르기 때문이다.

65년 평생 동안 노력만 해온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늘 앞장 서고, 독한 소리를 냈던 김 감독이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정상에 올랐어도 자신을 중심에 두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것이 김 감독의 리더십의 핵심이다.

(1)변하지 않으면 뒷걸음한다

김성근 감독은 변화의 화신이다. 가끔 변화 자체에 집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김 감독은 매일 라인업을 바꾸고, 불펜 운영을 달리 한다. 선수들에게 기술지도를 할 때도 늘 변화를 강조한다. 상대 선수의 변화를 읽어내거나 특정 버릇을 잡아내는 데도 탁월하다. 쌍방울 시절에는 상대 버릇을 잡는 선수에게 상금을 주기도 했다.

변화의 강도도 변한다. 2002년 LG 시절까지는 거의 같은 선수를 가지고 타순만 바꿨다. 그러나 2005~06년 지바 롯데 코치 시절 바비 밸런타인 감독과 함께 벤치워크를 한 영향을 받아 올해 SK로 와서는 선수도 타순도 매일 흔들었다.

SK는 지금까지 그가 지휘한 팀 중 그나마 전력이 두터운 편이었다. 때문에 변화의 폭과 위력은 더욱 커질 수 있었다. 팀이 연승 중에 있어도 안주하지 않고 매일 주전 선수를 교체했다. 6회까지 4타수 4안타를 때린 타자가 있어도 대타가 나섰다.

변화의 백미는 한국시리즈였다. 김 감독은 3차전부터 상대투수와 관계 없이 고정 라인업을 짰다. 부진했던 정근우를 톱타자로, 김재현·이호준·박재홍을 중심타선에 기용했다. 박경완과 최정만 8·9번 순서를 바꿨을 뿐이다.

변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늘 바뀌던 라인업이 고정되자 팀 내외적으로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타순으로 비춰졌다. 이는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의 투수기용도 획기적이었다. 선발투수가 3일 휴식 후 등판하는 포스트시즌 관례를 깨고 정규시즌처럼 4일 휴식을 줬다. 1차전 리오스와 맞붙어 패했던 레이번이 4차전에 등판한 리오스를 만나지 않고 5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김 감독은 1승 2패로 몰렸던 4차전 선발로 김광현을 기용했다. 정규시즌 선발승이 3차례에 불과한 신인을 "세계선수권대회 MVP 출신인 만큼 큰 경기에서 제 몫 이상을 해낼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멋지게 성공했다. 어지간한 용기와 확신이 없다면 실행할 수 없는 파격이었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1위를 달릴 때 한 걸음 빨리 움직였고, 먼저 변신했다. 촌놈 마라톤처름 보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집약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김 감독은 4차전 선발 김광현이 승리하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2007 한국시리즈는 여유 있을 때는 단거리 육상 선수처럼, 쫓길 때는 마라토너처럼 앞을 계산한 김 감독의 승리였다.

김식 기자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93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