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3.08

SK 야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성근 감독과 특타이다. 야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지만, 그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만만치 않다. 또한, 특타로 대표되는 호된 훈련량도 마찬가지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린 주역인 김 감독과 많은 훈련량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SK 야구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야구전문블로그 ‘야구라’에서는 김정준 SK 코치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진행 - 송민구, 배지헌, 손윤
정리 - 손윤 

 


▶ 누구보다 김성근 감독님을 가까이서 쭉 지켜봤잖아요. 김 감독님이 OB(현 두산),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때랑 지금(SK)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감독님에 대한 제일 큰 선입관이 언제나 완벽했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젊었을 때와 구레나룻가 막 있던 중년 때랑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이거든요. OB 시절만 해도 부족한 게 많았겠죠. 당연히. 프로야구라는 것에 부딪히는 시기였으니까요. 세월 속에서 안주하지 않고 항상 변화했기 때문에 지금도 현장 감독님을 하고 계시는 거겠죠. 근데 변하지 않는 게 있어요.

▶ 변하지 않은 게 뭐죠?

야구에 대한 열정요. 그것만큼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봐요. 팔이 안으로 굽는 얘기일 수는 있는데, 항상 주어진 환경 속에서 온 힘을 다하셨죠. 환경의 차이로 말미암아 감독님이 생각한 야구를 못한 것도 있을 거고요. 저만 해도 그래요.

▶ ?

저만 해도 LG 때랑 지금은 얼마나 다른데요. 물론, 역할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있지만, 데이터나 야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큰 차이가 나요. 프로야구라는 정글에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끊임없이 변화했기 때문에 감독님이 지금도 현장에 있는 거죠.

▶ 방금 말한 환경의 차이는 구단의 지원 등과 같은 환경도 있겠지만, 야구 환경의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그 대표적인 게 혹사 논란인데요.

야구 환경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죠. 선수들의 능력도 그렇고요. 일본만 해도 일본시리즈에서 혼자 4경기 완투하고 메이저리그도 그랬던 시절이 있잖아요. 한국도 그렇고요. 지금의 눈으로 보면 다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잖아요.

▶ 그런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거겠죠. 사실 혹사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과거 지도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틀림없어요.

메이저리그 관점에서 보면 “162경기를 하는데 그렇게 한 경기에 많이 던지면 어떻게 하느냐!”라면서 “오늘 하루만 경기하고 내일은 안 할 거냐!”라고 볼 수 있죠. 근데 한국은 최근 경기 수가 늘어난 게 133경기이고, 월요일은 꼬박꼬박 쉬잖아요. 또, 일본은 6선발 체제이고요. 그러면 메이저리그와는 다른 방식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메이저리그도 선발 투수의 투구 수를 100구로 제한하다가 최근에는 늘어나는 추세이며, 혹사를 단순히 경기 투구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봐요.

혹사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해요. 첫째는 야구 환경이에요. 이기는 야구를 할 수밖에 없잖아요. 지면 바로 바뀌잖아요. 감독이든 코치든. 그러니까 이길 수 있는 선수를 중점적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고요.

▶ 그렇다면, 둘째는요?

선수 개인의 역량 차이요. 송진우 선배나 김용수 선배 등만 해도 얼마나 많이 던졌어요. 그런데도 오래 야구를 했죠. 결국은 최동원 선배, 선동열 선배, 송진우 선배, 김용수 선배 등 흔히들 말하는 예쁜 폼에서 투구한 이들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근데.

▶ 그런데?

아마추어는 혹사가 있지만, 프로 세계에서 혹사라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봐요. 1년에 몇 십 명이 물갈이되잖아요. 기회를 줬을 때 그걸 못 살리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냉엄한 세계죠. 프로야구는.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연봉도 결정되고요. 결국은 한 시즌에 무리했을 때 유지·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우리는 메이저리그로 갈 것 없이 일본만 해도 비교가 안 돼요. 우린 트레이너라고 해도 구단에 2, 3명이 전부잖아요. 이것도 최근에 좋아진 거죠. 이런 환경, 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해요. 한국야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요.

# SK 야구에 대한 오해

▶ SK 야구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은데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겠다는 듯이) 2009년 KIA가 우승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딱 하나만 꼽는다면요.

▶ … …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로이스터 효과’가 컸어요. 로이스터 감독님이 강조한 몸쪽 승부를 KIA가 많이 했고, 그게 주효했거든요.

▶ 몸쪽 승부는 로이스터 감독님이나 조범현 감독님만이 아니라 모든 지도자가 강조하는 부분이죠. 야구계 격언 중에 몸쪽 높은 코스는 투수의 전유물이라는 말도 있고요. 그런데 박경완은 몸쪽 승부를 선호하지 않는 포수로 알고 있어요.

이런 게 있어요. 모든 투수가 김광현이나 류현진이 아니잖아요. 강속구가 없는 투수들은 바깥쪽을 던지기 위해 몸쪽을 넣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채병용은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던져야만 바깥쪽 속구 승부가 가능하거든요. 그게 손에서 빠져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 거죠.

▶ SK 타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위협구 논란으로 말미암아 상대의 빈볼에 맞았을 때 투수가 보복을 하지 않는다고요.

민감한 부분이라서 더 자세한 말을 하기는 그렇고요. 으음, 위협구 등이 논란이 되면서 SK 투수 중 몸쪽 승부를 하는데 주저하는 경향이 없지는 않아요. 




▶ SK 야구를 2009년엔 생각대로 하는 야구를 했다면, 작년은 몸이 먼저 반응하는 야구라고 높게 평가하는 말도 있는데요.

(호방하게 웃으며) 너무 어려운 말인데요. 근데 그런 것은 분명히 있어요. 박정권, 정근우, 김강민, 박재상 등을 보며 느끼는 건데요. 그 선수들이 입단해서 지금까지의 전 과정을 쭉 지켜봤거든요. 정근우가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 3루수로 나가서 1루로 10개 송구하면 9개가 산으로 가는 것도 봤죠. 그런 정근우가 지금은 최고 2루수 중의 한 명으로 성장했잖아요. 박정권, 김강민, 박재상, 최정, 조동화 등도 많이 발전한 게 느껴져요. 2군을 비롯한 1.5군 선수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실력 차이가 많이 벌어진 거죠. 이제는. 참, 한때는 규정타석을 한 명도 채우지 못했다면서 비난받은 게 어제일 같은데 말이죠.

▶ 작년에 박재상은 역대 최다 타수를 기록했죠.

(강한 어조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 정도로 차이가 생긴 거죠. 근우, 정권이, 재상이 등 주전 선수들은 경기라는 경험에 2군보다 더 많이 연습했으니까요. 그리고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힌 것도 큰 계기가 됐을 거예요.

▶ 어떤 점에서요?

이번 대표팀이 아주 대단했다고 하더라고요. 분위기가. 이대호, 추신수 등이 야간에도 나와서 배트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대요. 그리고 김태균한테 일본야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요. 그런 걸 통해 많이 느꼈고, 그 또래 선수들이 한국야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걸로 봐요. 전성기 때 송진우 선배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볼을 던진 것처럼요. 그런 야구를 할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쌓이면요.

▶ 작년엔 재작년보다 SK 공격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는데요.

훨씬 더 떨어졌죠. 그게 기술적인 부분도 있고, 연습을 많이 했을 때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리스크(위험성)예요. 연습을 많이 하면 나쁜 습관도 빨리 들고, 그걸 고치기도 어려운 건 분명해요. 그렇지만, 그런 연습을 통해 우리가 매년 성과를 내고 있으니까 틀린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리스크는 분명히 있어요. 근데 야구는 개인 기술보다는 팀이 움직이는 거잖아요.

▶ 그렇죠.

이대호라는 타자가 우리 팀에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고 해도 야구 경기를 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고 봐요. 이대호가 한 경기에 칠 수 있는 안타는 많아 봤자 4개인데, 그 4개를 다른 선수가 쳐주거나 수비로 막아주면 되는 거죠. 그런 것처럼 정근우가 오늘 특타를 쳐요. 기온이 35도에 경기 한 시간 전까지요. 그러면 경기가 잘 안 되겠죠. 정근우도 사람이니까요. 근데 잘 될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잘 안 될 확률이 더 높잖아요. 결국, 일반적으로 말하는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드는 방식과는 완전히 어긋나요. 왜 경기를 해야지 연습을 하느냐가 되는 거죠. 하지만, 선수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로 봤을 때는 플러스 되는 점이 분명히 있어요.

▶ 장인이 명검을 만들기 위해서는 쇠를 30만 번이나 두들긴다고 하더라고요. SK의 특타를 비롯한 많은 연습량도 그런 느낌인데요.

(웃으면서) 중요한 거는 그냥 선수한테 특타나 야간연습하라고 던져놓는 게 아니라 감독님이 직접 챙기신다는 점이에요. 일본인 코치들이 와서 제일 놀라는 게 감독님이 야간연습을 비롯해 다 챙기시는 거예요. 그러는 게 코치로서는 부담스럽지만, 경이롭게 생각하더라고요. 어쨌든 특타도 그렇고 그걸 안 해도 상관이 없지만, 이제는 우리팀만의 방식이 되었다고 봐요. 그게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고 해도요. 야구가 체력이나 기술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그게 있어야만 하는 거지만, 있어도 못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 데이터의 핵심은 타이밍

▶ 작년 SK 타자들의 볼카운트 별 타격 성향을 보면, 전체적으로 볼을 고르면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적극성을 보인 게 수치상 나타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글쎄요. 수치라는 게 맹점이 정말 많아요. 그 데이터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지 않은 거잖아요. 그 점에서 의문부호가 있어요. 초구에 대한 타격 성향이라고 했을 때 그게 스트라이크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모든 볼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물론, 스트라이크, 볼이 되게 중요한 거는 맞지만요.

▶ 그렇다면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 건가요?

수치는 방향을 설정하는 근거로 삼아요. 예를 들어서, A라는 선수가 있을 때 시즌이 끝나고 나서 타구 방향이나 변화구에 대한 타격이 어쩌고저쩌고할 때 수치로 보여주면 이해가 빠르죠. 그리고 그걸 어떻게 바꾸면 어떻게 된다는 걸 인식시키는 용도로 사용해요. 가령 그 선수가 번트도 능하고 발 빠른 좌타자라면 3-유간으로 땅볼을 칠 능력이 있다면 그게 안타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상대 수비가 느낄 압박감은 커잖아요. 3루수는 번트에 대비해서 전진할 수밖에 없고, 유격수가 잡으면 내야안타가 될 확률도 높고요. 그걸 인식시켜서 연습 방향을 설정해주는 거죠. 그리고.

▶ 그리고?

(김성근) 감독님은 새로운 팀을 맡을 때마다 전체적으로 다 분석해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요. 평균자책점이 3.5면 3.1로 줄인다든지 팀 득점을 몇 점으로 올린다든지로요. 그러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이나 훈련 방법 등이 세워지는 거죠. 근데 같은 데이터인데도 감독님과 저나 코치들이 보는 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 어떤 면에서 그런 거죠.

감독님은 선수를 쓰기 위해서 데이터를 보잖아요. 반면, 저는 선수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대화 근거로 삼고요. 즉, 감독님은 타순을 짜거나 대타, 투수교체 등 경기 흐름을 보고 사용하는 거죠.

▶ 으음, 감독님에게 데이터라는 건 경기 상황에 따른 순간적인 대처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의미이군요. 그런 점에서 데이터는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지난 대만과의 클럽 챔피언십 1차전 9회 말에 왕셩웨이한테 3루 선상을 타는 끝내기 2루타를 맞았잖아요. 그걸 감독님도 많이 아쉬워하지만, 저도 진짜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거든요. 최정을 3루 선상으로 옮기지 못한 게요.

▶ 흠, 그럼 왕셩웨이가 3루 선상으로 잘 치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가요?

네, 대만은 선수의 1년 치 타구가 다 제공되더라고요. 뜬공, 땅볼, 라이너로 구분해서요. 그걸 보고 당겨치는 건 알았는데, 확신하지 못한 게 있어요.

▶ 뭐죠?

타구 방향이라는 게 찍는 사람 마음이잖아요. 저는 3루 선상 타구는 3루 베이스 옆에 딱 찍는데, 대만 자료는 마지막 지점에 딱 찍혀 있더라고요. 그것만 봐서는 3루 선상을 빠진 것인지, 아니면 플라이볼이나 라이너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직접 본 게 아니니까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3루 선상을 빠지는 안타를 치더라고요. 




▶ 시즌 경기 영상이 있었다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한국시리즈에 들어갈 때는 시즌 19경기를 다시 보면서 타구 방향을 새로 찍거든요. 그걸 찍으면서 제 머릿속에 남기면서 자료로 정리하는 거죠. 그러면 그 순간에 맞춰서 바로 대응할 수 있어요. 이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은요.

▶ 결국은?

한 시즌이 끝나고 선수들한테 데이터를 주고 올해 이렇게 했는데, 내년에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활용하는 게 옳다고 봐요. 즉, 데이터를 선수 자신이 하는 거죠. 근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예전에 김광수 두산 코치가 “선수는 키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거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깊이 동감하면서도 반발심도 있었거든요. 근데 제가 쭉 봐도 스스로 하고 싶어 하고 뭔가를 찾는 선수가 오래가는 것 같아요. 그게 적절하게 잘 조화된 게 우리 팀 최대 장점은 아닐까 싶어요. 시키는 것도 있지만, 선수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도 있는 게요. 그러니까 이만큼 성장한 거겠죠. 선수들이.

▶ 지금과 같은 코치가 아닌 전력분석원일 때도 전지훈련 등에서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은 걸로 아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매년 전지훈련 할 때는 투수들의 볼을 받아요. 신인부터 베테랑까지요. 그걸 투수들도 되게 좋아하지만,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돼요. 옆에서 보는 느낌이랑 직접 받아본 거는 달라요. 손에 아픔을 느끼며 받은 것이니까 선명하게 기억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기억된 게 그 선수가 안 좋을 때 하나의 소스가 돼요. 대화의 주제가 되고, 그게 부진 탈출의 계기가 되기도 하는 거죠.

▶ 끝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쌓일 수밖에 없을 텐데, 그걸 어떻게 푸나요?

스트레스 푸는 법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밖에 없어요. 경기에서 이기면 무조건 기분이 좋아요. 반면, 지면 그다음 날 경기 때까지 아주 죽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받으려면 많이 이겨야겠죠. 올해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308n09159?mid=s1001&isq=4349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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